봄이 되면서 모터스포츠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3월 30일 DDGT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4월 5~6일에는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스피드페스티벌 개막전이 열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피드페스티벌이었던지라 그 개막전에 더 관심이 몰리고 있다. 더군다나 그 개막이 용인이 아닌 태백이다. 사실 4월 초에 태백에서 경기를 개최한다는 것은 모험이 따른다. 태백은 4월 초까지 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 경주차 정비문제로 용인에서 시합을 열수 있을지 의문이 오가던 것을 생각하면 일찌감치 장소를 옮긴 것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스피드페스티벌이 관중동원이 목적이 아닌 동호회 및 아마추어들의 참여의 장이고 보면 태백에서 경기를 한다 해서 크게 문제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스피드페스티벌은 현대자동차 클릭이 탄생하면서 마케팅 차원에서 생겨난 원메이크 경주이다. 도요다 게츠컵을 벤치마킹해서 국내 아마추어 레이스의 효시가 된 경주이다. 참가차종은 클릭 한 차종으로 제한하고 튜닝도 정해진 제품과 규격 외엔 엄격히 제한해서 오로지 드라이버들의 테크닉에 의존토록 한 점과 저렴한 비용으로 경주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아마추어 레이스의 붐을 형성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드라이빙스쿨을 열어주는 등 저변 확대에 노력한 점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모터스포츠에 소극적인 현대자동차(?)가 직접 나서서 만든 경주라는 것이다. 비록 외국 수준의 높은 성능을 무기로 한 전문 레이싱은 아닐지라도 국내에서 가장 큰 자동차회사가 직접 참여했고 또 마케팅 차원에서 모터스포츠를 활용했다는 점은 높이 사줄 만 했다.


그러나 좋은 일에도 원치 않는 잡음이 끼는 법. 이 경주는 시작부터 몇몇 원하지않은 소문과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첫해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들이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무리한 비용(?)으로 비명을 질러야 했고, 상상을 넘는 개최비용으로 인해 현대의 비자금용 시합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야 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드라이빙스쿨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와 함께 문제가 되어 위기를 맞기도 했다. 법이 없던 차에 단속에 걸렸고 이를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다루는 바람에 시끄러워졌던 것이다. 결국 화성 차량주행시험장에서 차량을 테스트한다는 편법으로 임대해서 드라이빙스쿨을 해결해야만 했다.


잘 나가는 것같던 스피드페스티벌이 또다시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주최대행사 KMSA의 문제로 2007년 주최권이 KMRC로 넘어간 것이다. 당시 KMRC 시리즈가 KGTC(현 CJ슈퍼레이스)로 넘어가서 할 일이 없어진 ㈜KMRC는 그 기회를 틈타 스피드페스티벌의 2대 대행사로 선정되는 행운(?)을 누렸다. KMRC는 현대 계열인 성우그룹 소유이고 박상규 대표는 박병재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이 막강한 배경(?)의 KMRC를 제치고 KMSA가 다시 운영권을 되찾아왔다. 현대자동차가 여러 회사의 제안서를 검토한 후 올바른 결정을 했을 거라고 믿지만 한 편에는 의혹을 갖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회사가 운영하는 유일한 경기가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운영대행사가 바뀌면서 참자자들이 지지회사별로 나뉘어 분열의 모습을 보인 것도 볼썽사납기만 하다. 어찌되었든 스피드페스티벌이 옛 명성을 되찾는 길은 초심으로 돌아가 멋진 경기를 펼쳐 보이는 것뿐이다.


이상역 dd@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