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과 경쟁 하겠다”쌍용자동차 최형탁 사장이 체어맨 W를 출시하면서 한 말이다. 쌍용은 특히 벤츠 S 클래스를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 벤츠의 엔진과 변속기를 체어맨 W에 적용한 것도 ‘의도적인 벤츠 따라하기’ 혹은 ‘벤츠의 이미지를 차용하기’에 다름 아니다. 최고급 세단으로 인정받는 벤츠 S 클래스와 이를 따라가겠다는 체어맨 W의 제원을 비교해 본다. 비교 모델로 S500과 체어맨 W V8 5000 세단을 골랐다.

체어맨W는 일반형 세단과 리무진 두 종류다. 길이만 놓고 보면 세단과 리무진 사이에 S클래스가 자리하고 있다. 체어맨 W 리무진이 5,410mm로 가장 길고 S500은 5,210mm다. 체어맨 W 세단은 5,110mm. 5미터를 넘는 대형 세단인만큼 5,110mm가 작다고 할 수는 없다. 체어맨 W는 물론 벤츠 S 500도 넉넉함을 넘어 호화로운 공간을 가진 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체형은 조금 다르다. 차폭과 트레드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체어맨 W의 차폭은 1,895mm로 S500의 1,870mm보다 25mm 넓다. 하지만 트레드는 S500 이 넓다. 앞이 5mm, 뒤가 15mm 넓다. S500은 폭이 좁지만 트레드가 넓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벤츠 S 500은 앞뒤 트레드가 같지만 체어맨 W는 앞이 넓고 뒤가 좁은 구조다. 벤츠 S500은 대신 앞보다 뒤에 넓은 타이어를 장착했다. 구동바퀴인 뒤에 넓은 타이어를 끼워 확실한 구동력을 확보했다. 앞 타이어에도 같은 크기의 넓은 타이어를 끼우면 조향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 조금 더 얇은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체어맨은 네 바퀴에 모두 같은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했다. 벤츠 S500의 타이어가 접지면은 넓지만 18인치 휠을 썼고 체어맨은 19인치로 한 단계 큰 사이즈의 휠을 사용했다. 타이어만 놓고보면 벤츠는 구동력과 제동력에서 유리하고 체어맨 W는 연비면에서 유리하다.

체어맨 W의 마력당 무게비는 6.4kg. 이는 스포츠세단 버금가는 우수한 수준이다. 하지만 벤츠 S 500보다는 무겁다. 벤츠 S 500의 마력당 무게비는 5.4kg로 약 1kg 더 가볍다. 그만큼 힘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실질적인 힘도 더 세다는 말이다. 변속기는 두 차 모두 7단 자동변속기다. 구동방식은 체어맨 W가 상시사륜구동, 벤츠 S 500은 후륜구동방식이다. 구동방식만을 놓고 보면 상시사륜구동이 후륜구동에 비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연비도 체어맨 W가 더 좋다. 물론 벤츠 S 500에도 4매틱이라는 사륜구동 버전이 따로 준비돼 있다.

“계급장 떼고” 두 차를 비교하면 체어맨 W가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제원표 수치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최고급 프리미엄급 세단을 제원표 만으로 비교선택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도 있다. 제원표 상에서 체어맨 W가 좋다고 해서 이 차가 S 500보다 좋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은 ‘쌍용’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성이 ‘벤츠’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평가할 때 제원표의 비중은 극히 일부다. 계급장, 즉 브랜드를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벤츠’와 ‘쌍용’. 두 브랜드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게 무리다. 물론 한쪽은 은근히 비교를 즐기고 있고, 다른 한쪽은 비교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벤츠를 탈 사람이 체어맨 W를 비교 대상으로 고려할까? 혹은 체어맨 W와 벤츠 S500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소비자가 있을까? 결국 두 차의 비교는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라이벌 비교라기보다는 재미삼아 한 번쯤 해보는 일이다. 체어맨 W의 가격은 8,770만원, 벤츠 S500은 2억660만원이다. 브랜드 차이는 결국 가격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