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만 2.5%, 한국은 특소세 등 24%한국 4050만원 vs 미국 3300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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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차세대 럭셔리 세단으로 개발해 지난 8일 선보인 제네시스. 제네시스 기본형의 미국 판매가격이 3만달러대로 정해질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과 미국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네시스 기본형 국내 판매가격은 4050만원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4만달러를 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가격은 4월께 정해질 예정이어서 국내 판매가격과 단순 비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차 안팎의 예상을 종합하면 기본형은 3만달러 중후반대에서 결정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3만5000달러(약 3300만원)로 잡는다면 미국에서 700만원 가까이 싸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제네시스 미국 판매가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랜저TG 3.8(국내 판매가격 4060만원 안팎)을 분석해 봤다. 그랜저TG 3.8을 선택한 이유는 국내 판매가격이 제네시스 기본형 국내 판매가격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ㆍ미 가격 차이는 크게 세제차이, 편의사양, 환율변동 세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금차이”라고 밝혔다.

이 차의 국내 판매모델 세전 가격은 3264만원. 미국 판매모델도 동일 사양으로 출고하면 세전 가격은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대차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국내외 세전 가격은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에 따른 변동 요인은 제외하고 세전 가격은 같다고 가정했다. 이때 실제 판매가격은 한국이 4057만원, 미국이 3346만원으로 711만원 차이가 난다.

이 같은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이는 한국이 미국에 비해 자동차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2000㏄ 이상 차량은 판매가격의 24.3%가 세금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소비세는 고배기량 차량일수록 높기 때문에 고급 차량일수록 한ㆍ미 간 가격차가 커진다.

교육세가 세전 가격의 3% 추가된다. 또 세전 가격, 특소세, 교육세를 포함한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부과된다.

반면 그랜저가 미국에 수출될 때 부과되는 세금은 관세 2.5%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미국은 자동차가 생활에 필수이기 때문에 특별소비세는 물론 부가가치세도 부과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별로 편의장치 등에 대한 법제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동일 차종의 기본 사양이라도 100%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고급 편의사양 선호도가 높은 점도 고려 대상이다. 이 때문에 국내 판매모델이 일반적으로 같은 배기량의 모델을 비교할 때 사양(옵션)이 높게 적용돼 있다.

또 최근 수년간 급격히 변한 원ㆍ달러 환율 추세도 이러한 가격 차이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측은 “그랜저 3.8은 동일 사양을 적용해 세전 가격만을 비교한다면 원ㆍ달러 환율 950원을 기준으로 할 때 92만원 차이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2005년 평균환율 수준인 1000원을 기준으로 하거나 2004년 평균환율 수준인 1150원을 기준으로 해 사양 차이를 고려하면 오히려 미국 판매가격이 국내 판매가격보다 더 높다는 것이 현대차 측 주장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현대차 판매가격이 국내보다 높은 편이다. 세제 문제도 있지만 이는 최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인이 큰 편이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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