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업계를 습격했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내로라하는 고급 브랜드는 죄다 타깃으로 삼았다. 뿐만 아니다. 수입차협회까지 들이닥쳤다. 업계 전체를 범죄인 다루듯 하고 있다.엉겹결에 공정위의 습격을 받은 회사들은 긴박했다. 대책마력을 위한 회의가 계속됐다. 하나같이 공정위의 처사가 공정치 못하다고 공감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행여 우리 회사가 다칠라, 각 업체에서는 직원들에게 아무 소리 말라는 입단속을 시켜놓고 있다. 공정위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자짓 밉보였다간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공정위는 해당 업체들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폭리와 담합 때문일 것이라고짐작할 뿐 공정위의공식적인언급은 없다. 오히려“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지는 부분이 있다면 조사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말이 보도를 통해 나오고있다. 일단 털어보고, 먼지 나오는 것 봐가면서 혼내겠다는 말과다름아니다. ‘공정’하지 못하다.

짐작처럼 가격과 담합이 문제되는 듯 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너무 비싸게 차를 판다는 점과 SK네트웍스의 병행 수입사업 시작에 맞춰 업계가 가격을 동결하자고 담합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업계는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먼저, 가격. 수입차 가격의 비싼 이유는 세금과 브랜드, 그리고 시장 규모 때문이다. 차 값의 25% 가량이 세금이다. 또한 시장 규모도 한국에서 수입차가 비싼 이유다. 올들어 11월까지 BMW는 미국에서 24만대를 파았다. 한국에선 고작 7,000대를 넘겼을 뿐이다. 그나마 전년대비 27%가 늘어나서 그렇다.
같은 기간 벤츠의 미국 판매는 16만대. 한국에선 5,000대다. 이 처럼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차이나는데 같은 수준의 가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규모의 경제가 가격을 끌어내린다.
BMW가 지난 봄, 528i의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시장이 결정한 것이다. 시장 규모가 만족하지는 않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렀고 가격을 내려도 전체 판매량이 늘어 기대했던 수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병행업체들의 압박도 크게 작용했다. 병행업체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충실하게 작용해 가격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이 커질수록, SK네트웍스가 선전할수록 가격은 내린다.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SK네트웍스의 선전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정부가 나서서 업계를 범죄인 다루듯하고 먼지를 털어낸다고 가격이 내리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벤츠와 렉서스가 약 50일간의 세무 조사에 이어 다시 공정위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작심하고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심증을 갖기에 충분하다.

다음은 담합. 한 두 회사가 아닌 13개 업체 21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지금의 수입차 시장은 담합이 성립하기 힘든 구조다. 담합이 있었다면 최근의 가격 인하 경쟁은 설명하기 힘들다.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고 버티던 렉서스까지 최근 가격인하대열에 동참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가격이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비싸면 망한다. 소비자들이 외면해서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가격이 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그게 시장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가파는 벤츠 S 클래스가 비싸면 SK네트웍스로 가면 되고, 그것도 비싸면 서울오토갤러리로 가면 된다. 현대자동차 에쿠스나 곧 나온다는 제네시스도 벤츠가 비싸다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불필요한 간섭을 하면 단순한 시장이 복잡해진다. 독일 정부가 항의하고, EU가 나서서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면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그냥 시장에 맡겨두는 게 순리고, 명쾌한 방법이다. 공정위는 이제 수입차 업체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간섭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