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이야기할 때 자동차는 환경을 해치는 주범중 하나쯤으로 취급된다. 환경을 얘기할 때 자동차로 인해 우리가 누리는 많은 편리함, 자동차 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 등이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차가 없었다면 이동하는데 따르는 개개인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차가 없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경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존재할 수 없다. 자동차 메이커와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1, 2, 3차 협력업체의 존재도 사라진다.철강 플라스틱 등의 소재 산업도 지금과 같지는않을 것이다.자동차가 없다면 말이다.

환경을 위해 자동차를 없애버리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다. 자동차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이랄까 부작용이 분명 있지만 자동차 자체를 없애버릴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동차는 있어야할 존재다.

다만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환경을 위해 치러야할 자동차의 변화는 곧 무공해자동차가 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은 사활을 걸고 무공해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무공해 차를 못 만드는 자동차 메이커는 앞으로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어떤 자동차가 무공해자동차일까. 대표적인 무공해자동차로 전기자동차를 꼽는다. 하지만 어폐가 있다. 전기자동차 자체만 놓고 보면 공해를 하나도 뿜지 않으니 무공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연료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공해를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매연이 화력발전소의 굴뚝이나 혹은 원자력 발전소의 폐기물로 자리를 옮겼을 뿐 지구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태양열로 가는 자동차도 생각해볼 수 있다. 태양열을 모으는 집광판을 설치하고 여기에 모인 열을 전기로 바꿔 차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해마다 호주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태양열차들이 대륙을 종단하는 경주를 벌인다. 하지만 태양열자동차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전기로 변화시키는 효율이 높지 않아 자동차 연료로 실용화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가장 실현 가능한 무공해차로는 연료전지차를 꼽는다. 연료전지를 이용해 얻어지는 전기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면에서 전기차라고할 수 있지만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기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연료전지는 연료, 즉 수소를 화학적 반응에 의해 전기로 직접 변환시키는 장치다. 일종의 발전기 역할을 한다. 수소를 셀 안으로 밀어 넣으면 그 안에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면 이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료를 태워 구동장치를 거쳐 원하는 에너지를 얻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단지 화학적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얻는다. 따라서 효율이 높고 대기오염 등을 유발하지 않는다. 연료전지차는 배기가스가 없다. 연료를 태워서 동력을 얻는 게 아니라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얻어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의 머플러로 나오는 것은 시커먼 배기가스가 아니라 물이다. 화학 반응을 거쳐 전기를 만든 수소가 산소와 결합되면서 물이 되고 이 물이 배기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이 물을 다시 분해하면 다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연료 부족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라. 시동을 걸면 자동차는 정수기처럼 물을 배출한다. 오염된 물이 아니다.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진 순수한 H2O가 머플러로 나오는 것이다. 이 물을 마실 수 있을까? 물론 ‘예스’다. 아무 문제 없다. 실제로 어느 메이커의 한 관계자는 연료전지차에서 배기가스 대신 나오는 물을 기자들 앞에서 마시기도 했었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연료전지차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성이 높은 무공해자동차에 대한 대책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각 메이커의 연구 성과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남아 있어 양산 보급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탱크를 적정한 가격대에 만드는 문제, 덩치 큰 차를 움직이는 데 충분한 동력을 얻을 만큼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단계다.

무공해차의 궁극적인 목표점은 현재로선 연료전지차다. 하지만 당장 연료전지차를 양산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중간단계에 하이브리드카가 있다. 말 그대로 한다면 ‘잡종차’가 된다.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장착한 차다. 말대로만 한다면 두 종류의 구동장치를 갖추면 하이브리드 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휘발유 엔진에 전기 모터를 장착한 차를 말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LPG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차를 하이브리드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이브리드카는 시내에서 저속주행할 때에는 전기 모터로 구동한다. 시가지를 벗어나 고속주행 모드로 전환하면 가솔린 엔진이 작동을 시작해 차를 움직이게 한다. 차가 고속주행하는 동안 부분적으로 충전이 이뤄지기도한다. 전기로만 달리다가 전기가 바닥이 나면 충전시키면 된다. 방전된 전기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개념과 마찬가지다.

토요타 프리우스, 혼다 시빅 등이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카다. 이들 차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시판되고 있다. 주로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점차 보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 메이커들이 한 발 빠르게 나선 셈이다. 미국의 3대 시장조사기관중 한 곳인 TN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는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대중적인 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친환경차로 디젤차에 대한 기술 개발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주로 유럽지역에서 나타나는 경향이다. 디젤엔진이 환경과는 상극이라고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좀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적돼왔던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개선하면 디젤 엔진도 훌륭한 친환경 엔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주장하는 요지다. 입자상물질, 흑연,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을 억제하고 연비를 크게 높이면 환경에 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자동차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우리가 숨쉬는 공기보다 깨끗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면 자동차 엔진은 훌륭한 공기정화기가 될 것이다. 연료전지차에서 나오는 물로 지구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까?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꿈은 때로 실제로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꿈은 곧 목표일수도 있다. 우리가 만드는 자동차가 더 이상 환경의 적이 아니라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종훈 기자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