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수많은 부품들이 결합해 움직인다. 차 한 대에는 2~3만개의 부품이 적용된다. 그런데 그 많은 부품들은 차에 어떻게 결합될까. 바로 볼트 너트 등이 각 부품을 엮어 하나의 자동차로 만들어 준다. 볼트 너트 등을 나사 혹은 화스너 라고 한다. 화스너는 ‘체결하다’ 는 뜻을 가졌다. 서로 다른 물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다. 결합, 일치의 의미가 있다.

나사 하나만 놓고 보면 참 보잘 것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화스너가 없으면 자동차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디 자동차 뿐 일까. 비행기인들 나사 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 건축물도 그렇다. 수많은 볼트 너트와 나사가 여러 부분들을 서로 이어주고 하나를 만들어 낸 결과물이 바로 자동차고 비행기이고 저 높은 빌딩들이다. 참으로 대단한 물건들을 만드는 데 정말 보잘 것 없는 물건들이 꼭 필요한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라는 말이 있다. 나사는 그 보석들을 꿰어 하나의 완성된 물건으로 만들어주는 ‘산업의 풀’이라 할 수 있다.

나사는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쓰였다고는 하지만 정확하게 언제부터 어떤 기원을 가지고 쓰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1,500년경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에서도 볼트 너트의 존재를 엿볼 수 있다.

나사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직각삼각형 종이를 원통(圓筒)에 감았을 때 그 빗변이 만드는 선, 즉 나사선을 따라 홈을 판 것.’

이때 생기는 돌기를 나사의 산(山)이라 하고, 홈의 바닥을 골이라 한다. 산과 골짜기를 생각하면 된다. 나사의 산에서 산까지 또는 골에서 골까지의 거리를 피치(pitch)라 하고, 나사를 1회전시켰을 때 나사가 이동하는 거리는 리드(lead)라고 한다.

나사는 수나사와 암나사로 나뉜다. 원통 표면에 홈을 판 것을 수나사, 안쪽에 홈을 판 것을 암나사라고 한다. 원통이 아닌 원뿔 표면에 홈을 판 것은 테이퍼 나사다.

왼나사와 오른 나사로 구분하기도 한다. 나사선이 감기는 방향에 따른 분류다.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전진하는 것을 오른나사, 왼쪽으로 돌렸을 때 전진하는 게 왼나사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은 오른나사다.

자동차를 잘 살펴 보면 수많은 볼트와 너트가 보인다. 도어를 차체에 매달리게 연결해주는 것도, 엔진을 섀시에 붙들어 주는 것들이 다 볼트와 너트다. 그 도어와 엔진 내부에는 또 수많은 화스너들이 많은 부속들을 서로 이어주고 있다. 차 한 대에 2~3만개의 부품이 있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화스너가 사용될까. 화스너 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어보면 중형차 한 대에 약 15만개 전후의 화스너가 쓰인다.

그냥 단순한 볼트 너트만을 생각하면 안된다. 자동차에는 각 부붐의 기능과 쓰임새에 따라 서로 다른 화스너를 쓴다. 플라이휠 볼트, 실린더헤드 볼트, 크랭크샤프트 볼트 등이다. 드라이버로 조여야 하는 볼드가 있는가하면 렌치로 돌려줘야하는 것도 있다.

자동차에 쓰이는 화스너는 진동에 강해야 한다. 자동차라는 게 온갖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물체인지라 집 안에 가만히 놓여있는 식탁이나 책상에 쓰이는 화스너로는 자동차의 흔들림을 감당 할 수 없다. 그래서 특히 진동에 강한 화스너를 써야 한다. 진동에 약한 화스너를 쓰면 곧 이음새가 풀리게 되고 자동차는 고장나게 된다. 고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스너가 약간 풀린 곳에서는 덜덜 떨리는 소리가 난다. 얼마나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고정시켜주는가가 화스너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오래 사용해서 낡은 자동차는 구석구석의 볼트를 꽉 조여주는 정도의 정비만으로도 훌륭한 성능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무리 꽉 조여도 10년을 넘게 달렸다면 느슨하게 풀린 나사들도 꽤 있을 텐데 이를 제대로 조여주면 헐렁거리던 차가 훨씬 좋은 성능을 보이는 것이지요.

자동차용 화스너는 또 가벼워야 한다. 하나의 화스너가 무거우면 차 한 대에 들어가는 15만개의 화스너 무게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곧 성능, 연비와 직결되는 문제다. 화스너 하나 조차도 차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화스너는 자동차 생산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자동차 조립 효율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자동차 조립이라는 게 각 과정별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만 따지고 보면 각 부품을 차체에 붙여 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대부분 근로자가 생산라인에서 나사를 조이는 작업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무인작업장도 있고 로봇이 근로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나사는 근로자의 작업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나사 하나 조이는 데 0.01초를 줄일 수 있다면 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크게 단축됩니다. 조금 과장하면 연간 수백만대의 차를 만드는 메이커의 작업효율이 나사 하나에서 결정된다.

나사 하나가 불량하면 조립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차가 불량품이 될 수도 있다. 나사가 없으면 자동차도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