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이 액티언 스포츠를 새로 내놨다. 가장 큰 변화는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는 것. 4WD VISION A/T 모델, 라인업 중 최고급 사양을 시승했다.

기존 액티언 스포츠와 달라진 모습은 찾기 힘들다. 휠의 사이즈나 디자인이 조금 바뀐 정도다. 날렵한 앞모습이다. 조금은 과장스럽다 싶을 정도다. 둔탁하고 펑퍼짐해 보이는 적재함 라인은 앞모습과 엇박자다. 뒤태를 좀 더 살렸으면 좋겠지만 픽업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스포츠 유틸리티 트럭으로서 이 정도 디자인이면 합격이다.

운전석에 올랐다. 운전자에 집중적으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복잡하지도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다. 은색 원을 강조한 에어덕트 디자인은 아우디 TT의 그것과 닮았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디자인이다. 주황색 조명도 젊은 감각이다. 시인성이 좋다. 각 버튼의 위치나 쓰임은 편하다. 가죽시트의 질감은 비닐의 느낌이 커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차가 픽업임을 감안해야 한다. 짐을 싣고, 작업복 차림에, 이런 저럭 작업들을 하다보면 너무 고급스런 실내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 차의 성격에 맞게 인테리어를 매치시켰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픽업을 타고 출퇴근하는 셀러리맨들이라면 인테리어에 대한 아쉬움이 크겠다.

착석감은 많이 개선된 느낌이다. 사실 그동안 쌍용차의 시트 착석감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헤드 레스트의 틸트 기능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가능 할 것 같다. 핸들의 그립감 좋고, 핸들 리모컨은 유용하다. 수동모드가 추가 된 E 트로닉 미션의 팁 버튼이 핸들에 장착되어 있어 편하다. 다른 버튼들과 조금 차별화할 필요는 있겠다.

시동을 걸었다. 디젤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링이 굉장히 조용하다. 액셀레이터를 살짝 밟았다. 최고출력 145마력에 최대출력 31.6Kg/m의 힘을 내는 엔진은 반박자 늦게 반응이 온다. D모드에 기어를 위치시키고 차를 몰았다. 2ℓ의 엔진은 무게가 꽤 나가는 차를 생각보다 경쾌하게 끌고 나간다. 2000 rpm이 넘어가자 엔진이 힘을 낸다. 힘의 질감이 매우 좋다. 초반 가속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중반을 넘으면서 가속력은 기대했던 만큼이다. 새로 적용된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매우 적고 차의 힘을 상당히 골고루 분배시킨다. 운전하기에 답답함이 없다.

매뉴얼 모드로 옮겨 조금 과격하게 차를 몰아보았다. 미션보호를 위해서 인지 그 반응은 느리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4000rpm까지 몰아붙여도 힘겨워 하지 않는다. 중,후반의 가속력이 경쾌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RPM이 조금 높다. 무리없이 시속 140km 까지는 치고 나간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다. 짐을 싣고 달려야하는 픽업인 이상 당연한 세팅이다. 일반적으로 픽업은 리어서스펜션에 리프스프링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지만 액티언 스포츠는 코일스프링이다. 단단하지만 그래도 리프스프링보다는 코일스프링이 승차감에는 유리한 세팅이다. 서스펜션의 적당한 장력은 차를 안정적으로 잘 지탱해준다. 덕분에 높은 차체에 비해 코너링도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눈이 내렸다. 윈터 모드를 써볼 기회다. 빙판 노면에서 윈터모드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좀 더 일찍 간섭해 rpm을 제어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훨씬 유용하다. 사륜구동은 노면이 좋지 않을 때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비포장도로에서도, 눈길에서도 사륜구동으로 달리면 운전자가 느끼는 안정감은 두바퀴굴림차에 비할 게 아니다. 사륜구동의 탁월한 안정감은 느껴본 이들만이 안다. 4L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차는 나가지 않지만 노면을 움켜쥐는 단단한 느낌이 그렇게 믿음직스러울 수 없다. 바로 이 맛에 사륜구동차를 타는 게 아닌가. 시속 70km까지는 달리면서 구동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점도 이 차의 매력중 하나다.

액티언 스포츠는 덩치가 크다. 짐칸이 있어 주차할 때 뒷부분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후방거리감지기가 있어서 편리한 이유다. 방향지시등에는 비상등 버튼이 달려있다. 필요할 때 살짝 누르면 비상등이 3회 점멸한다. 길게 누르면 10회 반복이다. 끼어들기를 자주 해야하는 도심에서 운전할 때 매우 유용할 것 같다.

usb 단자나 스테레오 잭 등은 젋은층의 기호와 잘 맞는다. 또한 열선시트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상당히 쓸모있다. 센터페시에에 있는 센터트레이나 센터콘솔 등은 그 크기가 적당하다. 컵홀더에 덮개가 있는 것도 맘에 든다.

하지만 비상등 버튼과 같이 위치하고 있는 뒷유리 열선이나 앞유리 와이퍼 결빙 열선은 표시등이 없어 조금 불편하다. on 상태인지 off 상태인지 알기 어렵다.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픽업은 차를 타면서 느끼는 기쁨이 쏠쏠하다. 서울 시내에서 3호 터널을 지날 때 무심코 지갑을 뒤적이는 당신에게 “그냥 통과 하시라”는 수금원을 만나는 작은 기쁨이 그중 하나다. 자동차 세금 고지서가 날아올 때 그 가벼움에 얼굴 한가득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이 차의 가격은 2,500만원 이다. 가격대비 옵션이나 품질, 성능은 뛰어나다. 게다가 세금이나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감면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따져보았을 때, 상당히 합리적인 차라는 생각이 든다. 리터당 11km인 연비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픽업의 한계이긴 하지만 뒤태가 조금은 아쉽다. 가끔 문을 살짝 닫으면 잘 안닫힌다. 실내가 단단히 밀폐가 돼서 그럴 수 있고, 혹은 도어 세팅에 문제가 있어 그럴 수 있다. 힘있게 ‘꽝’ 하고 닫아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닫는 일이 없다.픽업이지만 화물칸이 좁다. 책상 하나 제대로 싣기 힘들다. 5인승 픽업은 어쩌면 5인승 세단처럼 차를 이용하면서 세금은 적게 내려는 이들을 위한 차가 아닐까.얌체이거나 혹은 실속파이거나, 이 차의 운전자들은 둘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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