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7 쿠페를 드디어 탔다. 지난 4월의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접했고, 이후 사전 마케팅으로 낯이 익은 지 오랜 차다. 그 차를 드디어 도로 위에서 만났다.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 발표했고, 전세계적으로도 미국과 한국에서 먼저 판매에 나섰으니 시승하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 적어도 인피니티 G37 쿠페와 관련해서 한국은 선택받은 시장인 셈이다.

쿠페는 몸에 꽉 끼는 옷과 같다. 몸매가 드러나 맵시 있게 보이지만 그 옷을 입은 사람은 불편하다.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는 법, 불편함을 감수해야 아름다움이 얻어지는 것이다. 쿠페가 그렇다. 날렵한 선, 보기 좋은 디자인이 몸매 늘씬한 미녀를 연상시키지만 공간 효율은 그리 좋지 않다. 쿠페라면 4인승이 최대다. 그나마 뒷좌석은 불편을 감수하고 앉아야 하는 불완전한 좌석. 이런 불편이 용서되는 건 “예쁘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아 보닛 끝을 보려고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빼면 머리가 지붕에 부딪힌다. 예쁜 차를 타는 불편함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나 빼어낫 아름다움은 숨길 수 없다. 특히 기자는 뒷 팬더 주변을 주목한다. C필러와 팬더, 트렁크라인이 시작되는 부분이 어울리는 그 지점의 굴곡이 참 아름답니다.

강한 인상을 주는 헤드램프는 정면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센터페시아와 도어패널에 한지의 느낌을 차용한 인테리어를 적용한 것은 여전하다. 차가운 금속을 느끼게 하는 은색에 한지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차가운 느낌이 사라지고 한결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옆에서 볼 때 운전석 위치가 뒤로 물러 앉았다. 핸들링에 미묘한 차이는 있겠지만 달리는 맛을 즐기기엔 유리한 배치다.

시동을 걸면 낮은 으르렁 거림이 귀를 자극한다. 그 소리만 들어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달려야 할 것 같은 기분. 낮은, 하지만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자극인 엔진 소리는 끝까지 밟아달라는 유혹이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허전하지만 아쉬울 건 없다. 시중에서 좋은 제품 골라 장착하면 된다. 내비게이션 달고 100만원을 더 내는 것 보다 낫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센터 페시아에 자리한 모니터를 통해 뒤를 볼 수 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며 후진하는 게 아니라 모니터를 보면서 후진한다. 후진하면서 핸들을 돌리면 차의 방향이 함께 표시돼 편하다. 뒤로 가다 부딪힐 일은 없겠다.

시트는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시트 앞 가운데 부분을 잡아 끌어내면 시트 바닥 면적이 늘어나 좀 더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엉덩이나 허벅지가 큰 사람에게 편한 시트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G35의 가속감을 기억하는 기자는 여전한 힘을 G37에서 다시 느꼈다. 더 정교하고 부드러워진 힘은 여전히 강했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세팅하고 밀어붙여도 강제변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7,500rpm에서 시작돼는 레드존까지 rpm게이지가 올라가지만, 한계에 이르면서 엔진이 잔뜩 화를 내며 변속을 제촉하지만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변속이 이뤄지는 법이 없다. 운전자의 의지를 충실히 따르는 충직한 차다. 팁 트로닉 방식을 적용한 차들 중 상당수는 이 처럼 레드존에 이르면 운전자가 변속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ℓ/100km, 즉 100km를 달리는 데 필요한 연료량으로 표시되는 연료 소모량 게이지가 계기판에 있어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 발을 자꾸 멈칫 거리게 만든다.

D레인지에서 속도를 높여 나갔다. 시속 100km에서 2,500rpm이 시속 180km에 이르면 4,500rpm 가까이 올라간다. 7,500rpm부터 레드존이니 180km에서도 엔진은 훨씬 여유있다.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라고 할 수 있는 DS 모드로 옮기면 같은 속도에서 약 500rpm 상승한다. 훨씬 힘 있게 움직인다는 말이다.

V6 엔진은 엔진룸 정중앙에 세로로 배치됐다. 뒷바퀴굴림차의 전형적인 레이아웃이다. 뒷바퀴굴림을 적용해 주행 안정성이 훨씬 좋다. 뒤에서 차분하게 밀면서 달리는 맛이 앞바퀴굴림과는 또 다르다.
뒷바퀴가 구동하는 이 차의 달리는 맛은 제법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불안함이 극적으로 고조되는 달리기가 아니라 착 가라 앉는 느낌의 차분한 달리기다. 체감 속도가 낮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함이 그리 크지 않다.

숫자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차는 배기량이 3,696cc로 커졌다.
최고출력은 333마력. 숫자가 주는 느낌만으로는 훨씬 더 강한 성능을 보일 것 같다. 이 정도가 적정한 배기량인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엔진 배기량을 늘리는 방법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듯하다. 연비와 CO2 배출량 등 환경을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비는 9km/ℓ로 1등급이다.

6,000만원에서 20만원 빠진 5,980만원이 이 차의 판매가격이다. 가격으로 보면 TT쿠페 2.0(6,250만원), BMW 328i(6,390만원), 크라이슬러 300C 3.5(5,780만원)이나 디젤(6,280만원), 캐딜락 CTS 3.6(6,492만원), 푸조 쿠페 407 2.7(6,400만원), 벤츠 C230 AMG(5,950만원), 볼보 S80 D5(5,700만원), 재규어 X타입 2.5(5,990만원), 렉서스 IS250(4,500만원) 정도를 경쟁 차종들로 꼽을 수 있다.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모델을 투입하고 있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가격대다. 아우디 TT쿠페, 푸조 쿠페 407 등이 눈에 띈다. G37 쿠페는 이중 가장 낮은 가격대에 배기량은 가장 크다.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시승 / 사진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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