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에 만난 폭스바겐 ID5
드디어 왔다. 폭스바겐 ID5다. ID4 베이스의 쿠페 버전. 재작년 가을 독일에서 시승했던 차다. 햇수로는 두 해가 지났으니, 한국 시판이 많이 늦었다. 기다리다 만나니 더 반갑다.
시승하는 날엔 하필 강추위가 찾아왔다. 영하 10도. 삭풍 몰아치는 자유로에 ID5를 올렸다.

쿠페 스타일. 뒤로 낮아지는 루프 라인이 세련된 멋을 더했다. ID4와는 MEB 플랫폼을 공유한다. 리어 스포일러가 있으면 ID5, 없으면 ID4다. 4,600×1,850×1,620mm, 휠베이스는 2,765mm로 ID4와 비교하면, 같은 차폭에 15mm 더 길고, 5mm 낮은 크기다.
싱글 모터 앞바퀴 굴림이다. 배터리 용량은 82.9kWh.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로 제한된다. 한번 충전하면 434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국내 인증을 마쳤다. 하지만 계기판 기준, 영하 6도, 배터리 잔량 94%, 주행가능거리 459km다. 영하의 저온 상태에서도 인증 주행가능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추위를 안타나보다. 저온 주행거리는 297km로 국내 인증받았다. 화창한 봄날, 혹은 가을이라면 500km 이상은 너끈히 움직일 수 있겠다.

주행가능거리와 관련해서는 또 하나 짚어야 할 게 있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의 양이다. 대체로 70% 정도로 제한된다. 80% 정도만 충전하기를 권하고, 잔량 10% 정도에서 충전해야 하니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는 10~80%까지인 70% 정도라는 것. 배터리 100%를 사용해서 최대 500km까지 갈 수 있다고 할 때 70% 350km를 달린 뒤에는 충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경우든 추가 충전 없이 300km 정도 달릴 수 있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5.0km/kWh다. 파주-서울 간 55km를 에코 모드로 적극적인 경제운전을 한 연비는 6.5km/kWh.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이 정도의 연비를 기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면 연비는 무척 좋아진다.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B 모드를 사용해 전기를 회수해 배터리에 쌓아두는 것. 가솔린 엔진에서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지만,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잔량이 늘어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운전자가 영리해야 한다. 언제 가속페달을 밟고, 글라이딩 주행을 하고, 회생제동을 사용하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지, 운전자가 영리하게 판단하고 조작할 필요가 있다.
최고출력 286마력. 힘만큼 중요한 게 몸무게다, 공차중량은 2,162kg이다. 마력당 7.56kg을 감당해야 한다. 힘이 세지만 2톤을 훌쩍 넘기는 몸무게가 효율을 낮추고 있다.

툭툭 가속페달을 터치해 본다. 가속 반응은 즉각적이다.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반응도 엔진과 비교할 바 아니다. 빠르고 즉각적이다. 모터의 특성이다.
실내는 조용했다. 실주행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까지는 확실히 조용했다. 엔진 소리가 사라져서다. 하지만 수학 공식처럼 엔진 소리가 사라진 자리가 공백으로 남는 건 아니다. 다른 소리들이 조금 더 도드라지게 들린다. 속도가 빨라지면 바람 소리가 커진다. ID5를 운전하다가 바람 소리가 거슬린다 싶을 땐 속도를 봐야 한다. 워낙 조용하고 속도감이 낮아 부지불식간에 속도가 빨라진다. 공기저항 계수는 0.26이다. 0.3 미만이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공기저항을 잘 피할 수 있게 디자인됐음을 말해주는 수치다.

센터패시아에 자리한 모니터는 12.9인치로 시원하게 정보를 보여준다. 무선 앱커넥트를 통해 애플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가 무선으로 연결된다. 첨단 보이스 어시스턴트인 ‘IDA’도 적용됐다고 폭스바겐코리아는 전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왼쪽으로 바짝 돌린 타이어에서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이 미끄러운 곳에서 확연히 도드라진다. 좌우 타이어의 회전 차이 때문이다. 앞바퀴가 조향과 구동을 함께 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앞바퀴 굴림 전기차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특성이다.
이렇다 할 조작계가 없는 심플한 인테리어다. 센터패시아 모니터에 모든 기능을 다 집어넣고 비상등 빼고 거의 모든 버튼을 치웠다. 계기판은 남겼다. 작은 계기판은 2등분 혹은 3등분 돼 운행에 꼭 필요한 정보만 표시한다. 합리적 선택이다. 계기판을 없애면 시선을 돌려 옆을 봐야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 운전자가 앞을 보면서 운전해야 하는 한 계기판은 없애는 것보다는, 작게라도 남겨두는 게 맞다.

IQ 드라이브로 부르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정확하게 작동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사이드 어시스트 등이 차간거리, 차선 유지, 주변 교통 등을 인식하며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했다. 차선 변경 보조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사고 등의 위급상황에서 안전하게 멈추고 주변에 이를 알리는 이머전시 어시스트도 적용됐다.
국내에는 ID5 프로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판매가격 6,099만원. ID4와 ID5는 비슷한 디자인에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지만, 가격은 ID5가 조금 더 비싸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인 5,500만원을 경계로 나뉜 탓에 보조금 차이가 크다.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ID4는 422만원, ID5는 215만원이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된다.

ID4도 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됐고 ID5도 라인업에 추가됐다. 볼보 EX30도 등장했고 벤츠 EQA, BMW iX1, 아우디 Q4 이트론 등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에 더 많은 후보들이 올라오는 셈이다. 고르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겠다.
ID5는 디자인과 공간,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배터리다. 컴팩트SUV 전기차 중에서 ID5의 배터리는 82.9kWh로 용량이 가장 크다. 덕분에 주행가능거리도 동급 경쟁차들보다 가장 길다. 볼보 EX30은 351km, 벤츠 EQA가 367km인데 ID5는 434km다. 연비도 최고 수준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보면 거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이 보인다. 리어 스포일러다. 후방 시야를 확인하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볼 때마다 거슬린다.
회생제동을 선택하는 B 모드 버튼은 기어레버의 D 모드와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번번이 오른손을 뻗어 버튼을 눌러 작동시켜야 한다. 누르면 좋겠는데 귀찮아서 생략하게 된다. 패들이 아쉽다. 버튼보다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을 조작하는 게 훨씬 더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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