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대중화는 천편일률적이었던 택시의 다변화를 이뤄냈다. 택시를 부르거나 늦은 밤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들 때, 어떤 택시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소형 전기차로 운행되는 중형택시를 만날 때다.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2열이 넓은 차를 선호한다. 그런데 소형택시들은 2열 공간이 좁다. 고객들이 좋아할리 없다.
소형 전기차는 어떻게 중형택시로 운행되는 것일까? 법제처에 택시 분류 기준이 올라왔다. 소형택시는 배기량 1,600cc미만 길이 4.7미터 이하, 너비 1.7미터 이하의 차량을 사용할 경우 소형택시로 분류된다. 중형택시는 1,600cc이상, 길이 4.7미터 이상, 너비 1.7미터 이상의 자동차를 사용하면 중형택시가 된다.
코나와 니로, EV3는 길이에서는 절대 중형택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너비가 1.7미터를 넘겨 쏘나타, 그랜저와 동등하게 중형택시 대우를 받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너비 1,770mm인 소형 CUV인 베뉴도 중형택시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 회사는 신형 모델을 개발할 때마다 꾸준히 차체를 키웠고 차폭도 따라서 넓어졌다. 하지만 법제처는 이에 맞춰 택시 기준법을 손보지 않았다. 1.7M를 넘기면 중형차라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의심스럽다.
소형 전기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경우가 바로 짧은 휠베이스로 오는 2열 탑승의 불편함이다. 택시로 이용되는 쏘나타와 그랜저는 휠베이스가 각각 2,875mm와 2,895mm로 2열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충분한 여유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는 휠베이스가 2,660mm이고, 1세대 모델의 경우에는 2,600mm로 60mm나 더 짧아 2열 탑승객은 여유롭지 못한 불편한 탑승을 해야 한다.
크기가 작고, 승객이 편하게 탈 수 없는데 요금은 중형택시와 똑같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택시 승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 중형택시와 소형택시의 법적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