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브랜드 최초의 하이퍼 GT 에메야의 등장으로, 수입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성능 EV 세단의 경쟁 구도가 관심을 모은다. 이 시장의 ‘선구자’ 테슬라 모델 S(Model S), 그리고 포르쉐의 첫 번째 전기 세단 타이칸(Taycan)이 좋은 예다. 이들 세 차종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주행 성능, 첨단 장비, 공간 구성을 앞세워 럭셔리 EV 세단 시장을 정 조준했다.
먼저 ‘피지컬’ 비교부터. 위 세 가지 맞수는 길이 5m를 넘나드는 체구를 지녔다. 그중에서 에메야는 헤비급 한계 체중을 꽉 채우는 선수처럼 기골이 장대하다. 5,139mm의 차체 길이는 F-세그먼트 세단을 넘보고, 휠베이스는 셋 중 유일하게 3m를 초과한다. 전고 역시 1,459mm로 가장 높아 실내 쾌적함이 남다르다. 공기저항계수는 Cd 0.21로 바람 가르는 실력도 상당하다.
주말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소비자는 트렁크 용량도 확인하면 좋다. 에메야의 트렁크 기본 용량은 4인승이 426L, 5인승이 509L로 캐디백 적재도 거뜬하다. 또한, 보닛 아래에 ‘프렁크’라 부르는 31L 크기의 적재 공간이 있어 보스턴백 놓기 ‘안성맞춤’이다. 타이칸은 407L로 소폭 작으며, 모델 S는 미국차 특성상 SAE 기준에 따른 적재 용량 측정 방식을 따르고 있어 1:1 비교는 무리다.
다음은 파워트레인 비교. 위 세 가지 맞수는 ‘슈퍼’ 혹은 ‘하이퍼’란 수식에 걸맞은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뽐낸다. 볼륨 모델 위주로 비교하면, 로터스 에메야 및 에메야 S가 612마력을 발휘한다. 테슬라 모델 S는 670마력, 포르쉐 타이칸 4S는 598마력이다. 900~1,000마력을 가볍게 넘나드는 최상위 모델은 모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초대의 머리털 쭈뼛 서는 성능을 앞세운다.
예비 오너가 가장 관심 가질 부문은 배터리 급속 충전 속도와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800V 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는 에메야는 셋 중 가장 빠른 35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덕분에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동일한 충전 인프라를 누릴 수 있고, 배터리 잔량 10→80% 충전도 단 18분에 끊는다. 에메야는 400kW 충전도 거뜬해 ‘14분 충전*’도 가능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가장 멀리 가는 모델로 비교했다. 모두 복합 기준 500km 이상의 넉넉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도심 주행거리에서 가장 앞서는 건 모델 S로 578km이며, 고속도로에선 에메야가 551km로 경쟁차 대비 24~57km 뛰어나다. 모터스포츠에서 단련한 로터스의 탁월한 공기역학 성능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구름저항이 낮은 피렐리 타이어도 한 몫 보탰다.
자율주행 시대로 향하는 마라톤 경주에서,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은 가장 선두에서 대열을 이끌고 있다. 에메야는 하드웨어부터 기선을 제압한다. 4개의 라이다(LiDAR)와 18개의 레이더, 7개의 800만 화소 카메라, 5개의 500만 화소 등 다양한 센서로 중무장한 결과다. 덕분에 어두운 도로나 악천후 조건에서도 차 주변 최대 200m 반경의 장애물까지 스캔할 수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두뇌’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에메야는 듀얼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NVIDIA DRIVE Orin)으로 구동하는 차세대 소프트웨어를 심었다. 테슬라는 2021년부터 레이더 없이 ‘테슬라 비전’이라고 부르는 고해상도 8개의 카메라와 자체 OS를 조합한 시스템으로 자율주행 시대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반면, 콧대 높은 포르쉐는 이 부문에선 어깨 펴기 힘들다.
다음은 가격 및 보증 비교. 우선 ‘숫자’ 비교에 앞서 기본 사양 차이를 확인하면 좋다. 에메야는 앞좌석 8방향 전동 시트와 4방향 럼버 서포트, 2열 8인치 터치 스크린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라이다 등으로 구성된 ‘하이웨이 어시스트 팩’은 370만 원 선택 사양으로 마련했고, 23개 스피커와 2,160W(와트)의 출력을 지닌 영국 KEF 레퍼런스 오디오도 690만 원에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에메야는 기본 모델부터 나파 가죽으로 실내를 꼼꼼히 감쌌으며, ‘나만의 로터스’를 만들 고객 맞춤형 비스포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면, 수많은 선택 옵션을 갖춘 타이칸의 경우, 에메야와 비슷한 장비 수준으로 맞추면 가격 증가 폭이 상당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200만 원대 유상 옵션이며, 21개 스피커와 1,455W 출력의 부메스터 오디오도 670만 원 옵션으로 준비했다.
시작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모델 S는 외부 페인트 옵션 비용이 다소 비싼 편이다. 21인치 휠도 600만 원대 선택 사양으로 마련했다. 전반적으로 테슬라다운 ‘심플함’을 앞세우지만, 로터스와 포르쉐에서 느낄 수 있는 럭셔리한 소재 질감은 찾기 힘들다. 차체 등 하드웨어가 상대적으로 노후됐다는 점도 약점이다. 모델 S의 최초 등장 시기가 2012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제조사마다 보증기간 차이도 제법 있다. 차체 및 일반 부품 보증의 경우, 로터스가 5년/15만km로 가장 넉넉한 보증기간을 제공한다. 수입차 최대 기간일 뿐 아니라 5년/10만km를 제공하는 현대차보다도 넉넉하다. 고전압 배터리 보증의 경우, 세 차종 모두 기간은 8년으로 동일한데 주행거리는 타이칸이 16만km, 에메야가 20만km, 모델 S가 24만km까지 보증한다.
각 항목별로 비교해본 고성능 프리미엄 EV 세단 3종. 과연 2025년 을사년 새해 시장 주도권은 누가 움켜쥘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