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마력 엔진에 190마력 모터를 더해 총 시스템 출력 802마력이다. 가장 강력한 S 클래스의 등장, AMG S 63 E 퍼포먼스다. 지금까지 명멸했던 숱한 S 클래스 중에서 가장 센 힘은, 결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 힘을 품은 몸은 세련된 4도어 세단이다. AMG의 디테일을 살린, 세련된 라인으로 디자인을 마무리했다. 힘과 몸의 언밸런스, 아름다운 역설이다. 눈 밝은 이들은 휠 하우스의 21인치 타이어, 세로로 구성된 그릴, 범퍼 하단부, AMG 배지 등에서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원표의 숫자로 성능을 먼저 만난다면, 몸은 실내의 품격을 먼저 느낀다. 인테리어 디자인, 소재, 조명, 기능, 공간 등이 매우 고급스럽다. 눈과 귀, 손끝으로 전해오는 느낌이 보통의 차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뒷좌석이 그렇다. 시트마다 개별 모니터가 있고, 최고급 가죽이 감싼 넓은 공간이다. 부자의 공간은 이래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두 개의 얼굴을 본다. 고성능 스포츠카이면서 동시에 VIP를 모시는 최고의 쇼퍼 드리븐카로도 손색이 없다. 운전석에서 궁극의 고성능을 확보한 스포츠카를, 뒷좌석 오너석에서는 하이앤드급 럭셔리 세단을 누린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와닿는 부분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주행 정보가 넓은 공간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정면을 주시하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정보가 표시된다.
스티어링휠은 2.0 회전한다. 여기에 리어액슬 스티어링이 조향을 지원한다. 뒷바퀴 조향각은 약 3도다. 저속에선 앞뒤 역방향, 고속에선 앞뒤 같은 방향으로 타이어가 움직인다. 좁은 공간에서 크게 움직일 수 있고, 빠른 속도에서 안정적으로 빠르게 조향한다. 5.3m에 달하는 큰 몸이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조향성능과 관련해 몸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다. 시트의 럼버 서포트다. 차가 방향을 틀 때마다 왼쪽, 혹은 오른쪽 공기주머니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며 기우는 몸을 실시간으로 받아준다. 처음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뒤에서 잡아주는 엄마의 팔처럼, 조금이라도 몸이 기울면 즉각 대응한다. 몸이 기우는 꼴을 잠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 반응이 즉각적이고 분명했다.
시트가 몸이 기우는 걸 막아준다면, 서스펜션은 차체가 기우는 것을 막아준다. 어댑티브 조정 댐핑 시스템 기반의 AMG 라이드 컨트롤 플러스 서스펜션과 AMG 퍼포먼스 4MATIC+ 완전 가변형 사륜구동 시스템이 고속주행안정감을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이 더해져 차체의 높낮이까지 조절한다. 시속 120km를 넘기면 차 높이는 10mm가 낮아진다.
단단하게 노면을 딛고 달리는 반응은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차체의 안정감이 높은 수준에서 완성되어 있다. 빨리 달려도 불안하지 않다.
순수 전기 모드를 포함해 총 7개 주행모드를 확보한 ‘AMG 다이내믹 셀렉트’를 적용했다. 일렉트릭, 컴포트, 배터리 홀드, 스포츠, 스포츠+, 슬리퍼리, 인디비주얼 등 총 7가지 모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V8 4.0 엔진은 612마력이다.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는 190마력이다. 엔진과 모터가 함께 최고출력 802마력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무게다. 이 차의 공차중량은 2,635kg이다. 1kg이 감당하는 무게는 3.28kg이 된다. 메이커 발표에 따르면,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기존보다 0.2초 빠른 3.3초다.
하이브리드용 고성능 배터리 용량은 13.1kWh다. 완충시 기준 최대 25km까지 전기주행이 가능하다고 국내 인증을 받았다. 엔진을 재우고 조용히 속도를 높이는 전기주행의 느낌은 생경하다. 시속 90km를 넘어서는 고속구간에서도 전기주행이 이어진다. 최고 140km까지 전기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메이커의 설명이다. 배터리가 소진돼 전기주행이 불가능해지면 컴포트 모드로 자동 변경된다.
스티어링 휠 아랫부분에 두 개의 버튼이 좌우로 배치됐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른 기능이 적용되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중 우측 버튼은 가운데를 누르면 회생제동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누를 때마다 회생제동시스템의 강도가 변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마음먹으면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수많은 버튼, 이를 조작하는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때로는 너무 버튼이 많아 어찌할 줄 모를 때도 생긴다.
주행 상황이 허용할 때, 차선 변경까지 지원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은 비교적 완성도 높게 작동한다. 차선 변경 지원은 초보 운전자가 아주 편안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작동한다. 재미 삼아 한두 번 해볼 만하지만, 실제로 차선 변경을 할 때는 직접 하는 게 빠르고 편하다.
최고의 성능과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가능하게 하는 건, 가격이다. 물론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얼마면 돼?”를 외치면서 아낌없는 물적 투자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 차의 가격, 100만 원 빠지는 3억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가 좁다. 바닥은 높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그 안에 배치해야 해서다. S 클래스의 여유로운 공간이 트렁크에서는 예외다.
운전자 혹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아주 많은 기능이 있다. 너무 많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계기판 구성도 선택 폭이 넓다. 너무 넓어서 선택하기 어렵다. 선택받지 못하는 버튼, 화면, 기능들이 많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선택의 즐거움’이라는 핑계로, 메이커가 선택해야 하는 과정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