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르노 그랑 콜레오스, 엔진 품고 달리는 모터. 전기차 같은 하이브리드

드디어 그랑 콜레오스의 등장이다. 르노코리아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차다. 지난 부산모빌리티쇼에서 팡파르를 울렸고, 이제 본격 판매에 나선다. 시승을 위해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그랑 콜레오스를 만났다. 시승차는 e테크 하이브리드 에스프리 알핀 트림이다.

4년여만의 신차. 르노 임직원들의 눈빛이 다르다. 또 다른 신차도 예고되어 있다. 긴 터널을 벗어나는 셈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만들었다. 프렌치 감성을 담은 SUV다. 실내 스티치에 3색 컬러를 적용해 프랑스 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로장쥬 엠블럼을 중심으로 풀어낸 디자인은 단정하다. 앞은 개성 있고, 뒤는 단정하다. 로장쥬를 옆으로 누인 마름모꼴의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 직선을 위주로 일자형 램프를 강조한 뒷모습. 절제된 디자인에 힘이 담겼다. 흠집인 듯, 패인 듯, 연료 주입구에 두 개의 홈이 있다. 숨긴 듯 드러낸 디자이너의 유머다.

시동을 걸고 공장 정문을 빠져나오기까지 한 100m쯤 됐을까. 전기차 같은 SUV라는 사전 설명에 백 퍼센트 동의하게 된다. 엔진은 숨어있고 모터가 앞선다. 조용히 미끄러지듯 초반 움직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기차 같다.

모터 두 개 엔진 하나 그리고 3단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구동 모터 출력 100kW, 시동 발전 변속 담당 모터 출력 60kW, 엔진 출력은 144마력이다. 총 시스템 출력 245마력. 공차중량은 1,750kg이다. 변속기는 3단이지만 모터가 변속에 개입하면서 아주 다양한 힘의 조합을 구현한다.

편하게 운전하지만 파워트레인의 작용은 대단히 복잡다단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히 제 몫을 다하는 파워트레인이다. ‘뒷것’의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노가 있고 AI모드가 하나 더 있다.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맞춰 주행모드를 맞춰주는 시스템이다. AI모드를 택하고 움직이면 된다. 필요에 따라 각 주행 모드를 택하면 되고 애매하면 AI다. 주행 모드는 원형 레버를 돌리거나 모니터를 터치해서 선택하면 된다. 레버 조작감과 조작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몇 단계로 작동한다. 변속 레버를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밀면서 회생제동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강하게 약하게 중간 혹은 자동으로. 복잡하게 작동하는 변속 작용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는 없다. 패들은 없고, 변속 레버는 회생제동을 조절하게 돼서다. 이것저것 만지면서 운전자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는 이들에겐 조금 심심한 부분이다. 자꾸 회생제동만 조절하게 되는 이유다.

움직임은 조용하고 가볍다. 킥다운이 없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숨어있던 엔진이 존재를 드러낸다. 엔진소리는 거칠지 않아 부담 없다. 고속주행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가벼움과 적당한 무거움이 함께 느껴진다. 차체 반응은 경쾌하고 가벼운데 페달을 깊게 밟아 재촉하면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출력 부족은 없다. 언제든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어준다.

조용하다. 저속에서는 전기차 같은 적막함이, 중고속 영역에서는 낮은 엔진소리와 새근거리는 아이 숨소리 같은 바람 소리가 들린다. 보스 오디오를 통해 작용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있다. 차체 하부를 커버로 덮어 바람 소리도 크지 않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3개 차로를 모니터하면서 차간거리 유지, 차로 중앙 유지를 자연스럽게 해낸다. 코너에서도 한 치 오차 없이 차선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완전 정지까지도 해낸다.

하이브리드용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1.64kWh다. 하이브리드용으로는 제법 큰 용량이다. 그만큼 더 멀리 전기 모드로 갈 수 있으니, 파워트레인의 효율도 좋아진다. 배터리는 수랭식으로 열관리를 한다. 시승차인 에스프리 알핀 트림의 공인복합 연비는 15.0km/L. 통영-거제간 50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16.4km/L를 기록했다.

최저지상고 211mm를 획보했다. 오프로드 주행할 때 차체가 높으면 유리하다. 차체 높이만으로도 어지간한 오프로드를 잘 달릴 수 있는 체격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12.3인치 모니터 3개를 이용해 계기판, 센터패시아 모니터, 그리고 조수석 모니터까지 확보했다. 고급 수입차에서도 만나기 힘든 편의장비다. 조수석에서 유튜브를 보고 네이버 웨일 웹브라우저를 통한 인터넷 서핑,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블루투스 헤드폰 연결을 통해 조수석에서 소리를 따로 즐길 수 있다.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모니터가 보이지 않는다.

티맵 내비게이션은 이제 완전한 대세다. 난다긴다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내비게이션시스템은 티맵으로 모이고 있다. 르노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누구 오토’도 있다. 음성 명령을 통해 많은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앞뒤 차창에는 큐알코드가 있다. 큐레스큐 코드다. 사고 등의 긴급상황에서 구급대원 등이 도착했을 때 이 큐알코드를 통해 차의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어 인명 구조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골든타임 확보에 도움이 되겠다.

트림별 판매가격은 ▲테크노 3,777만원 ▲아이코닉 4,152만원 ▲에스프리 알핀 4,352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3단 변속기에 패들 시프트는 없고, 변속레버는 회생제동 조절에 사용하니 수동변속을 할 방법이 없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이들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선루프는 없다. 옵션 선택도 안된다. 선루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 선택 폭을 줄인다는 점에서 역시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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