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주행 중인 어벤저 전면’ 사진=스텔란티스 코리아

과하지 않다. 이 시대를 사는데 딱 필요한 필수 요소들을 담았다. 지프의 첫 번째 순수 전기 SUV ‘어벤저’다. 어벤저를 타고, 28일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남양주까지 35km 구간을 달렸다.

어벤저는 지난 2022년 9월 지프 4Xe데이를 통해 레곤, 왜고니어 S와 함께 공개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벌써 유럽 내 누적 판매 10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만 1년 넘게 판매되던 어벤저는 이제 아시아로 넘어와 첫 상륙지를 한국으로 정했다. 그만큼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지프의 상징인 7개의 세로형 그릴과 일체형 헤드 라이트. 작지만 골리앗을 향해 돌팔매를 들었던 다윗이 생각난다.

‘어벤저 측면’사진=이상진

4,085×1,775×1,530mm의 아담한 사이즈. A필러부터 D필러까지 이어지는 지붕선은 어벤저의 역동성을 드러냈다. 2,560mm의 휠베이스. 2열에 앉으면 머리 위와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반 정도가 남는다. 보통의 소형 SUV는 2열 공간은 매우 비좁다. 하지만, 어벤저는 앞뒤 오버행을 짧게해 휠베이스를 길게 확보할 수 있다.

대시보드 위로 태블릿 PC 모양과 같은 10.25인치 터치식 디스플레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아래는 공조 버튼과 변속 버튼이 더해졌다.

불필요함을 덜어내는 세상. 내비게이션 맵은 내장되어 있지 않다. 무선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주행 중 필요한 길 안내를 받게 된다.

‘어벤저 후면’ 사진=이상진

락투락 2.6회전 한다. 조향 반응은 상당히 가볍다.

어벤저에는 54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고출력 115KW (156마력), 최대토크 270Nm (27.6kg.m)의 성능을 발휘해, WLTP기준 400km, 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 최대 292km의 거리를 갈 수 있다.

아담한 차체. 어벤저는 강남의 복잡한 일방통행로도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트럭이 세워진 좁은 골묵에서 신경전을 펼 필요도 없이 물 만난 미꾸라지 마냥 잘도 피해 움직인다.

‘어벤저 실내’ 사진제공=스텔란티스 코리아

어벤저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방향 전환 지시등이나 비상등을 키면, 비상등의 깜빡임에 맞춰 북소리 장단음이 나온다. 어벤저의 소소한 재미있는 기능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이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서울 시내. 오로지 느껴지는 것은 노면의 자잘한 진동만이 엉덩이를 타고 흐른다. 들리는 것은 주변 차량이 지나가는 자잘한 소음뿐. 생각보다 잘 이뤄진 흡음재 처리에 동승한 기자와의 대화는 끊김없이 이어진다.

어벤저는 전기차지만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게 가속을 이어나가 준수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보통의 전기차 대부분이 무단 변속으로 급격한 주행이 이뤄져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불쾌감이 올라오지만, 어벤저는 전기차에서 오는 이질감을 찾을 수 없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하고 천천히 들키지 않게 발길을 옮기는 작은 맹수와 같다.

‘주행 중인 어벤저’ 사진제공=스텔란티스 코리아

고속에서도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바람 소리는 운전자의 귓가에 애기 콧노래 같은 흥얼거림으로 운전자를 즐겁게 만든다.

D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회생 제동 모드로 바뀐다. 회생 제동의 느낌도 가속할 때와 마찬가지로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주행보조 시스템도 더해졌다. 언제나 서울 주변은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이 상황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정답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자신의 속도만을 고집하지 않고, 차량 통행 흐름에 맞춰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장거리 주행이나 정체로 몸살을 앓는 도로, 집중이 조금이라도 흐트려지면 사고의 위험이 노출된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이러한 상황에서 잠시라도 운전자의 피로도와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낮춰준다. 이외에도 알티튜드 트림에는 사각지대 및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더해 만일의 안전 사고에 대비한다.

‘주행 중인 어벤저’ 사진제공=스텔란티스 코리아

도시형 전기 SUV라고 온로드만 잘 달릴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어벤저는 지프 혈통답게 오프로드 주파 능력도 수준급이다. 어벤저에 장착된 셀렉 터레인 시스템이 울퉁불퉁한 험로를 주파해 나간다. 거기에 화룡점정은 힐 디센트 컨트롤로 비탈진 내리막길, 어벤저는 흐트러짐 없이 아빠 손을 잡고 내려오는 아이처럼 잘도 내려온다.

어벤저는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 않은 기존의 내연기관 모델과 가장 이질감이 없는 현실적인 이 시대의 바람직한 전기차의 표본을 내세웠다. 배려심 많은 어벤저의 인기 몰이가 기대된다.

시승차는 어벤저 알티튜드 트림으로 가격은 5,640만 원이다.

‘어벤저 엔진룸’ 사진=이상진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