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벤츠 CLE 450 4매틱 카브리올레의 ‘여유와 낭만’

오픈카, 컨버터블, 카브리올레. 같은 의미의 서로 다른 말이다. 시승차의 이름에 있는 카브리올레로 통일하기로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CLE 450 4매틱 카브리올레다.

CLE는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보디, 그리고 200과 450의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국내 판매 라인업을 구축했다. 투도어 오픈톱이다. 지붕은 검은색 소프트톱을 적용해 카브리올레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벤츠의 자부심을 한가득 담았다. 스타 패턴으로 채우고도 모자라 한가운데 왕별, 그 위 보닛 끝에도 벤츠 엠블럼을 배치했다. “나는 벤츠다”를 무한반복 하는 시각적 메시지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설렌다. 지붕 열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언제 열까. 타인의 시선을 즐길 배짱이 있다면 도심 한가운데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카브리올레는 그런 맛에 타는 차다. 지붕을 열고 차창 밖 풍경을 즐기는 동시에 내 차를 보는 타인의 시선을 아는 척 모르는 척 적당히 즐기는 차다.

물론 이게 불편하면 조용한 곳에서 지붕을 열고 달려도 좋다. 한적한 교외, 석양의 해변이라면 더없이 좋겠다. 그게 도심이건 해변이건 중요하지는 않지만, 8월의 한낮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내려꽂히는 햇살이 따갑기 때문이다.

강남 도심에서 지붕을 닫고 출발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앞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까지 견뎌야 하는 만큼 지붕을 열기가 부담스럽다. 조용하다고는 하지만 세단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카브리올레 치고는 조용한 편이다. 소프트탑 카브리올레에서 조용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카브리올레에서는 차창을 파고드는 바람 소리까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속도를 올리면 바람 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4,850×1,860×1,430mm 크기, 휠베이스는 2,865mm다. 시트 포지션이 낮다. CLE 카브리올레는 C 클래스 세단보다 차체 높이가 10mm 낮다. 운전석이 낮으면 같은 속도에서 더 빠른 속도감을 느낀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주행 질감을 마주하게 된다는 의미다. 카메라를 낮춰 도로에 가깝게 할 때 아주 빠른 속도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효과다. 지붕을 열면 그 느낌은 배가 된다.

뒤가 넓어졌다. 눈대중으로도 그렇고 앉아보면 확실하게 알게 된다. 문이 두 개라 어차피 뒷좌석은 좁을 것이란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 좌우의 경계를 이루며 공간을 제약하고 있지만 4인승이어서, 즉 뒷좌석 가운데 좌석이 없어 문제가 될 건 없겠다.

직렬 6기통 3.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381마력, 토크는 51.0kgm다. 공차중량이 2,045kg으로 1마력당 5.36kg의 무게를 감당한다. 2톤 넘는 몸이 가볍게 움직이는 이유다. 9단 자동변속기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힘과 효율을 높은 수준에서 병립시킨다. 시속 100km에서 분당 엔진 회전수는 9단 1,300rpm에서 3단 4,900rpm을 넘나든다. 9단에서 높은 효율, 3단에서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힘을 만나는 것.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17kW의 힘을 더하고, 글라이딩, 부스팅, 회생제동 등의 기능을 해낸다. 연료 사용 없이 탄력 주행을 하고, 가속할 때 힘을 보태고, 회생제동으로 효율을 높이는 알뜰 살림꾼의 역할을 맡은 셈이다.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었지만, 실내는 시원했다. 아직 지붕을 열지 않아서다. 다이내믹 바디컨트롤 서스펜션은 연속적으로 앞뒤 차축의 댐핑을 조절한다.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각 휠의 조향 특성과 댐핑 특성 개별 제어해 주행 상황, 속도 및 노면 상태에 맞게 조절해 준다고 벤츠는 설명하고 있다. 그 작동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무랄 데 없는 승차감이라는 데 동의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높일 때 매력 넘치는 엔진 사운드를 만난다. 속도가 빠르게 높아져 그 소리를 오래 들을 수는 없다. 잠깐, 잠깐 수시로 페달을 밟으며 두툼한 엔진 사운드와 짜릿한 속도감을 즐겼다.

지붕을 여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워낙 더운 날이어서다. 버튼을 눌러 지붕에 틈이 생기기 무섭게 8월의 열기가 덮친다. 지붕이 접히니 차의 안과 밖 경계가 사라졌다. 시속 60km 미만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여닫는 시간은 20초.

지붕을 열면 어수선해진다. 바람은 들이치고, 머리는 흩날린다. 아차 하면 모자가 날아가 버린다. 지붕 열기 전에 실내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지붕을 열고 나서 해야 할 일도 있다. 에어캡을 작동시키는 것. 버튼을 누르면 차창 윗부분에서 스포일러가 각도를 잡아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의 각도를 잡아준다. 뒷좌석 헤드레스트 사이로 윈드디플렉터도 올라온다. 실내로 몰아치는 바람을 잡아주는 것. 휘날리던 머리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폭풍이 멈춘 듯 실내는 차분해진다. 에어로다이내믹의 실체를 만나는 순간이다.

에어스카프 기능도 있다. 헤드레스트 아랫부분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한겨울에도 지붕을 열라고 유혹하는 장치다. 12월 어느 날 지붕을 열고, 뒷머리에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근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카브리올레는 여유와 낭만이 포인트다. 빠르게 바쁘게 달리는 차가 아니다. 지붕 열고 천천히 여유롭게 달리면서 차창 밖 풍경을 즐기고, 바깥에서 내 차를 보는 이들의 시선도 적당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 타기 힘든 차가 카브리올레다.

다양한 주행보조 시스템, 안전 및 편의장비는 굳이 따져볼 필요 없다. 우리가 아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준에 딱 맞춰졌다. 차선 변경까지 부드럽게 보조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 도로 조명 상태, 교통상황, 주행 경로, 날씨 등의 조건을 고려해 헤드램프 밝기를 최적화해 주는 디지털 라이트, 증강현실이 적용된 내비게이션, 360° 카메라가 포함된 주차 패키지 등이 적용됐다.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기술이 적용된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는 모두 17개 스피커와 710W 앰프가 적용됐다. 시트 등받이에 스피커가 있어 더 깊고 생생한 소리를 들려준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마사지 기능이 있다.

판매가격 1억 80만원. CLE 200 카브리올레는 7,880만원이다. 가성비로 탈 차는 분명 아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하는 공간이 좁다. 두 개의 컵 받침 안쪽, 센터패시아 제일 아래, 막혀있는 좁은 공간에 스마트폰을 집어넣게 되어 있다. 컵홀더에 컵이라도 있으면 막힌 공간 사이로 스마트폰을 넣고 빼기가 ‘대략 난감’이다.
센터패시아 모니터는 버튼을 눌러 40도까지 세울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벌떡 일어서는 반응은 조금 어색하다. 각도를 조절하면 좀 더 선명하게 볼 수는 있겠으나, 어느 각도에서도 보는데 불편하지 않다. 각도 조절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오버 스펙에 가깝다. 모니터 각도를 조절하는 기능은 없어도 좋겠다. 아니, 없는 게 낫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