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제네시스 GV70, 마르지 않는 샘

제네시스의 중형 SUV GV70이 신형으로 교체됐다. 3년여만의 변화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포함해 앞뒤로 소소한 디자인 변화를 줬고 3.5 터보에 2WD를 추가하는 등 상품 구성을 다양화했다.

엔진은 두 개다. 2.5 터보와 3.5 터보. 각각 스포츠 패키지를 더할 수 있다. 변속기는 8단 자동. 현대차에서 제공한 시승차는 최고 트림의 풀옵션 모델이다. 3.5 터보 스포츠 패키지 풀옵션으로 AWD까지 적용했다.

지브이 세븐티보다 입에 착 감기는 이름 지비칠공.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형 SUV다.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하단부의 에어인테이크가 스포츠 패키지의 차별화된 디자인 포인트다. 실내에선 D 컷 스티어링 휠과 스티치를 적용해 차별화했다.

실내는 온통 빨간색. 화려함의 극치다. 강렬한 레드컬러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다. 레드가 싫으면 블랙 모노톤이나 브라운-그레이 투톤을 고려해 볼 만하다. 보디 컬러와 인테리어 컬러에 많은 선택지가 준비되어 있으니 찬찬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강조한다. 코리안 프리미엄을 보여주는 브랜드라는 것. 스티어링휠과 대시보드에 한 땀 한 땀 스티치가 시각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그뿐 아니다.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전 및 편의 장비들을 풍부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 음성명령 시스템이다. 대화하듯 편하게 말하면 대부분 통한다. 특히 메뉴를 찾기 애매하면 그냥 음성명령 버튼을 눌러 음성으로 요청하면 된다. 메뉴를 찾기가 복잡해 한참을 헤매다 음성명령 버튼을 눌러 요청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켜줘(혹은 꺼줘)” 곧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차창에 펼쳐졌다. 메뉴 찾아 헤매지 말고 그냥 음성명령을 이용하면 된다. “엉따(엉덩이 따뜻하게)” “선루프 열어줘” 등의 명령에 충실히 대응한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실내 온도를 정하고 차창을 내리고 닫는 것은 물론이다. 목소리로 통한다. 수입차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내비게이션은 주변의 경치 좋은 길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27인치 통합 모니터는 정보와 기능의 화수분이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메뉴가 펼쳐진다. 버튼 누르다 밤을 새울 지경이다.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거나, 조그셔틀 레버를 조작해 사용할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2.5 회전한다. 4,715×1,910×1,63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875mm다.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필요한 공간은 확보했다. 다만 뒷좌석에 높이 솟은 센터 터널은 부담스럽다.

3.5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80마력의 힘을 자랑한다. 힘만큼이나 중요한 게 무게다. 공차중량 2,055kg. 마력당 무게는 5.4kg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힘차게 내달리면 2톤 넘는 몸이 새털처럼 달린다. 잠깐 사이에 큰 힘을 몰아 쓸 때 잘 대응한다. 순발력 있는 대처가 가능한 것.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한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과 굴곡을 단단하게 딛고 달린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사나운 반응을 드러낸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단단한 구동력을 드러낸다. 고속주행할 때는 사륜구동의 안정된 주행 자세도 만날 수 있다.

엔진을 앞에 배치한 SUV여서 무게 균형은 불리하다. 무게 중심은 높고 앞으로 쏠려 있다. 그나마 사륜구동이 작동해 주행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안정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시속 110km까지의 일상 주행 영역이라면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용한 실내가 주행 안정감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과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해 실내는 조용한 편이다. 고급차의 안락한 실내를 잘 구현해 내고 있다. ANC는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선택하면 적용된다. 센서와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 노면 소음을 측정하고 분석한 뒤 반대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패들시프트가 재미있다. 수동 변속으로 엔진 사운드의 변화를 즐기며 달리는 맛이 쏠쏠했다.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8단 1,500rpm, 3단 4,600rpm이다.

초보 운전자들이 좋아할 기능이 있다. 주차 보조와 차선 변경 보조. 주차장의 빈공간을 읽어 스스로 주차를 해준다. 스마트키 측면에 있는 버튼을 이용해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차를 전진 혹은 후진시킬 수도 있다. 핸들을 쥔 상태에서 이동 방향이 비어있고 차선이 점선이면 차가 알아서 차선 변경까지 해준다. 초보 운전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차선 변경과 주차를 편하게 할 수 있어 반가운 기능이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런 신박한 기능에 너무 의지하면 운전 실력이 늘지 않을 수는 있겠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 높게 구현된다. 카메라와 센터들이 전후좌우를 빈틈없이 모니터링하고 주행을 지원한다. 계기판을 통해 주행 보조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내 차선을 중심으로 좌우 차선까지 3개 차선을 감시하는데 함께 달리는 차들은 각각 하나의 덩어리로 표시된다. 큰 차 작은 차 버스 상용차 등의 구분은 없다. 정해진 속도로, 제한 속도를 인식하며, 차간거리와 차선을 유지하며 안정된 자세로 달렸다. 운전자는 점점 할 일이 없어지고 있다.

영종도에서 서울 서초동까지 68.6km를 1시간 41분 동안 에코 모드로 달린 연비는 11.2km/L로 공인 연비 8.3km/L보다 리터당 2.9km를 더 달렸다.

판매가격은 2.5 터보 5,380만 원부터 시작한다. 3.5 터보 시작 가격은 5,930만 원. 스포츠 패키지를 선택하면 2.5 터보 5,695만 원, 3.5 터보 6,265만 원부터 시작한다.

GV70은 역시 제네시스다. 한국 차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슷한 주행 품질을 확보했고 안전 및 편의 장비는 더 앞서고 있다. 코리안 프리미엄 중형 SUV 모습을 완성도 높게 잘 보여주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절 레버와 변속레버가 비슷한 형태로 비슷한 곳에 있어서 헷갈린다. 급하게 작동할 때, 혹은 운전하면서 시선을 딴 데 두고 작동할 때 특히 더 그렇다. 레버의 형상과 위치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트렁크 바닥은 높다. 그만큼 짐을 높이 들어올려야 트렁크에 실을 수 있어 불편하고 힘이 든다. 그 아래 배터리를 설치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트렁크 바닥이 왜 이처럼 높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