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기차 EQA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다. 약 3년 만의 모델 변경이다. 상품구성을 조정했고 디자인을 일부 변경했다. 개선한 부분도 보이고, 원가절감을 노린 부분도 보인다. 가격은 동결했다. 소소한 변화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변화가 가장 먼저 보인다. 벤츠의 삼각별 패턴을 적용한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EQ 시리즈 상급 모델과 같은 형태를 적용해 EQ 라인의 패밀리룩 효과를 내고 있다.

상품구성이 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터치 컨트롤 패널이 없어졌다는 것.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조절하는 터치 컨트롤 패널을 빼고 화면 터치 혹은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조절하게 했다. 원가절감 효과가 있겠다.

스마트폰은 무선 연결이 된다. 이전 모델에선 유선으로 연결해야 했다. 노면 방지턱을 지나거나 충격을 받으면 내비게이션 화면이 끊기는 등의 불편이 있었는데, 무선 연결로 그런 불편은 사라졌다. 반가운 변화 중 하나다.

스티어링휠은 신형으로 교체됐다. 터치 버튼을 이용해 주행 보조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한다. 락투락 2.5회전은 컴팩트 SUV에게 딱 좋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65.9kWh다. 배터리를 꽉 채우면 367km를 달릴 수 있다고 인증받았다. 유럽에서는 WLTP 기준으로 528km로 인증받았으니, 한국 인증 기준이 훨씬 까다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주행가능 거리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멀리 가려면 더 큰 배터리를 써야 한다. 큰 배터리는 무겁고 연비에 안 좋다. 연비가 나쁜 친환경 자동차는 자기모순이다. 전기차라면 무거운 배터리로 멀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지 못해도 가벼운 배터리로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친환경 자동차가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건,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는 것보다 빨리 편하게 충전하는 것이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시작해, 메이커가 권장하는 80%까지만 충전한다고 치면, 배터리는 70%만 사용하게 된다. 주행 가능 거리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들면 조금 불편하겠지만, 적응하면 괜찮아진다. 전기차를 실제로 타는 오너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을 보면 전기차 보급이 주춤거리는 요즘 상황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전기차로 향하는 자동차 산업의 큰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구자석동기식(permanently excited synchronous machine, PSM) 모터는 최고출력 140kW (190마력)이다. 싱글 모터 앞바퀴 굴림으로 구동한다. 내연기관의 앞바퀴 굴림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보인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있어 무게중심을 낮춰서 꽉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시속 100km 정도까지 속도 영역에서 주행 안정감은 나무랄 데 없다.

8.5초. 시속 100km까지 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컴팩트 SUV임을 고려하면 제법 빠른, 하지만 절대 시간으로는 그다지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순간 가속은 압권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꾹 밟으면 시트가 몸을 밀어내는 강한 힘을 느낀다. 조용하게 드러나는 스포츠카 같은 반응이 인상적이다.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최고속도는 시속 160km까지다. 빨리 달릴 때 고마운게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깔끔하고 선명한 화면으로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보여준다.

주행보조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차간거리와 차선을 유지하면서 움직인다. 액티브 파킹어시스트 기능도 있어 주차도 편했다. 내비게이션에 증강현실이 적용됐다. 교차로에서 실제 도로 화면에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려준다.

패들을 적극 이용하면 브레이크 밟을 일이 거의 없다. -패들을 당기면 강한 회생제동이 걸려 마치 브레이크를 잡은 것 같은 반응을 보인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길게 작동시키면 ‘D 오토’ 즉 ‘인텔리전트 회생제동’이 된다. 전기차지만 패들을 이용해 운전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공인 복합 연비는 5.0km/kWh다. 기존보다 효율이 더 좋아졌다. 춘천-서울간 101km를 2시간 9분 동안 달려 7.2km/kWh를 기록했다. 대단한 효율이다.

판매가격은 EQA 250 일렉트릭 아트가 6,790만원, EQA 250 AMG라인이 7,360만원으로 이전과 같다. 가격 동결은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가격 인상이다.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충전용 전기 요금도 해마다 비싸지고 있다. 혜택은 줄고 부담은 늘고 있다. 전기차를 사기로 작정했다면 빨리 사는 게 유리하다. 단, 충전을 생각해서 판단해야 한다.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면 전기차를 안 살 이유가 없다. 충전이 불편한 상황이라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좋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가 좁다. 골프백 하나가 제대로 안 들어가 뒷시트를 접어 세로로 넣어야 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탓이다. 충전도 100kW까지만 대응한다. 200kW 충전기에 물려도 충전 속도는 80kW 정도에 머문다.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

https://youtu.be/GUrhfArLd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