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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고수’ 어코드 하이브리드와의 커피 한 잔

다시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50년 역사를 가진 혼다의 대표 주자로 벌써 11세대에 이른다. 일본 브랜드 혼다가 미국에서 만든 차를 한국에서 만나니, 그 안에 한미일 글로벌한 세계가 담긴 셈이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풀 LED다. 얇은 라인을 통해 빛을 뿜는 모습이, 어둠 속에서 꽉 차오르는 아우라가 인상적이다. 스타일을 제대로 보려면 옆에서 봐야 한다.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운전석 위의 지붕을 정점으로 뒤로 낮아지는 라인이 보통의 세단과 다르다. 루프 라인 경사가 세단치고는 심한 편이라 뒷좌석이 좁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기우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공간은 넓고 여유 있다.

4,970×1,860×1,450mm. 무려 65mm 길어졌다. 4,970mm니까 그냥 5미터라고 보면 된다. 경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90mm가 더 길다. 길이는 키워 공간을 넓히고 너비는 적정 수준을 유지해 좁은 주차 공간 등에 대비했고, 높이는 낮춰 주행 안정감을 확보하고 있다. 영리한 사이즈다.

운전석에서 차체 잦아들다 보면 차가 낮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의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인데,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다. 차창을 열어 고속도로 통행권을 뽑을 때, 도어를 열고 발을 내디딜 때 생각보다 가까운 노면을 느낄 때다. 차가 생각보다 낮게 다가온다.

검소한 인테리어다. 화려하게 드러내고 자랑하기보다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형식을 택하고 있다. 계기판과 센터패시아 모니터의 조명이 그렇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단색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지만 지금까지의 하이브리드와는 조금 다른 형식이다. 엔진이 주력이고 모터가 보조 파워였던 보통의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혼다는 모터를 주 동력원으로 앞세웠다. 엔진은 백업용이라고 보면 된다. 이른바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2.0L 직분사 앳킨슨 엔진, e-CVT를 택했다. 엔진 출력은 147마력이고 모터는 184마력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모터가 대응한다. 엔진은 반응이 없다. 낮은 속도로 움직일 때도 모터가 먼저다. 게으른 아이처럼, 엔진은 늦다.

그런 엔진이 부지런 떨 때가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다. 나 여기 있음을 알리려는 듯 박력 있는 소리를 과시하며 나선다. 반응이 에코 모드에서는 느슨했고, 스포츠 모드에선 빨랐다. 모터와 엔진이 어우러지며 경쾌한 움직임으로 속도를 높였다. 굉장한 엔진 소리가 먼저 들리고 몸이 허둥지둥 뒤를 따르는 움직임이 아니다. 소리와 몸이 같이 달린다. 무림 고수의 움직임처럼 헛된 동작이 없다. 간결하지만 정확히 급소를 타격하는 고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탄다는 건 일종의 두뇌 게임이다. 운전자가 주도적으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e 드라이브’ 버튼을 이용하는 과정이 게임과 같다. EV 모드로 달릴지,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달릴지 선택할 수 있다. 주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기를 쓸지 가솔린을 쓸지 선택하는 게 일종의 전략 게임처럼 머리를 써야 하는 과정이다. 고속도로에서, 도심에서, 배터리 상태를 보며 e 드라이브 버튼을 누르고 해제하는 과정이 또 다른 의미에서 ‘운전하는 즐거움’이다. 정답은 없다. 자동차, 도로, 연료, 배터리 등의 상황을 운전자가 분석하고 앞으로 펼쳐질 상황까지 예측하며 판단하고 적용하면 그게 내 차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 되는 셈이다.

‘혼다 센싱’은 혼다가 자랑하는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조향에 개입하며 운전자를 돕는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까지 새로 적용해 막히는 도심 도로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혼다 센싱이 중요한 건 안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아차 하고 실수하거나 놓치는 부분이 생길 때 빈틈 없이 상황을 모니터하는 혼다 센싱이 개입해 바로 잡아주기 때문이다. 혼다 센싱이 철벽수비를 펼치는 셈이다. 안전과 관련한 최후의 보루는 10개의 에어백이다.

연비는 놀랍다. 지난 3월 유튜브 촬영을 통해 리터당 31.8km의 연비를 확인한 바 있다. 에코 모드로 최고 수준의 경제 운전을 통해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확인해 본 실주행 연비다. 공인복합 연비 16.7km/L도 대단히 우수한 연비인데, 그보다 두 배가량 더 좋은 연비라니. 직접 확인하고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번에는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 달렸다. 평택에서 서울까지 주행거리는 84.7km였다. 에코모드를 주로 사용했지만 간간이 스포츠 모드를 사용해 빠르게 달리기도 했다. 85km를 달리는 데 두 시간 30분이 걸릴 정도로 도로는 막혔다. 서울 도착이 6시 30분이었으니 저녁 시간의 지독한 교통 체증도 거쳤다. 결과는 18.1km/L. 리터당 30km를 넘게 달렸던 기록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연비지만, 공인복합 연비보다 리터당 2.4km를 더 달렸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결과다. 연비 신경쓰지 않고 운전해도 최고 수준의 연비를 기대할 수 있겠다.

주위에 10년 넘게 혼다를 탄다는 이들이 제법 있다. 잔고장이 없어서 오래 탄다는 의미다. 그래서 문제라는 농담을 할 정도다.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판매가격은 5,340만원. 달러당 1,400원을 넘보는 요즘 환율을 보면 이 가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를 도입했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모델을 살펴보고 견적 뽑고 계약까지 가능하다. 그 이후에 영업소를 소개받아 출고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가능하다면 시승해 볼 것을 권한다. 혼다코리아가 분당에 문을 연 카페 ‘더 고(the go)’를 이용하면 된다. 시승센터 역할을 하는 카페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고 방문하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큐 레이터가 옆에 앉아 차의 기능을 하나하나 상세하고 설명해 준다.

계약서 써야 하나 이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큐 레이터들이 자동차에 죽고 못 사는 이들이라,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집 커피가 아주 맛있다. 시승 마치고 커피에 케이크 한 조각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5,000만원대 수입차인데 내장된 내비게이션이 없다. 스마트폰을 무선 연동시켜 사용한다. 안드로이드 오토, 혹은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는 날에는 곤란하겠다.
트렁크 상단에 노출된 철판은 보기 안좋다. 마감재를 덧대면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일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기술이 필요하거나 큰 비용이 드는 부분도 아닌데 말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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