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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될 수 있는 차, ST1

현대차가 완전히 새로운 차를 추가 했다. ST1이다.

ST1은 이름인가, 아닌가. 지금까지 현대차의 작명법에 어긋난 이름이어서 어색하다.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하고 있다. 뭔가 의미를 잔뜩 부여한 것 같기는 한데 확 와닿지 않는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차”라고 설명하면 조금 쉬워진다. 택배차로 쓸 수 있고, 캠핑카로 만들 수 있고, 이동식 카페로도 변신할 수 있다.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등 특수 차량은 물론 그 안에서 채소를 키울 수도 있다. “어떤 차를 원하는가? ST1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현대차가 이 차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아니었을까?

또 하나, 소프트웨어에 주목해야 한다. 데이터 오픈 API를 적용해 이 차에서 쓸 수 있는 어플을 제3자가 만들 수 있다. 택배차로 쓸 때 사용할 어플리케이션을 현대차가 아닌 제3자가 만들어 ST1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차의 위치, 속도, 시동 여부, 배터리 잔량, 운행분석 데이터, 도어 개폐, 충전 플러그 연결 여부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화물차다. 철저하게 맡은 소임에 충실해야 하는 차다. 앞서 언급한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차일 수밖에 없다. 멋과 성능을 뽐내는 차와는 거리가 멀다.

일단 크다. 길이 너비 높이가 5,625×2,015×2,230mm다. 좁은 골목에서 회전할 때 옆구리, 뒷부분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 타이트하게 바짝 코너를 돌면 식은땀이 난다. 여유가 있게 멀리, 두세 번에 나눠서 코너를 도는 게 안전할 때가 많다.

1.5 박스 스타일의 세미 보닛 타입이다. 보닛이 살짝 나와 있어서 충돌 안전에 유리한 면이 있다. 보닛 안에는 신발 한 켤레 여유 있게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24.8리터)이 있다. 화물칸 테두리 부분으로는 플라스틱 재질의 프로텍터를 덧대어 긁힘에 대비했다.

유선형의 루프 스포일러는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A 필러와 사이드미러 사이에도 몇 개의 핀을 적용했다. 바람의 저항과 소음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앞, 옆으로 썼고 흡차음재도 충분히 적용했다고 현대차는 설명하고 있다. 시속 90km 전후의 속도에서 잔잔한 바람소리 정도 들린다.

12.3인치 컬러 LCD 디지털클러스터와 10.25인치 전용 내비게이션 화면을 적용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 적용, 작동할 수 있다. 눈에 뜨이는 건 브레이크 모드 설정. 짐을 싣고 다니는 카고 트럭인만큼 브레이크에 노멀 모드와 카고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명령할 수 있지만, 승용차만큼 잘 인식하지는 못한다. “더워” “엉따” “차창 열어줘” 같은 명령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오디오, 목적지 설정 등은 쉽게 할 수 있었고, 세차하기 좋은 날을 물어보면 현재 위치와 날씨 등을 연계해 센스 있게 대답한다.

실내에는 수납공간이 많다. 도어에만 상중하로 세 군데 수납공간이 있고, 넓은 센터 콘솔, 센터패시아 하단부, 오버헤드 콘솔 등에 널찍한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넣어둘 곳이 많아 정리 정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찾기 힘들겠다.

카고 트럭인만큼 적재함이 중요하다. 운전석에서 내려서 바로 적재함 문을 열 수 있다. 전동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는데, 스마트 키를 소지한 채 차에서 멀어지면, 열린 문이 스스로 닫힌다. 대신 문이 열리는 곳이 인도가 아닌 도로 방향이어서 작업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뒷문은 트윈 스윙도어다. 양쪽으로 90도로 열리고 고정할 수 있다. 보조 발판을 넣어 적재함에 오르내리기가 편하다. 낮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정도다. 380mm 높이에 발판을 뒀고, 적재함 바닥 높이가 495mm다. 발을 두 번 디디면 적재함이다.

적재함 높이는 1,700mm. 키가 172cm인 기자가 허리를 숙이지 않고 설 수 있는 공간이다. 적재함 안에서 편한 자세로 물건을 옮길 수 있겠다. 적재함 길이는 2,642mm, 너비는 1,810mm다. 휠하우스가 안으로 튀어나와 있어 공간을 잡아먹고 있다. 캠핑카로 꾸미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혹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서 공간을 어떻게 나눠쓸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 훌륭한 나만의 차로 거듭날 수 있겠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이다.

ST1은 전기차다. 내연기관의 3세대 플랫폼을 낮춰 건기차로 만들었다. 76.1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1회충전 주행 가능거리 317km로 인증받았다. 배터리 충전은 80%까지 권장하고, 적어도 배터리 잔량 10%에서 충전한다면 실제로 운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는 70% 정도다. 230km 정도 주기로 충전해야 한다는 의미. 350kW로 초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0분 걸린다.

배터리 잔량 47%, 주행가능거리 190km인 상태에서 급속충전기에 충전기를 물렸다. 80%까지 충전하는데 14분 41초가 걸렸다. 충전량은 29.99kWh, 결제금액은 1만 4,545원. 배터리 80% 상태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333km였다. 모터 최고출력은 160kW, 최대토크는 350Nm다.

스마트 리젠 시스템을 적용했다. 회생제동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스티어링휠 아래 있는 패들을 이용해 0~3단계까지 네 단계로 회생제동을 수동 조절할 수 있고 혹은 ‘오토’를 선택할 수도 있다. 가장 강한 세기인 ‘맥스’를 택하면 I페달 드라이브가 가능해진다. 가속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해결하는 데 대신 약간의 주행 이질감을 감수해야한다. -패들을 계속 당기면 마치 브레이크를 잡은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다양한 방식으로 손맛을 느끼며 운전할 수 있겠다.

카고 모델에서는 ‘스마트 드라이브 레디’ 기능이 있다. 운전자가 시트에 앉으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차가 움직일 준비를 하는 것. 즉 시동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키를 주머니에 넣고 운전석에 앉아서 변속 레버만 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움직인다.

적재함이 막혀 뒤를 볼 수 없다. 룸미러가 없는 이유다. 대신 카메라로 촬영한 실시간 후방 시야를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220V 전기로 가정용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전기차의 기능을 폭넓게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하고 특징적인 기능이다.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는 운전자가 차 밖에서 스마트 키를 이용해 차를 직진 혹은 후진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화물차에 이런 기능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화물차니까 오히려 더 긴요하게 이 기능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쨌든, 운전자에게 그만큼 더 많은 선택지가 있으니 좋은 일이다.

공인복합 연비는 3.6km/kWh지만 파주-서울간 55km를 직접 달려 측정한 연비는 6.6km/kWh였다. 빈 차로 움직였으니 적재함에 화물을 싣고 달리면 연비는 안 좋아지겠지만 공인복합 연비 정도를 충분히 커버하지 않을까 싶다.

카고 기준 판매가격이 ▲스마트 5,980만원 ▲프리미엄 6,360만원이다. 친환경차 구매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서울시 기준 1,500만원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트림을 4,480만원이면 살 수 있다는 것.

오종훈의 단도직입
적재함 외부 도장 상태를 보면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역광으로 보면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다. 다른 시승차들도 마찬가지였다. 까탈스러운 소비자라면 인도받을 때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계약할 때부터 소비자에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후방 시야에 뒤따라오는 차가 너무 작게 보인다. 넓게 비추는 광각렌즈인데 화면 속 화면으로 보는 작은 화면이어서 그렇다. 뒤차가 바로 뒤에 와서야 겨우 보인다. 광각렌즈 대신 표준 렌즈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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