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가 차를 단련하고 진화시킨 뜨거운 역사를 따라간다.”
후지 모터스포츠 박물관 입구에서 새겨진 글이다.
지난 2022년 후지 모터스포츠웨이에 문을 연 후지 모터스포츠 박물관은 일본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집대성한 곳이다. 박물관은 시즈오카현 오야마초(丁)의 후지 스피드웨이 서쪽에 하얏트 호텔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전시된 레이싱카 40대 중 20대는 토요타의 경주차, 나머지 20대는 다른 브랜드의 경주차들을 임대해 전시하고 있다.
후지 스피드웨이에 자리한 처럼 이곳도 토요타자동차가 소유, 운영하고 있다. 토요타 소유지만 토요타에 제한되지 않는다. 일본으로만 극한되지도 않는다. 닛산, 미쓰비시, 벤츠, 부가티, 포드 등 전세계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의미있는 차들을 전시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현대차 관계자들이 방문했었다는 애기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1,800년대부터 시작해 13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간직한 모터스포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는 1909년 열렸던 ’뉴욕-파리 세계 일주‘부터 시작된다. 고베로 입국해 오사카와 츠루카를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했던 당시 일정과 사진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포드 박물관에서 빌려왔다는 포드 999, 첫 하이브리드카 포르쉐, 부가티 타입 35B 등도 만날 수 있다.
일본의 첫 레이서는 ’오쿠라 키나치로‘라는 영국 유학생이었다. 세계 최초의 상설 서킷인 브룩 랜드가 개업하는 날 열린 경기에서 그는 2위로 포디엄에 올랐다. 1936년에는 다마가와 하천 부지에 일본 최초의 서킷 다마카와 스피드웨이가 문을 열었고 같은 해 6월 전일본 자동차 경주대회가 처음 열렸다. 35대의 경주차가 출전했고 관람객 3만명이 모여들었다고.
아시아의 첫 그랑프리 출전 레이서는 태국의 왕자 ‘빌라’ 였다. 1936년 모나코 그랑프리와 39년 르망 24시 출전 기록이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 방콕 그랑프리를 그가 기획했지만 전쟁 발발로 취소된다.
1950년대 일본 경제가 침체했을 때 2,000명을 해고하고 사장이 사임하는 어려운 시기에도 물밑에서 조용히 모터스포츠를 계속했던 이야기도 있다. 당시 토요타를 이끌었던 토요타 키이치로가 52년 3월 사내지‘아이치 토요타’에 쓴 글도 전시돼 있다. 글의 마지막은 이렇다. “오토 레이스와 국산 자동차 공업의 발달은 차의 좌우 바퀴처럼 한쪽만 진행할 수 없다”
호주 랠리에서 우승한 닛산팀의 가토야마 유카타 감독이 훗날 닛산의 미국 법인 사장으로 취임해 닛산 판매를 끌어올린 장본이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65년 F1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했던 혼다의 F1 머신도 만날 수 있다. 전시된 차는 67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4위에 올랐던 차다. 혼다 쇼이치로의 흔적도 있다.
차근차근 둘러보고 읽어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일본어나 영어를 몰라도 된다. 구글 렌즈가 다 번역해준다. 입장료는 평일 어른 1,800엔, 주말엔 2,000엔이다. 후지 스피드웨이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시즈오카 오야마초 = 오종훈 yes@autodi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