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입구 로비에는 거대한 크기의 직조기인 원형 직기가 있다. 토요타가 시작한 곳, 가장 상징적인 자리에 있는 건 자동차가 아니었다. 토요타 사키치가 1906년에 발명한 원형직기는 최적의 원운동으로 작동하는 직조기로 19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전시된 원형직기는 1924년에 제작된 것으로서 광범위한 시험을 거쳐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유일한 기계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은 자동차 이전의 토요타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방직기의 발전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은 자동차로 이어져 토요타만의 기술과 노하우를 만들어 가는 원천이 된다.
나고야시 니시구에 위치한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Toyota Commemorative Museum of Industry and Technology)이 문을 연 것은 1994년. 토요타 자동차의 창업자 토요다 키이치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였다.
기념관이 있는 곳은 토요타 그룹의 발상지다. 기념관은 섬유기계관, 자동차관으로 구성됐으며, 두 전시실에서 토요다 사키치 및 토요다 키이치로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각 전시실에서는 전시물을 활용해 다양한 시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근대 일본의 핵심산업 가운데 하나인 섬유기계 원형직기와 증기기관, 일본 산업발전을 이끈 자동차 공학 가운데 주조, 단조, 절삭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자동차를 만드는 공업’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섬유기계관은 100여 대의 방직기가 전시됐다. 실제로 작동하고 있어 직원들이 시험 가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이쇼 시대에 세워진 방직공장을 활용한 공간으로 당시 기둥과 대들보,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벽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섬유기계관 전시실에서는 실을 뽑고 짜는 초기의 도구부터 기계뿐만 아니라 방적기와 직기 기술의 발전 과정, 현대의 메커트로닉스 장치의 섬유기계까지 약 100대를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토요다 사키치가 1924년에 발명한 G형-자동직기는 ‘논스톱 체인지’ 즉 실을 품은 카트리지를 자동으로 교환하는 게 핵심 기술로 당시로선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방직 산업의 메카인 영국에서도 찬사를 받을 정도였다고.
직조기로 전성기를 맞은 토요타는 자동차를 만들기로 하고 스미토모은행에 융자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한다. “대장간에는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방직 회사인 토요타라면 모를까, 대장간 수준에 불과한 토요타 자동차는 인정받기 힘들었던 것. 전시관 안내자는 “대출을 거부했던 당시 은행 관계자는 훗날 토요타 자동차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토요타는 거절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줬다.
자동차관에서는 토요타의 자동차 제작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한다. 자동차 공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시실은 ▲자동차 사업 창업기 ▲시대를 내다본 차량 개발 ▲개발기술 ▲생산기술 ▲토요다 키이치로 등 총 5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1936년 출시한 토요타 AA형 승용차, 1955년 생산된 초대 크라운 등 시대를 대표하는 9대의 자동차와 안전기술, 고연비 기술, 배기가스 감축 기술 등 토요타 자동차 안에 담긴 기술력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사업 창업기는 토요다 사키치의 이념을 이은 토요다 키이치로가 국산 자동차 산업을 실현한다는 꿈을 위한 동료들과의 결의, 자동차부서 설치, 생산기술과 고객 중심 판매 체제의 구축, Just-in-Time(JIT) 철학을 기초로 한 양산 체제 준비, 경영 위기 극복 등 토요타자동차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근간이 된 역사를 소개한다.
시대를 내다본 차량 개발 파트에서는 1950년대부터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고객의 요구와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토요타가 자동차 개발에 도전하며 계승해온 제품 제조(모노즈쿠리) 이념을 이어온 역사를 연대순으로 소개한다.
개발 기술과 생산기술 코너에서는 창업기부터 이어져 온 개발 기술의 역사를 소개하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토요타자동차의 차량들을 전시한다. 원재료 개발부터 디자인과 설계, 시험, 평가 등 폭넓은 각도로 자동차 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볼 수 있으며 대량생산이 시작된 최초의 공장과 코로모 공장 일부를 재현한 모습 및 주조, 단조, 가공 및 용접, 도장, 조립 등 생산 현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나고야 =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