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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박물관, AA부터 미라이까지

토요타 박물관은 열려 있었다.

토요타 자동차 박물관. 정식 명칭은 토요타 박물관, 영문으로 Toyota automobile museum이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운영하는 박물관들이 자사 모델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꾸며놓은 것과 달리 토요타 박물관은 자동차 역사에 등장하는 전세계주요 자동차 모델들을 충실하게 모아놓았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역사에 등장하는 주요 자동차들 약 140대를 전시해 놓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만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아니라 토요타가 만든 ‘자동차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찾은 지난 5월 26일, 입구에는 폭스바겐 골프 오너스 미팅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2세대 피아트 500D가 서 있고 본격 관람이 시작되는 2층에 자리한 건 벤츠 1호차였다. 하지만 그 중심은 토요타다. 처음과 끝을 토요타의 첫 승용차와 첫 독자 모델로 배치했다.

1~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 공간을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동선의 중심이다. 에스컬레이터는 1층 토요타의 첫 세단 AA 앞에서 시작해 3층 토요펫 크라운 모델 RS 앞으로 이어진다. 박물관 관람의 시작과 끝에 해당하는 공간에 이 두 대의 차를 세워 놓았다.

토요타 AA형 승용차. 토요타의 창업자 토요타 키이치로를 중심으로 만든 토요타 최초의 승용차다. 배기량 3,389cc의 직렬 6기통 OHV 엔진을 장착해 65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1936에 생산을 시작했다. 토요타의 뿌리 같은, 상징적인 세단이다. 전시된 AA는 나중에 복원된 모델이다. 실제 AA 모델은 2008년 러시아에서 발견됐고 지금은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모델 AA와 마주 보며 3층에 당당하게 자리한 토요펫 크라운 RS 형은 해외 업체와 기술 제휴 없이 개발된 토요타의 독자 모델로 일본 자동차 산업에 자부심을 심어준 모델이다. 박물관 동선은 자연스럽게 AA에서 시작해 크라운으로 마무리한다.

2층에 올라서면 자동차 초창기 춘추전국 시대의 자동차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지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삼륜차인 드디옹 부동을 만난다. 삼륜차의 딜레마는 재미있다. 승객을 뒤에 앉게 했더니 배기가스가 얼굴에 뿜어지고, 그래서 시트를 앞으로 옮겼더니 브레이크를 잡을 때 승객이 자꾸 앞으로 떨어졌다고.

1897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삼륜차 드 디옹 부동.

증기자동차도 있다. 1909년 미국에서 제작된 스탠리 스티머 모델 E2. 증기차로서는 비교적 성능이 괜찮았지만, 가솔린 자동차에 대적할 수는 없었다. 1902년에 제작된 베이커 일렉트릭은 전기차다. 1마력 모터로 시속 40km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 당시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80km였다니, 제법 괜찮은 성능이 아니었을지.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는 은색이 아닌 빨간색 차였다. 1910년대 롤스로이스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모델이다. 차체 하부에 수리 공구함을 갖추고, 다리를 쭉 뻗어도 남는 뒷좌석 공간은 가죽으로 마감해 최고급 승용차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 바퀴와 스페어타이어까지 던롭 타이어를 살펴보는 재미도 크다.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

1909년산 포드 모델 T는 빨간 보디컬러였다. 보디 컬러를 검은색으로 통일했던 후기 모델과 달리 화려한 컬러를 뽐내고 있었다.

이스파노 수이자는 당대 최고의 프레스티지카였다. 경합금 엔진, 세계 최초 서보 브레이크(압력 배가 장치를 적용한 브레이크)를 자랑했다. 최고의 기술 수준은 물론 실내를 뱀 가죽으로 덮어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뱀 가죽으로 인테리어를 마무리한 이스파노 수이자.

1942년에 만들어진 KdF 바겐은 독일 국민차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차다. 히틀러의 명령으로 포르쉐 박사가 개발했고 폭스바겐이 생산했다. 630대가 생산됐고 그중 한 대가 전시차다. 985cc 25마력.

1951년에 재규어 XK120, 걸윙도어로 유명한 벤츠 300SL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토요타 스포츠 800(1965년), 2000GT (1967년), 퍼블리카(1961), 코로나, 랜드크루저, 닷선 블루버드, 스바루 360 등 일본 차들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전시 공간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미라이다. 2014년 12월에 양산을 시작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다. 박물관에 전시된 가장 최근의 토요타 모델이다. 토요타는 미라이가 세계 첫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다. 혼다 FCX 클라리티, 현대 투싼 FCEV 등 미라이보다 앞서 등장했던 수소차가 있어서다.

3층 전시 공간을 빠져나와 ‘토요펫 크라운 모델 RS’을 만나면 박물관 관람을 모두 마쳤다는 의미다.

여기까지가 자동차관이다. 둘러봐야 할 곳이 또 있다. 문화관이다. 자동차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별도 공간에 정리해 뒀다. 기획전시 공간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주제로 특별 전시가 진행된다. 이 밖에 자동차 포스터, 장난감, 마스코트, 미니어처 등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그 안으로 펼쳐진다.

문화관 3층은 도서관이다. 만화, 카탈로그, 잡지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 자동차의 세상 속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이니셜 D가 있고 1962년 4월 처음 펴낸 카그래픽 창간호를 직접 손에 쥐고 살펴볼 수도 있다. 창간 특집으로 다룬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300SL이었다.

토요타 박물관은 나고야 지하철 게이다이도리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른 1,200엔, 65세 이상 700엔, 중고생 600엔, 초등학생 400엔이다. 10시 15분과 오후 2시에 일본어로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가 있다. 사전 예약하면 영어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 무료 제공되는 음성 가이드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한국어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나고야=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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