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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펜더 130 P400 아웃바운드, 스윗한 터프가이

8인승을 5인승으로 재구성했으니 실내 공간은 객실이건 트렁크 공간이건 충분하겠다. 2024년형 올뉴 디펜더 130 P400 아웃바운드다. 차체길이 5,358mm 휠베이스는 3,022mm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으로 주먹 3개 넘게 공간이 남는다. 뒷시트 접고 누우면 머리 위로 손을 쭉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이 차에서 최고급으로 만날 수 있다. 적재공간은 기본 1,329리터, 최대로 2,516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11.4인치로 모니터 가운데가 살짝 솟아오른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는 단 2번의 터치로 전체 기능의 90%를 사용할 수 있다고 랜드로버는 설명했다. 반가운 것은 내장된 티맵 내비게이션. 12.3인치 고화질 대화형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내비게이션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무선으로 가능하다.

센터 콘솔은 냉장기능이 있다. 거친 오프로드를 뚫고 달린 뒤, 캠프에 차를 세운 뒤 이곳에 넣어둔 시원한 캔맥주 꺼내서 마시면 좋겠다. 평소라면 캔커피나 코카콜라여도 좋겠다.

직선이 살아있는 디자인, 누가봐도 디펜더다. 디펜더는 오프로드 구동을 위해 만든 차다. 7개의 주행모드중 5개가 오프로드 주행용이고 온로드용은 두 개뿐. 옆에 장착한 사다리를 펼쳐 루프 혹은 루프 캐리어에 접근할 수 있고 반대편에는 수납 박스를 더했다. 기능적으로 차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소품들이 멋있어 보이는 효과까지 더해준다. 대신 공기저항은 각오해야 한다. 속도가 빠를수록 바람소리는 커지는 것. 폼만 생각해서 장착했다가 후회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기 전에 잘 생각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룸미러는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거울 혹은 모니터다. 거울로 보면 뒷좌석이 보이지만 화각이 좁고, 모니터를 택하면 넓고 깨끗한 화면을 보는 대신, 아이들이 앉아있는 뒷좌석을 볼 수는 없다.
리어 게이트에는 스페어 타이어를 노출시켜 거치했다. 발톱이 살아 있는 LT 타이어 즉, 오프로드 타이어를 썼다. 그런데 포장도로를 달리는 느낌이 베리 굿이다. 오프로드 타이어의 거친 느낌이 없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등이 차체 흔들림을 섬세하게 조절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에어 서스펜션이 주행 상황에 맞춰 차체 높낮이를 조절한다. 차체 높이는 145mm까지 조절가능했다. 오프로드에서 차체 높이를 최대로 높이면 900mm 깊이의 물길도 무난하게 건널 수 있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함께 연동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노면 컨디션에 따른 반응을 예측해 롤링과 피칭 등 차체 움직임을 정교하게 제어한다.

파워트레인은 조금 복잡하다. 경량 알루미늄 구조에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갖추고 48V 마이들 하이브리드시스템 등을 더한 신형 직렬 6기통 3.0리터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이다. P400이라는 모델 명에서 알 수 있듯 최고출력은 400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다. 8단 자동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약 1,500rpm까지 낮아진다. 무척 인상적인 숫자다. 2.6톤의 몸무게를 끌고 움직이는 엔진 회전수가 생각보다 낮아서다.

덩치가 크니 무거운 건 당연한 일이다. 공차중량이 2,605kg,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6.5kg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6초다. 무겁지만 힘이 세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 대신 연비는 두 자릿수에 한참 못미친다. 공인 복합 연비가 리터당 7.2km다.

서울을 출발해 강릉 옥계 해변까지 240km를 달린 평균 연비는 8.6km/L. 특별히 연비 주행을 한 게 아니어서 고속주행도 했고 정체구간도 있었다. 반대로 강릉을 출발해 서울까지 203.9km는 에코 모드로 경제운전을 하며 달렸다. 경제운전을 했는데도 최종 평균 연비는 8.7km/L 정도였다. 경제운전을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워낙 무거운 차라 그렇다고 봐야겠다.

차체는 길지만 앞 오버행이 무척 짧다. 그래서 접근각이 37.5도에 이른다. 이탈각은 28.5도. 사륜구동 저속 모드로 움직이면 탱크처럼 밀고 나간다. 굳이 오프로드에 올라서지 않아도 그 힘과 느낌, 기능성을 알 수 있겠다.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이 작동되고 풀리는 상황을 실제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투명 보닛 기능도 있어 보닛 아랫 부분을 실제 영상으로 보면서 움직일 수 있어 장애물을 회피하는데 좋다.

누구나 빠지게 마련인 ‘랜드로버의 딜레마’가 있다. 거친 오프로드를 해쳐갈 수 있게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상태에서는 차체의 손상도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 하체가 바닥에 닿을 수 있고, 보디가 긁히는 일도 다반사다. 타이어가 찢길 수도 있다. 수리비가 싸다면 고민하지 않고 오프로드에 들어서겠지만 차 값이 1억 4,170만원으로 수리비도 제법 비싸다. 쉽게 오프로드에 올라서기 쉽지 않다. 오프로드 달리라고 만든 차인데, 오프로드에 올라서기에는 두둑한 지갑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게 없어서 오프로드에 올라서지 못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휠의 틸트& 텔레스코픽 조절은 수동으로 이뤄진다. 스티어링 휠 아래에 있는 레버를 젖힌 뒤 손으로 핸들을 잡고 위아래, 앞뒤로 위치를 조절해야 한다. 1억 4,170만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리어 게이트는 한국의 도로상황에 안맞다. 차의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열리는 구조라 짐을 싣고 내릴 때 동선이 길어진다. 랜드로버가 우측 핸들로 좌측통행하는 영국에서 만든 차여서 리어 게이트가 이렇게 열리는 것. 한국은 그 반대인데, 핸들 위치는 옮겼지만 리어게이트는 굳이 바꾸지 않았다.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어서 짚어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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