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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구안 올스페이스와의 늦은 봄 소풍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올라앉으며 떠오른 기억은 왜 하필, 군복이었을까. 칼주름 세운 휴가복. 행여나 그 주름 망가질까 노심초사하며 카라멜 고개 넘어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아마도 이맘때쯤이었겠다.

직선이었다. 부동자세 군인 같은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을 때, 대시보드의 견고한 직선이 눈에 들어왔다. 빳빳하게 다린 칼주름처럼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직선.

티구안 올스페이스, 안팎으로 직선이 지배하는 디자인이다. 헤드램프도, 라디에이터 그릴도, 옆에서 도드라지게 보이는 숄더라인도, 리어 게이트와 리어 램프를 둘러싼 뒷모습도 직선이 지배하고 있다. 곡선이 사라진 모습. 각이 잡힌 제복의 느낌이다.

티구안 올스페이스 타고 카라멜 고개 근처 어디쯤에서 늦은 봄 소풍을 즐겼다. 오래된 모델이다. 상품 변화도 크지 않다. 누구는 사골이라 놀릴 수도 있겠다. 오랜 시간을 두고 품질이 안정됐다고 풀어본다. 묵은지처럼 깊은 맛이 있는 차다.

7인승이다. 티구안은 5인승,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7인승. 3열 시트는 트렁크 바닥에 접어 넣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구조다. 2열 시트에 슬라이딩 기능을 넣어 3열과 공간을 나눌 수 있게 했다. 공간이 넓은 5인승, 앞뒤로 공간을 나누는 7인승.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 차의 경쟁력이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80mm 슬라이딩 된다.

트렁크 공간은 230L부터 1,775리터까지 버라이어티하게 변한다. 자취생 이사짐 정도는 구겨 넣을 수 있을 공간이다.

스티어링휠은 2.5 회전했다. 길이 4,730mm, 휠베이스 2,790mm 크기니까 딱 좋은 조향비다. 중형 SUV로 균형잡힌 조향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랬다. 북한강변의 계속 이어지는 굽잇길을 달리는 데 스티어링휠의 느낌과 반응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다. 186마력, 30.6kgm. 세다고 자랑할 힘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꿇릴 힘도 아니다. 몸무게 즉 공차중량이 1,752kg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9.4kg이다.

8단 자동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주행모드에 따라 힘의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하며 여유 부리는 에코 모드가 있고, 당장 튀어오라는 명령에 즉각 반응하는 스포츠 모드도 있다. 그 차이가 비교적 분명했다.

8단 1,600rpm, 3단 4,800rpm 구간에서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8단의 효율, 3단의 성능, 그 사이에 운전자의 선택지가 있다.

공인복합 연비는 10.1km/L다. 서울에서 출발해 가평까지 67km를 1시간 36분 동안 평균 시속 42km로 달린 연비는 10.7km/L였다.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에코, 스포츠 모드를 두루 사용하고 달린 결과다. 돌아오는 길에는 에코 모드만 사용해서 조심스럽게 달렸다. 1시간 22분동안 68km를 평균 시속 50km로 달려 12.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는 운전자 하기 나름임을 또 한 번 확인한 결과다.

저공해 3종 친환경 차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할인, 서울 지하철 환승주차장 할인, 공항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는 다양한 주행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준다. 내비게이션 지도를 꽉 차게 띄울 수도 있고 속도, 엔진 회전수, 연비, 주행보조 시스템 등이 표시된다. 센터패시아 모니터는 9.2 인치로 MIB3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있다.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지능형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이다. LED 매트릭스 모듈 내 22개의 LED가 주행 상황에 맞춰 개별적으로 온·오프 되며, 이를 기반으로 전방 카메라, 지도 데이터, GPS 신호, 조향각도, 차량 속도 등이 연동된다. 똑똑한 헤드램프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정확하게 작동했다. ‘IQ.드라이브-트래블 어시스트’는 출발부터 시속 210km 구간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차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차량의 전방 카메라, 레이더 센서 및 초음파 센서를 모두 활용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등의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합 운영한다. 

사고를 감지하면 안전벨트를 조이고 창문과 선루프를 닫아 승객 이탈을 방지하는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을 갖췄다. 체험하고 싶지 않은 기능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피해를 줄여주는 안전 기능이다.

5,374만원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7인승 SUV로 이 가격이라면 참 좋은 제안이다. 패밀리카를 넘어 두 가족이 움직일 때도 좋은 파트너가 되겠다.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받을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공인복합 연비는 10.1km/L로 4등급이다. 아쉬운 수준이다. 리터당 10km를 넘었다는 게 다행일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은 적어도 이보다는 더 좋은 연비를 기대하지 않을까. 물론 실주행에서 이보다 더 좋은 연비를 만날 가능성은 있다.
트렁크에는 3열 시트를 접는 레버가 있는데 약해 보인다. 확 잡아당기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길어서 더 약해 보인다. 짧게 만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해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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