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폭풍성장 중인 막내, BMW X2를 만났다. 2세대 모델이다. 처음 등장은 2017년 연말. 기자는 그 이듬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이 차를 시승했었다. 사다리꼴 그릴, 두툼한 C 필러, 쿠페형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SUV 실루엣을 가진 차였다는 기억이 남는다. 단단한 어깨 같은 C 필러에 BMW 엠블럼이 색달랐던 느낌도 남아 있다. 안개 낀 리스본의 아침, 전차와 나란히 달리던 X2의 기억은 조금 낭만적이기도 하다.
다시 서울에서 2세대 모델을 만났다. 눈 깜짝할 새, 6년이 지났다. 2세대 X2는 커졌다. 폭풍성장 하는 중학생처럼 부쩍 커졌다. 무려 195mm나 길어졌다. 19.5mm가 아니라 195mm다. 높이는 65mm, 휠베이스는 20mm를 키웠다. 4,555×1,830×1,590 크기에 휠베이스 2,690mm로 콤팩트 SUV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세그먼트를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조명을 넣은 ‘아이코닉 글로우’를 적용했다. 어두운 곳에서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요소다. C 필러와 리어 휠하우스 부근은 빵빵한 엉덩이처럼 볼륨을 키워서 섹시한 뒤태를 완성했다. C 필러에 있던 BMW 엠블럼은 뺐다. 아무래도 어색하긴 했다. X2에만 그 자리에 엠블럼이 있어야 할 개연성이 부족했다고 본다.
리어 스포일러를 뒷유리 아래로 배치했다. 쿠페 라인의 지붕을 지나 뒷창까지 내려온 공기가 마지막으로 스포일러를 내리누르며 완전히 차체를 벗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다운포스가 고속주행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멋있게 보이는 건 덤이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지 모른다. 멋지게 보이는 게 더 큰 역할일지 모르겠다. 고속주행 안정감을 누릴 정도로 빨리 달릴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아져 쿠페 스타일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BMW에서 짝수 모델은 쿠페, 컨버터블이다. X6, X4의 맥을 잇는 X2로,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X1과 분명하게 차별화했다.
몸을 키웠으니 실내는 확실히 넓다. 뒷좌석에서 넓어진 공간을 느낀다. 무릎 앞, 머리 위 여유가 있고 센터 터널도 그리 높지 않아 공간 제약이 덜하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정도라면 패밀리카로 사용해도 좋을 크기다.
시승 모델은 뉴 X2 xDrive 20i M 스포츠 패키지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으로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해 최고출력 204마력의 힘을 낸다.
자동차에서도 소프트웨어는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많은 하드웨어를 조율하고 작동시키는 OS는 업그레이드됐다. OS9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스크린 터치를 통해 많은 기능을 척척 해낸다.
점심을 먹는 동안 무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진행했다. 2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에 차는 먹통이 된다. 움직일 수도, 시동을 걸 수도 없다. 안전한 곳에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층 더 진화해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했다.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고 온라인 메거진, 동영상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게임하려고 일없이 차 안에 머무는 일도 이상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앱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SBS 고릴라 같은 서드 파티 앱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수많은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확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무엇보다 한국의 운전자들이 반길 것은 내비게이션이다. BMW도 T맵을 받아들였다. T맵 기반의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지도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받아 최적경로를 안내한다. 차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많은 수입차 고객의 번거로움이 티맵 도입으로 해결됐다고 보면 되겠다. 티맵의 승리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프로페셔널’로 진화했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다. 차선 변경까지 지원한다. 물론 그 작동 조건이 까다로워서 아직은 아주 조심스러운 초보 운전자 수준이다. 실제로 차선 변경이 필요할 때는 직접 하는 게 속 편하겠다.
차선 변경이 초보 수준이라면, 주차는 베테랑 드라이버 수준이다. 주차 공간을 스캔한 뒤에 후진 주차하기 같은 버튼을 누르면 차가 알아서 주차를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전진과 후진, 스티어링휠 조작까지 알아서 하니 운전자는 만일의 사태에 개입하기 위해 비상대기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머뭇거리거나 반복하는 일도 없이 레코드 라인을 따라 빠르게 주차를 마무리하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메이커가 밝힌 0-100km 가속 시간은 7.4초다. 컴팩트 SUV에서는 발군의 실력이라 할 기록이다. GPS 계측기를 달고 측정해 본 기록은 7.99초가 가장 빨랐다. 가속 거리로 가장 짧은 기록은 119.48m.
단단한 서스펜션과 사륜구동시스템은 고속주행에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운 포스를 얻어주는 리어 스포일러도, 245/45R 19 사이즈의 타이어도 각각의 소임을 다 해내고 있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조용했다. 녹음이 짙어지는 창밖 풍경을 즐기며 움직이기에 딱 좋은 실내였다.
공인 복합 연비는 10.8km/L. 궁평항에서 서울까지 70km를 1시간 30분 동안 달린 평균 연비는 17.3km/L. 리터당 6.5km를 더 달린 연비다.
판매가격은 6,830만원. X2 x드라이브 20i M 스포츠 패키지 단일 모델로 판매 중이다. 라인업은 차근차근 늘어날 예정이다. X2를 시승하는 날, iX2 국내 시판 소식이 전해졌다. X2의 전기차 버전이 추가된 것. 하반기에는 고성능 모델인 X2 M35i가 등판할 예정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모드 선택은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스포츠와 이피션트 두 개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화면 터치로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은 사라지고 주행 모드 그래픽이 화면을 채운다. 다시 내비게이션을 선택해야 한다. 과정이 복잡하다.
버튼을 없애서 단순화하는 것도 좋지만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 버튼을 없애는 게 목표는 아닐 것이다. 주행모드 선택은 조작 한 번으로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는 게 합리적이다. 버튼으로 조작하는 게 훨씬 편하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