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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로망으로 남은 차 메르세데스 벤츠 GLS

GLS. 거슬러 올라가면 GL에서 시작해 GLS로 개명한 이후 3세대로 이어왔다. 큰 몸에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장비들을 꽉꽉 채워 넣은, 벤츠의 플래그십 SUV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로망으로 남는 차다. 언젠가 꼭 갖고 싶은 로망.

국내에는 450d와 580 두 개 차종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더 뉴 GLS 580 4매틱’에 올랐다.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두툼한 라인으로 마감한 라디에이터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범퍼, 리어 램프, 앞문을 여닫을 때 바닥에 비추는 프로젝션 로고도 바뀌었다. 580은 AMG 라인 디자인이 기본이다. AMG 전용 에이프런과 전용 배기구 등이 적용됐다.

5,210×2,030×1,840mm의 크기에 휠베이스는 3,135mm. 5m가 넘는 길이도 길이지만, 2,030mm에 달하는 폭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실내는 넓은데, 주차장에서 조심스럽다. 넓어서 좁은 역설이다. 주행할 때는 한 개 차로가 꽉 차는 기분이다.

넓은 실내 공간 곳곳에 모두 5개의 모니터를 배치했다. 계기판(12.3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10.25인치)가 있고, 뒷좌석에는 중앙 암레스트 안에 태블릿 모니터(7인치), 좌우 시트 앞에 각 하나씩 모니터(11.6인치)가 있다. 모니터 기준으로 본다면 조수석이 험지다. 뒷좌석에는 두 개의 HDMI 단자도 준비되어 있으니 재미있게 즐길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는 셈이다.

모니터라는 하드웨어를 채우는 건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에어챔버와 온열 마사지가 가능한 멀티 컨투어 시트, 미세입자 센서로 유해 공기와 PM2.5 초미세 먼지를 거르는 공기 청정 패키지 등이 적용됐다.

몸이 커서 무게도 꽤 나간다. 공차중량이 2,670kg이다. 두세 명 태우고 짐을 실으면 3톤에 육박하는 무게다. 보통의 엔진으로 이 무게를 감당하기는 힘들다. V8 엔진이 등장하는 이유다. V8 4.0 엔진이다. 최고출력이 577마력이니 마력당 무게는 4.6kg이다. 무겁지만 가볍게 움직이는, 그래서 또 하나의 역설이다.

그 힘이 마지막에 닿는 곳, 타이어는 23인치를 택했다. 앞에 285/40 R23 뒤에 325/35 R23 사이즈다. 휠 하우스를 꽉 채우는 타이어는 보는 것만으로도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직경이 큰 타이어는 주행거리 오차가 생기는데 이 차는 오차가 거의 없었다. 시승할 때마다 달리는 파주-서울 55km 구간을 달리는데 오차 없이 55km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577마력은 점잖다. 숫자만으로 보면 거칠게 치고 나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센 힘이지만, 드러나는 건 부드럽다. 절제된 힘이다. 킥 다운, 급가속, 추월 등의 조작을 하면 반응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제동조차 부드럽다. 급제동할 때 브레이크 페달은 딱딱하게 밟히는데 차체 반응은 안정적이다. 앞이 크게 숙여지는 것도 아니다. 가속도 제동도 한 번 거르고 나타나는 반응이다.

9단 자동변속기가 엔진을 조율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9단에서 1,400까지, 3단에서 5,100까지 오르내린다. 힘과 효율 양수겸장의 변속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조용했다. 특수 유리막과 보충재 등으로 소음을 차단하고 단열 효과까지 높인 어쿠스틱 컴포트 패키지 효과도 크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거의 없다. 고속주행 영역에서의 바람 소리도 크지 않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Q 부스트가 적용됐다. 통합스타터 제너레이터를 이용해 부드러운 재시동, 약 16kW의 힘을 더해준다. 글라이딩 모드에서 엔진을 끄기도 한다.

운전조건, 주행 속도,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조절하는 어댑티브 댐핑시스템을 갖춘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 준다. 탁월한 고속주행 안정감은 압권이다. 큰 차체에 무게 중심이 높은 대형 SUV지만 속도에 비해 매우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다. 체감속도가 낮아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과속하기 쉽다.

오프로드 주행 모드가 색다르다. 노면 기울기, 경사도, 지리좌표 및 방향, 조향각도 등을 알려줘 오프로드 주행을 돕는다. 특히 투명 보닛 기능이 인상적이다. 운전석에서는 볼 수 없는 보닛 아랫부분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장애물을 보며 움직일 수 있다. 이 기능은 시속 8km 이하의 속도에서 작동한다.

매직 비전 컨트롤도 재미있다. 워셔액이 와이퍼에서 분사된다. 허공에 분무 되는 것이 아니어서 워셔액이 보이지 않는데 차창이 깨끗하게 닦인다. 자세히 보면 와이퍼 날에서 워셔액이 뿌려진다. 한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분사된다니 더 유용하겠다.

제원표상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9초. GPS 계측기로 직접 측정한 기록은 5.69초, 주행 거리는 77.85m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10.4km/L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 6km/L와 비교하면 대단히 좋은 수준.

판매가격 1억 8,150만원이다. 아무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가격이지만, 인생에 한 번쯤 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차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갖고 싶은 로망으로 남는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모드에 에코모드가 없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갖췄는데 에코모드가 없는 것. 아쉬운 부분이다.
시트를 몸에 맞게 조절해 주는 기능은 별도 버튼이 없다. 허리, 등받이를 미세조절 하기 위해선 화면 터치로 몇 단계를 거쳐 들어가야 한다. 꽤 유용한 기능인데 조작이 복잡해 사용을 포기하게 된다. 물리 버튼이 필요해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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