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됐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많은 문제와 허점이 존재한다.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
첫째, 자국 제품 보호 명목 아래 LFP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적용된 보급형 전기차의 보조금을 크게 줄였다. 올해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기아 EV6로 684만 원의 국고 보조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보급형 전기차로 대중들에게 각광받는 ‘KG 토레스 EVX’는 지난해 660만 원에서 457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해가 바뀌자마자 토레스 EVX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난데없이 2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더 내야 할 판이다.
정부는 LFP 배터리의 효율성을 지적하며, 보조금 삭감 이유를 들었지만, NCM 배터리 대비 가볍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LFP 배터리 보조금을 줄인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적용되는 LFP 배터리 차량 보조금을 줄이면, 전기차의 문턱이 높아져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다수는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도움이 안된다.
이 정책에는 중국산 LFP 배터리가 포함된 테슬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테슬라만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전기버스 시장에서 급성장한 중국산 전기버스 견제 의도도 있다. 작년 현대차의 국내 노선버스의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은 47%. 일렉시티만 따로 떼어놓으면 전기버스 점유율은 처참한 수준이다.
카운티 일렉트릭, 유니버스 수소 버스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을 내놓았지만 중국산 연합군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LFP 배터리 적용된 전기버스의 보조금을 반 이상 깎았다. BYD 전기버스 e-9의 경우 지난해 4,9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올해는 2,31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보조금을 70%로 깎은 지난해에도 운수사 사장들의 별 반응이 없자 반 이상 더 깎아 중국산 전기 버스 진입장벽을 더 높인 것.
문제가 있다. LFP 배터리가 적용된 배터리 보조금을 삭감하면, 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더 늘어나는 나비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현대차가 간판으로 내세우는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 같은 경우는 보조금을 적용하고도 4,000만 원 중후반이 된다. 대부분의 국산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다.
반면 토레스의 경우 보조금이 줄면서 가격이 되려 올랐다. E5 기준 4,550만 원 으로 작년 기준 66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적용 후, 3,890만 원에 구매하던 토레스는 올해 457만 원의 보조금만을 받아 차 가격은 4,093 만 원이 되면서 203만 원이 훌쩍 오른 것. 이와 같은 상황에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차량 가격을 급작스레 200만 원 인하하며, 차량 실제 가격 인상 분을 3만 원에 맞춰 실구매 가격은 3,890만 원에서 3,893만 원이 됐다.
전기차 보조금 결정 시기도 문제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2월 후반에 공시가 돼,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은 새해가 되고, 첫 두 달은 전기차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업계가 판매를 미루고 정부의 보조금 결정만 지켜보는 시기다. 보조금이 시장을 왜곡하는 것. 전기차 보조금은 전년도 11월이나 12월에는 결정돼야 연초의 판매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