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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A35 4매틱, 접근 가능한 AMG

고성능 스포츠카는 로망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의 남자들에겐 그렇다. 언젠간 갖고 말겠다는 로망. 지금은 힘들다는 말이다. 가격으로 볼 때, 그 경계는 어디쯤일까? 5,000만원? 1억원? 2억원? 좀 더 좁혀보자. AMG라면 어느 정도일까? 아무리 낮춰도 1억 아래로 내려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AMG A35 4매틱 세단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6,650만원이다. AMG의 하한선이다. AMG에서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은 없다. AMG 라인 말고, AMG가 만드는 진짜 AMG 중에서는 그렇다. 멀게만 느껴졌던 AMG가 확 가깝게 다가온다. 로망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은행 잔고를 살펴보게 되지 않을까?

물론 작은 차다. 길이가 4,570mm에 불과하다. 너비는 1,800mm, 휠베이스는 2,730mm로 앞뒤 오버행이 짧다. 1,415mm의 높이로 차에 타고 내릴 때 노면에 바짝 붙어있는 느낌이다.

AMG 전용 그릴, 앞뒤의 전용 에이프런을 적용했고, 보닛 끝 삼각별이 그려지는 자리에는 AMG 엠블럼이 있다. AMG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식 명칭에도 벤츠는 없다. AMG의 자부심을 뿜뿜 뿜어내고 있다.

직렬 4기통 2.0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을 더했다. 최고출력 306마력이니 1리터에 153마력을 만드는 셈이다. 작은 배기량에서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최대토크는 40.8kgm, 힘만큼 중요한 게 무게다. 가벼우면 힘은 더 세지는 법. 공차중량이 1,625kg이니 마력당 5.3kg을 감당하는 힘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 시간은 4.8초. GPS 계측기를 걸고 측정한 0-100km/h 가속 시간은 5.27초가 가장 빨랐다. 강한 힘을 드러내는 소리를 잘 만들었다. 귀에 착 감기는 소리로 306마력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레드존을 터치하고 시프트업하는, 정확하게 드러나는 변속 반응도 이 차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레이스 스타트’를 할 수 있다. 론치 스타트 같은 기능이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같이 밟고 있다가 브레이크를 떼면 빠른 스타트를 할 수 있다.

8단 DCT 기어비는 5단부터 오버 드라이브가 되는데 6, 7단 기어비가 역전된다. 5단 0.951에서 6단 0.744로 낮아졌다가 7단 0.854로 높아진 뒤, 8단 0.674로 내려온다. 듀얼 클러치, 즉 두 개의 클러치여서, 두 개의 최종 감속비 3.93:1과 2.68:1을 고려하면 6, 7단 기어비 역전을 이해할 수 있겠다.

스티어링 휠 아래에 두 개의 휠 버튼이 있다. 오른쪽은 주행 모드를 선택하고, 왼쪽은 AMG 전용 요소들을 직관적으로 제어한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조절 버튼들이 많은 스티어링 휠인데 두 개의 휠버튼까지 추가됐다.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누르고 돌리고, 이쪽저쪽 손가락이 바쁘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거의 모든 기능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다.

영상 5도 밑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워셔액이 따뜻하게 발사된다. 차창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얼어붙는 것을 막아준다. 따뜻한 워셔액이라니…. 설명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덕분에 엔진은 수시로 잠들고 부드럽게 다시 깨어난다. 멈추기 위해 속도를 줄이면 완전히 멈추기 전에 시동이 먼저 꺼지기도 한다. 덕분에 고성능 스포츠카지만 리터당 10km를 넘는 효율을 보인다. 성능에도 힘을 보탠다. 가속할 때 최대 10kW의 에너지를 더해주는 것.

파주-서울간 55km, 정해진 구간을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12.5km/L였다. 1시간 48분이 걸릴 정도로 정체가 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연비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공인복합 연비를 뛰어넘는 효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MG지만 경제 운전을 하면 높은 효율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서스펜션은 딱딱한 편이다. 노면 충격이 단단한 서스펜션을 거쳐 타격감 있게 전달된다. 단단한 글러브를 낀 주먹으로 잽을 맞는 느낌이다.

다시 살펴보는 이 차의 가격 6,650만원. 작은 차지만 AMG다. 작은 게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겐 턱없이 비싼 가격이다. AMG 배지가 먼저 보인다면 비싸다는 말은 할 수 없지 않을까. 은행 잔고를 확인하며 미소 짓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데 500원 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보조 시스템은 실망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다. 그냥 정해진 속도로만 달리는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한다. 차선이탈 방지장치는 적용되어 있는데 열에 아홉은 힘없이 차선을 넘어가 버린다. 계기판에서 초록색 라인이 빨갛게 변하며 경고할 뿐이다.
고성능 브랜드의 소형차에서 마주하는 ‘타협의 문제’다. 가격과 성능, 편의성을 어느 선에서 맞춰야 하는가? A35는 너무 많이 양보한 게 아닌가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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