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은 비교적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다. 사진은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 기아 레이 EV’

전기차 보조금 차등지급은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차별로 이어져 전기차 보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보급형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LFP 배터리에 보조금을 줄이는 것은 서민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이어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6일 국내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올해 적용될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안을 밝히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부가 밝힌 개편안은 배터리 무게가 적게 나가고 에너지 출력이 클수록, 배터리를 재활용하기 쉬울수록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NCM으로 대표되는 삼원계 배터리가 유리하고 LFP(질소 인산 철) 배터리는 불리한 구조다. NCM 배터리가 LFP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높고, 재활용성도 높아 보조금을 더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LFP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는 보조금이 줄어들 전망.

정부가 이처럼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에 나서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LFP 배터리로 무장한 중국산 전기차의 본격적인 수입을 견제하기 위해 LFP 배터리를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석. 보조금을 고리로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읽히는 정책이다.

하지만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산 전기차들도 있어 보조금 차등 지급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EV, 코란도 EV, 토레스 EV 등이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비교적 저가의 보급형 전기차들이다. 이 보다 고가의 차에는 NCM 배터리가 주를 이룬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저가의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고, 비교적 고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이 벌어진다. 더 많은 혜택을 보려면 더 비싼 차를 사야 하는 것.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의 서민들이 먼저 손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조금 차등 지급이 오히려 전기차 보급에 장애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LFP 배터리 기반의 보급형 전기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깎이면 전기차 구매를 포기할 확률이 높다는 우려다. 보조금 더 받으려 더 비싼 차를 사기보다는 아예 전기차 구매를 포기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 전기차 구매 보조금 차등 지급이 보급형 전기차 판매를 줄이고, 전기차 보급이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국의 대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조금 차등 지급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보다 몇 배 더 큰 시장에서 역차별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판매량 기준으로 2023년 173만 대 정도였다. 중국은 3,000만 대를 넘겼다. 좁은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 견제하려다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보조금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은 시장이 큰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가능하지만, 시장이 작은 한국이 취할 정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LFP 배터리가 모든 부분에서 열세인 것은 아니다. NCM 대비 약 30% 이상 가격이 낮고, 화학전으로 원소 결합이 안정적이어서 화재 위험성이 낮고 수명도 더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싸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장점도 충분한 만큼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