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가 신형 모델로 교체됐다. 2019년 출시한 3세대 K5의 상품성 개선 모델이다. 4,905×1,860×1,445mm 크기로 휠베이스는 2,850mm다.
K5는 선이 살아있다. 주간주행등을 구성하는 허트 비트 라인이 대표적이다. 심장 박동을 표현한 허트 비트 라인은 더 세졌다. 차체 깊이 파고든 라인이 치켜뜬 눈처럼 무척 도발적이다. 앞에서 보면 선만 보일 정도다. 타이거 노즈 라인은 옛날처럼 뚜렷하진 않지만, 그릴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측면 실루엣, 뒷면 루프를 둘러싼 크롬 라인이 돋보인다. K5는 디자인이 강한 차, ‘디자인의 기아’를 대표하는 중형 모델이다.
디젤을 빼고 4개의 파워트레인으로 라인업을 짰다. 2.0 가솔린,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LPI 등이다. 시승차는 2.0 가솔린 시그니처 트림이다.
스마트 스트림 2.0 가솔린 엔진은 6단 변속기를 거쳐 16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공차중량이 1,455kg으로 마력당 무게가 9.1kg이다. 9~10초대에 시속 100km를 터치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다. GPS 계측기를 장착해 달려보니 100km/h를 9.93초에 끊었다. 성능보다 무난함을 추구하는 차의 성격을 보여주는 숫자다. 중형 세단의 무난함이다.
가속하면 차근차근 힘을 끌어모아 달리기 시작한다. 강한 힘은 나중에 느껴진다. 소리가 먼저 앞서 달리고, 차체는 그 뒤를 허둥지둥 쫓아가는 느낌이다.
앞바퀴 굴림이다. 속도를 높이면 안정감이 흐트러지지만, 시속 100km 전후의 일상 주행 영역에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세단이어서 차체 높이와 무게중심이 낮다. 주행 자세가 낮아 앞바퀴 굴림의 핸디캡을 충분히 보완해 주고 있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데 중간에 가속을 시도할만큼 안정적이었다.
235/45R18 사이즈의 타이어. 그런데 피렐리 P ZERO다. 고성능 타이어 브랜드로 알려진 피렐리 타이어를 160마력짜리 중형 세단에 장착한 것. 좋은 타이어 써서 나쁠 것은 없지만 차의 성능에 어울린다고 보기는 어려운 조합이다. 타이어만 보면 오버 패키징이다. 타이어를 낮추고 가격을 내리는 걸 소비자는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또 한 번 도약했다. 12.3인치 모니터 두 개를 이어 만든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실내를 압도한다. 그 안에 담긴 많은 기능은 수입차를 주눅 들게 만든다. 빌트인 캠은 블랙박스를 대체하고, 디지털 키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키 없이도 닫힌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무선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원격 전후진도 된다. 차 밖에서 리모트키를 이용해 차를 전후진 시키는 것.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할 수 있는 게 많다. 음성명령을 뺄 수 없다. “춥다”하면 실내 온도를 높이고 열선 시트를 작동시킨다. 목적지를 정하고, 전화를 걸고, 라디오를 고르는 기본적인 것은 물론, 차창 열고, 날씨 알아보고, 주식 조회하는 것도 음성으로 할 수 있다. 억대를 호가하지만, 한국말 못 알아듣는 일부 수입차에 비할 게 아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차로 중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앞차와의 거리도 일정하게 유지한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제때 정확하게 파악하고 커버해 준다. 그만큼 더 안전하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놀랍다. 2.0 가솔린 모델이 2,784만원부터다. 시승차인 2.0 가솔린 시그니처 트림은 3,447만원이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빌트인 캠, 컴포트 패키지, 크렐 오디오,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옵션으로 더해 출고 가격이 3,803만원이다. 수입 중형 세단에 비하면 놀라운 가격이다.
파주-서울 55km를 경제운전으로 달리는 데 연비가 15.2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 연비 12.2km/L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보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조립 품질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붕과 앞 차창이 만나는 부분에 틈새가 넓고 지붕 재질의 단면도 만져진다. 트렁크 지붕도 맨 철판이 드러나 있다. 좀 더 세심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음성명령 시스템은 매우 훌륭하지만 음성으로 활성화할 수 없어 아쉽다. 헬로 기아, 안녕 기아 같은 음성명령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활성화 시키면 더 좋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