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 2가 2024년식으로 변했다. 바뀐 생김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릴 디자인이 변했다. 스마트존으로 불리는 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기술을 시각화했다는 설명이다.
놀라운 건 구동방식의 변화다. 앞바퀴 굴림이었던 싱글 모터를 뒷바퀴 굴림으로 바꿨다. 풀체인지급 새 모델에서도 시도하기 힘든 변화를 연식 변경 모델에서 가볍게 구현하고 있다. 놀랍다.
엔진을 사용했다면 불가능한 일, 전기차니까 가능한 변화다. 구동 모터를 앞에서 뒤로 옮기면 된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존 내연기관에 익숙한 사고의 틀을 깼다는 데 의미가 크다. 전기차 변화의 폭이 이렇게 크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 차, 폴스타 2를 타고 달렸다. 변화를 제대로 느끼려면 싱글 모터를 타야 하지만, 아쉽게도 시승차는 듀얼 모터, 네 바퀴 굴림 차였다. 전기차에서 ‘듀얼 모터=사륜구동=고성능’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421마력이다. 이전보다 13마력이 더 세졌다.
공차중량이 2,108kg이니 마력당 무게는 5kg이다. 힘과 무게의 비율이 이 정도면 고성능 스포츠카 수준이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몸이 젖혀지는 느낌, 혹은 시트가 몸을 확 밀고 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강했다. 메이커 발표에 따르면 4.5만에 시속 100km를 터치한다. 이전보다 0.2초 빨라졌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45km 늘어나 379km가 됐다. 겨울철 저온 주행가능거리는 251km에서 286km로 35km가 늘었다. 그만큼 효율이 더 좋아졌다. 사륜구동이지만 늘 네 바퀴로 구동하는 건 아니다. 평상 주행에서는 앞바퀴와 연결된 모터는 쉰다. 뒷 모터만 구동하며 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반응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은 기능적으로도 이어진다. 시동 버튼이 없다. 시동 버튼을 누르며 듣는 우렁찬 엔진 소리는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계기판이 활성화되면서 움직일 준비가 됐음을 알린다. 굳이 따지자면 브레이크가 시동 버튼을 겸하는 셈이다.
앞바퀴 굴림은 언더 스티어, 뒷바퀴 굴림은 오버 스티어라는 공식, 전기차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무거운 배터리를 네 바퀴의 안쪽에 배치했다. 움직임이 가장 안정적인 미드십 구조다. 전기차의 주행 특성이 안정적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무거운 배터리를 미드십에 품고 움직이는 전기차의 조향 특성은 구동 방식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대체로 뉴트럴한 반응을 보인다. 한계 속도가 높고, 그 한계 속도를 넘어서면 구동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조향 특성이 드러나겠지만, 한계 속도에서의 조향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 무거운 엔진을 앞에 두고 달리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는 주행안정감과 조향 특성이 한 수 위라는 사실이다. 폴스타2도 그랬다.
조용했다. 가끔 노면이 거친 도로를 만날 때 올라오는 자글거리는 잡음이 거슬리는데, 조용함의 역설이다. 조용하니까 잡음이 더 잘 들리는 역설. 바람 소리도 그렇다. 속도가 높아지면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가 바람 소리다. 속도에 따라서 커지는 데 100km/h 전후의 일상 주행 속도 안에서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운전자가 뭔가를 조작할 일은 거의 없다. 조향과 가속, 감속하는 게 전부다. 변속기는 없고 패들도 없다. 스포츠, 에코 모드를 택할 일도 없다. 화면 터치를 통해 원 페달 드라이브의 강도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화면 터치 후 메뉴를 찾아 조작하는 게 번거로워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 시프트 레버나 패들을 통해서라면 모를까, 화면을 터치하는 동작에서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기는 무리다.
다이내믹한 운전, 뭔가를 조작하는 ‘손맛’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겐 지루한 차다. 반대로 차분하고 편안한 운전을 좋아하는 이에겐 참 좋은 파트너일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차창 밖 풍경에 녹아들면서 편안하게 움직이면 된다.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폴스타2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서울시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을 활용, 도심 내 실시간 신호등 정보 연동 길 안내, 주행 내 배터리 잔량을 기반으로 한 충전소 안내 등 강화된 전기차 전용 솔루션을 지원한다.
음성 인식 AI 플랫폼 누구(NUGU 2.0)를 통해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음악 듣기, 라디오, 실내 온도 등을 목소리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 기능도 대단하지만,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Over-The-Air)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기능들이 가능해진다. 어느 날 아침, 밤새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오래된 차에서 만나는 새로운 기능.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웹 브라우저를 이용해 웹 서핑, 비디오 스트리밍이 가능하고 티맵 스토어도 이용할 수 있다. 연내에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와 인카페이먼트 시스템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놀라운 건 이미 폴스타를 구매한 고객들에게도 같은 OTA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차를 산 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기능을 대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폴스타를 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에 맞추고 가볍게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으면 차가 알아서 차선을 따라 움직인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넘거나 차선을 밟지 않고 중앙을 유지했다. 운전이 편하다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를 보조해 주행에 개입하는 주행보조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아 사고 위험을 낮추고 그만큼 안전을 확보해 준다는 것.
업그레이드 폴스타 2 롱레인지 싱글 모터의 가격은 5,590만 원, 듀얼 모터는 6,090만 원이다. 보조금을 받으면 그만큼 가격은 더 낮아진다. 효율이 더 좋아져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싱글 모터 500만 원(기존 488만 원)과 듀얼 모터 225만 원(기존 201만 원)으로 증액됐다.
5년 또는 10만km의 일반 부품 보증과 8년 또는 16만km 고전압 배터리 보증을 기본 제공한다. 보증 수리 시 픽업 앤 딜리버리 서비스를 무상제공하고, LTE 데이터 사용은 5년, 플로(FLO) 뮤직앱 서비스는 1년을 기본 제공한다.
전시장을 찾아서 거리를 헤맬 필요는 없다. 폴스타는 100% 온라인 판매한다.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 하면 주문이 끝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자가 할 게 거의 없다. 시동 버튼조차 누를 일이 없다. 뭔가를 조작하면서 다이내믹한 감각, 운전하는 재미를 즐기는 운전자라면, 할 일이 없어 지루할 수 있다.
뒷좌석에 센터 터널이 제법 높게 솟았다. 어느 정도 공간을 제한한다.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아닌 탓이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에 햇볕을 차단하는 커버가 없다. 햇살이 강한 날에는 제법 뜨겁겠다. 미니멀한 구조도 좋지만, 선루프에 커버는 있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