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에는 F1의 피가 흐른다. SM6, XM3가 대표적이다. F1 그랑프리를 통해 치열하게 쌓아놓은 기술이 그 안에 녹아 있다. F1에 출전하는 메이커라야 진정한 자동차 메이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는 F1에 참여하는 메이커에 대한 신뢰가 크다.
F1은 세계의 여러 자동차 경주 중에서 최상위 레이스로 꼽힌다. F1이 가장 빠른 자동차 경주에 속하기도 하지만, 최고의 자동차 기술이 계속 개발되기 때문이다. 배기량이 겨우 1.6리터에 불과한 엔진으로 최고속도 시속 370km를 구현해낸다. 그만큼 높은 기술을 지녔다는 뜻이다.
F1에서 갈고닦은 기술은 양산차에 접목된다. 르노코리아의 중형 세단 SM6 TCe 300 인스파이어를 예로 들면, 이 차는 직렬 4기통 1.8리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 223마력, 최대토크 30.6㎏·m의 힘을 내는데, 이렇게 높은 출력을 내는 건 르노 그룹의 F1 팀인 알핀(ALPINE)의 경주차에 들어가는 터보차저 기술이 이 차의 엔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SM6 TCe 300 인스파이어는 트윈 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 엔진을 사용한다. 배기가스 통로를 두 개로 만들어 각 실린더에서 나오는 배기 간섭을 줄이고, 낮은 rpm과 높은 rpm 모두 터빈에 많은 배기가스를 불어넣을 수 있다. 또 배기 매니폴드가 배기압력이 떨어지는 걸 방지한다. 덕분에 이 엔진은 어떠한 엔진회전 영역에서든 터보래그가 적고 빠르게 반응하는 특징을 지닌다.
르노코리아는 이 엔진을 일상용 주행에 맞도록 2000~48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했고, 고속에서도 꾸준하게 힘을 낼 수 있도록 5600rpm에서 최고출력이 나오도록 세팅했다. 참고로 이 엔진은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만 생산된다. 부산 공장은 그룹 내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과 제품 출하량 대비 불량 수가 낮은 공장이다. 르노 그룹은 그룹 내에서 최고 성능을 내는 양산형 엔진을 부산에서만 생산해 전 세계로 공급하고 있다.
엔진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도 F1 기술이 적용된다. F1은 친환경을 위해 엔진 배기량과 실린더 개수를 계속 줄이고 있다. 대신 떨어진 출력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열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모두 회수해 전기에너지로 충당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효율을 내야 하기에 F1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르노코리아의 소형 SUV XM3 E-TECH 하이브리드에 F1 경주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1.6리터 엔진, 두 개의 전기모터, 고전압 배터리 구성이 F1 경주차와 같다. XM3 E-TECH 하이브리드에 두 개의 전기모터가 쓰인 이유는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하고 저장된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우선 15kW(20마력) 용량의 작은 전기모터가 전기 모드 스타터 역할을 한다. 덕분에 엔진을 깨우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주행 중에는 기어 변속에도 보조적인 동력 역할을 하고, 제동 시 생기는 에너지를 알뜰하게 회수한다. 이렇게 저장된 에너지는 36kW(49마력)를 발휘하는 큰 전기모터로 보내져 구동을 담당한다.
F1은 매년 수천억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르노 그룹이 F1에 꾸준히 참가하는 이유는 최고의 자동차 기술이 F1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SM6 TCe 300과 XM3 E-TECH 하이브리드와 같은 차를 만날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