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곳이 없다. 주행, 승차감, 편의사양 부족한 곳이 없다. 하다못해, 전기차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회생제동 시스템의 이질감도 최대한 정제된 기술로 다듬었다. 폭스바겐의 전동화 시대를 이끌 기대주 ‘ID.4’다. 2023년형으로 향상된 폭스바겐 ID.4를 타고, 지난 26일 경기도 가평의 까페 109에서 아난티까지 40km를 달렸다.
ID.4는 지난 2022년 9월 국내 시장에 데뷔해, 올해로 판매 1주년을 맞았다. 이번 2023년형 모델은 상품 변경 모델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05km에서 421km로 늘었다.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적용된 전면부의 ‘IQ 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그 사이를 이어주는 ‘프론트 LED 라이트 스트립’, 후면부의 ‘LED 테일 라이트’는 멀리서도 폭스바겐의 디자인 유전자를 강조한다.
4,585×1,850×1,615mm의 크기. 폭스바겐의 전용 전기차 MEB (Modualr Electric Drive Matrix Platform) 플랫폼을 적용했다. A필러부터 D필러까지 이어지는 역동적인 루프 라인과 숄더 라인은 ID.4의 역동성을 한층 강조했다.
준중형의 크기지만, MEB 플랫폼 적용 덕분에 2,765mm의 상대적으로 넓은 휠베이스를 갖고 있다. 2열 착석 시 무릎 앞과 지붕 위로는 주먹 하나의 여유가 있다. 센터 터널은 없고 평평한 상태로 2열 중앙에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속이 넓어 패밀리카로 활용해도 무리가 없다.
대시보드 위에 불뚝 솟은 5.3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12인치 터치식 디스플레이. 협소해 보이는 운전석 계기판은 꼭 필요한 정보만 제공한다. 기름기 쏙 빼, 허례허식이 없는 독일 사람의 검소함이다.
대시보드 위의 가죽 마감은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ID.4에는 센터콘솔에 무선 충전 패드가 장착돼, 케이블 없이도 손쉽게 스마트폰 충전을 할 수 있다. 또한, 운전석과 2열에 각각 C타입 USB포트가 적용돼, 장거리 여행길 스마트폰 충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겠다. 운전자의 필수품이 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스며들어, 운전 중 스마트폰에 한눈파는 일을 막아준다.
락투락 조향비는 2.8회전을 한다. 대부분의 전기차 조향 반응이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ID.4는 고급 세단과 같은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묵직하다.
천차만별 기어 노브 시대. 칼럼 시프트도 아니고, 전자식 다이얼 변속도 아닌 회전식 기어 셀렉터가 적용됐다. 기어 셀렉터는 운전석 계기판 옆에 장착돼, 차량 정차나 출발할 때, 셀렉터를 주행모드에 맞게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ID.4는 82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완충 시 최대 421km를 갈 수 있다. 또한, 후륜모터가 장착돼,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의 부드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가고 서기가 빈번한 도심, 잔진동조차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다. 오로지 들리는 것은 주변의 차량 소음만이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바쁘게 가야 할 자동차 물결 한 가운데서 평온함이 몰려온다.
도심을 벗어나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한 순간. ID.4는 발군의 동력 성능을 보여줬다. 시속 100km. 노면의 소음과 풍절음조차 느낄 수 없다. 마치, ID.4는 “봤지?” 하면서, 빙판 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스케이트 선수 마냥, 실키 드라이빙 (Silky Driving)을 보여준다. 녀석의 진가를 몰라봤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회생제동. D모드에 맞춰진 드라이브 모드의 기어 셀렉터를 한 번 더 돌려 B모드인 회생제동에 맞췄다. 그러나 멀미를 유발하는 보통의 전기차 회생제동과는 달리 ID.4는 정제되고 안정된 회생제동 반응을 보인다. 일반 전기차의 회생제동과는 완전히 다른 정제된 상황으로 회생제동 중에 오히려 가속 페달에 발이 가는 상황이 됐다. 그 느낌은 기자가 동승자로 있는 순간이나 핸들을 잡은 두 순간 모두 안정적이었다.
폭스바겐의 주행 보조 시스템인 IQ 드라이브가 스며들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체된 구간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고집하지 않고, 천천히 한발 한발 나아간다. 도로 정체로 피로도가 높은 운전자를 잠시 안정에 취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 사양 등이 탑재돼, 도로 위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준다.
23년형 ID.4는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편의사양과 동력 성능을 자랑하며, 1년 전 국내 시장에 당당히 입성했다. 또한, 회생제동 시스템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고객들에게 보란 듯이 “우리는 일반 전기차와 다르다”는 걸 강조하듯 ID.4만의 정제되고 소프트한 회생제동을 보여줬다.
폭스바겐이 쏘아 올린 전동화의 신호탄이다. 우리 사회를 생각보다 빠르게 탄소 중립의 세상으로 이끌 기대주다.
시승차는 ID.4 Pro로 가격은 5,990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