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럭셔리 풀사이즈 SUV로 소개한 더 뉴 GLE 450 4MATIC. 뿌리는 97년 처음 등장한 M 클래스다. 2015년에 GLE로 개명했고 이후 2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한국에서도 16년 출시 이후 약 2만 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이다.
4세대 부분 변경 모델로 교체된 신형 모델 중 450 4매틱을 최근 시승했다.
디자인은 AMG 라인 패키지를 적용했다. 힘 있고 다이내믹한 모습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엔 벤츠의 자부심이 뿜뿜 묻어있다. 벤츠 로고를 패턴을 새겨넣고 왕별을 한 가운데 배치했다. 물어본 사람 없는데 “나는 벤츠다”라고 말하고 있다.
멀티빔 LED 램프는 네 개의 조명 포인트와 주간 주행등이 단정한 모습으로 자리했다. 기능적으로도 매우 앞선 헤드램프다. 운전자의 시야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대향차 운전자나 보행자의 눈부심을 막아준다. 쉽게 말하면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밝히는 기술인데, 그만큼 정교하게 램프를 조절한다는 의미다.
바깥에서 이 차를 보는 이들은 익스테리어를 즐기고, 이 차를 타는 사람은 인테리어를 마주하며 차와 직접적으로 교감한다. GLE의 인테리어는 마이바흐 GLS의 인테리어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 그만큼 고급이다.
앰비언트 라이트 컬러 조합도 새롭게 추가됐고 에너자이징 패키지는 온도, 조명, 음악, 열선 및 통풍 시트 등을 함께 조절해 운전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590W 출력의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모두 13개의 스피커를 사용한다. 소리의 깊이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오디오를 경험할 수 있다. 공간이 넓다는 건 오디오의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최고급 오디오라면 그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며 소리를 낸다.
4,925×2,020×1,78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995mm다. 만만치 않은 크기. 시승차는 2열 5인승 구조지만 원한다면 3열에 시트 두 개를 더 넣어 7인승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넓은 공간은 그 자체로 고급스러움을 제공하는데 2열에서 그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주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제공한다. 12.3인치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2개를 연결해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로 활용하고 있다. 계기판 디자인은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 구성도 운전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혹은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계기판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 익숙해질 때쯤 낯선 모습으로 변화를 주는 게 그리 나쁘지 않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엔진 효율을 높이고 15kW 정도의 출력을 더해 성능에도 기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동화 시스템이다. 직렬 6기통 3.0 터보가솔린 엔진은 381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은 2,395kg.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가 6.2kg에 불과하다. 그만큼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6초로 이전 모델보다 0.1초 단축됐다. GPS 계측기로 측정한 100km/h 주파 시간은 6.09 초였다.
가속하면 어느 정도 무게가 느껴진다. 하지만 무겁지 않게 움직인다. 제법 빠른 반응이다. 벤츠 특유의 주행 질감을 만난다. 단단한 반응 끝에 만나는 부드러움이 있다. 노면 충격이나 장애물을 단단히 딛고 넘어가는데 어느 순간 이를 부드럽게 품어 안는다.
공인복합 연비는 리터당 8.5km지만 에코 모드로 파주-서울간 55km를 주행한 결과 13.2km/L라는 결과를 얻었다. 9단 변속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등이 작용해 효율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오프로드 주행모드를 택하면 기울기, 경사도, 고도, 지리 좌표 및 나침반, 스티어링 각도 등을 알려준다. 오프로드에서 유용한 정보들이다. 하지만 이런 비싼 차를 타고 차가 다칠 수도 있는 거친 오프로드에 진입하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
에어서스펜션이 있어 차체 높이는 주행 상황에 따라 변한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다. 고속주행에서는 차체를 낮추고 오프로드에서는 높인다. 운전자가 직접 조절할 수도 있다.
벤츠의 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다양한 기능으로 운전자를 돕는다.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제동과 출발까지 지원한다.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스트는 시속 100km 미만의 속도에서, 도로에 정지된 차를 감지하고 반응한다. 360도 카메라로 차선을 감지하는 액티브 스티어링 어시스트도 있다.
오프로드 모드에서 활성화되는 투명 보닛 기능도 있다. 360도 카메라를 통해 보닛 아랫부분을 보여주는 것. 보닛 아래, 앞 타이어 주변의 장애물을 화면으로 보면서 움직일 수 있다.
판매가격 1억 3,30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사이드 스텝은 계륵이다. 발판이 필요할만큼 차체가 높지 않다. 사이드 스텝에 발을 딛지 않고 운전석에 오르내릴 땐 종아리가 닿아 불편하다. 그나마 뒷좌석쪽으로는 발판이 넓지 않아 발을 딛고 싶어도 안된다. 거친 오프로드에서는 먼저 손상받는 부분이 사이드 스텝이다. 없는게 낫겠다.
엔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속 100km에서 3단을 사용할 수 없다. 4단 3,800rpm까지가 한계다. 엔진 회전수를 더 높여 3단으로 내리면 더 강력한 힘을 만날 수 있을텐데 그게 안된다. 9단 변속기가 효율에 치우친 느낌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