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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 모터와 엔진의 공수교대

열한 번째 어코드, 11세대다. 사람과의 조화, 일치를 강조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사진=혼다코리아.

열한 번째 어코드, 11세대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타고 대관령을 넘었다. 외기온도 7도, 당일 최저기온 영하 1도.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과의 ‘조화’를 강조한 이름, 어코드다. 45도 각도로 뒤에서 보는 리어 쿼터뷰가 가장 예쁘다. 내려오는 루프라인을 견고한 수평 라인이 받쳐주고 있다. 측면에서도 돋보이는 수평 라인은 인테리어로 이어진다. 대시보드는 자를 대고 그은 듯 직선이 살아있다.

어코드는 45도 각도로 뒤에서 보는 리어 쿼터뷰가 가장 예쁘다. 사진=혼다코리아

더 커졌다. 차체 길이 4,970mm로 65mm가 길어졌다. 길어진만큼 공간도 여유롭다. 뒷좌석에서는 공간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몸무게도 35kg이 더해져 공차중량이 1,605kg이다.

계기판은 10.2인치 TFT 모니터, 센터패시아 모니터는 12.3인치다. 화면이 커서 시원하고 해상도가 높아 잘 보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6인치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모니터가 자리해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 센터패시아 모니터를 가볍게 툭툭 터치하면 가볍고 경쾌한 터치 사운드가 들린다. 터치 반응도 빠르다.

자를 대고 그은 듯 직선이 살아있는 대시보드. 계기판 10.2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 12.3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6인치로 눈길 닿는 곳마다 모니터가 자리했다. 사진=오종훈

두 개의 모터와 하나의 엔진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고 있다. 효율에 방점을 찍은 앳킨슨 엔진은 배기량 2리터로 최고 147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보다 먼저 구동에 관여하는 모터는 184마력이다. 합산 출력 204마력으로 엔진보다 모터 출력이 더 세다. 엔진이 앞서 구동하고 모터가 보조했던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달리 모터가 먼저 구동하고 엔진은 보조한다. 엔진과 모터의 공수 교체다.

그 엔진, 서서히 무대에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서 끌고 가는 역할을 모터에 양보하고 백업하는 역할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모터는 부지런히 앞장서고, 엔진은 뒷짐 지고 한 발 빼 게으름 피운다. 엔진은 헤어질 결심을 마친 듯하다. 배터리 전기차에서는 헤어져야 할 엔진이다.

엔진은 모터를 보조한다. 엔진과 모터의 공수교대다. 사진=오종훈

그래서일까. 엔진 회전수를 알 길이 없다. 소리만이 엔진 상태를 알려준다. 잘 만져진 엔진 소리를 듣기 위해선 가속할 때 스포츠 모드를 택해야 한다. 살아나는 엔진 사운드를 들으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살아있는 느낌 ‘생동감’ 있는 소리다. 배터리 전기차에선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소리다. 스포츠 모드로 빠르게 달리면 바람 소리가 따라서 커지지만 엔진 소리는 끝까지 바람에 묻히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비가 놀랍다. 공인 복합 연비가 16.7km/L다. 이미 1등급이다. 이를 뛰어넘는 실주행 연비가 압권이다. 대관령-양양-강릉 구간을 스포츠, 에코, EV 모드를 사용하며 달렸다. 연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스포츠 모드로 강하고 빠른 주행을 했고, 엔진 끄고 EV 모드로 달리기도 했다. 어쨌든 재미있게 운전한 뒤 계기판에 뜬 연비는 18.5km/L였다. 마구 달리면서 공인 연비에는 미치지 못하겠다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작정하고 연비 운전을 하면 20km/L는 어렵지 않겠다.

공인복합연비 16.7km/L. 실주행 연비는 이보다 훨씬 더 좋았다. 사진=오종훈

연비의 핵심은 EV 모드다. 엔진은 쉬라하고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달리는 것. EV모드를 활성화하면 50km/h 이하 속도에서 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 그 이상 속도에서도 간간이 EV 구동을 보여준다. 대체로 만족스럽다. 충전 모드도 있다. 엔진을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것.

내리막길에서, 가속 후 탄력 주행할 때, 정속 주행할 때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EV 모드가 활성화된다. 배터리는 용량이 크지 않아 수시로 충·방전을 거듭하며 주행에 대응한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엔진이 개입한다. 충전하고 구동하느라 엔진도 바삐 움직인다.

주행모드 조절 버튼과 별도로 EV모드 선택버튼을 배치했다. 사진=오종훈

주행모드 버튼 아래에는 EV 모드를 활성화하는 버튼이 따로 자리하고 있어 수시로 모터 주행을 시도할 수 있다. 시도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거나 속도가 너무 빠르면 EV 모드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혼다 어코드에는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처음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엔진, 모터, 브레이크 등을 통합 제어한다. 물리적인 기계장치가 더해진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체를 제어하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코너에서 안정감이 돋보인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처음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엔진, 모터, 브레이크 등을 통합 제어한다. 사진=혼다코리아

기본 탑재된 혼다센싱은 카메라와 레이더 인식 범위가 넓어졌다. 이를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의 완성도를 높였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도 새로 포함됐다. 고속도로에서 주행보조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정해진 속도 범위 안에서의 가감속, 차선 유지 등의 기능을 숙련된 운전자만큼 잘 해낸다. 완성도가 높다.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10개의 에어백을 갖췄고,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충돌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탑 세이프티 픽+로 평가받았다. 안전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12.3인치 모니터를 오해 다앵한 정보를 확인, 선택, 조절할 수 있다. 사진=오종훈

BOSE 프리미엄 오디오에는 대용량 서브우퍼를 포함한 12개의 고성능 스피커가 사용됐다.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잡음을 막고 조용한 실내에서는 보스 오디오가 입체감 살아나는 생생한 오디오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 NVH의 궁합이 참 좋다.

올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저공해자동차 2종으로 인증받았다. 공영 주차장 및 공항 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남산터널 등 혼잡통행료 면제 등 생활 속 소소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큰 혜택은 아니지만, 가끔 웃을 기회가 된다면 좋은 일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6인치 크기로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오종훈

무난한 차다. 중형급에서 무난하다는 건 칭찬받을 요소다. 넓은 공간은 3~4인 가족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여유 있는 힘이지만 강력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어서 부담이 없다. 대신 완성도를 높였다. 안전 및 편의장비를 충분히 보강해 편하고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중형 세단의 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사람과의 조화, 일치를 강조한다는 이름 ‘어코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이름값 하는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내비게이션이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불러와서 사용해야 한다. 스마트폰 깜빡 잊고 두고 나오면 낭패다.
5,340만원. 가격이 아프다. 비싸다고 지적받는 가격이지만 지금 환율을 볼 때 더 내릴 수 없는 가격이라는 취지의 혼다코리아 설명을 들었다. 미국에서 생산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수입 판매되는 구조. 달러는 1,350원에서 1,400원을 향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강릉=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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