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만 대. 지난 2년간 벤츠 GLC가 전 세계에서 팔린 기록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벤츠 모델이 GLC라고 한다. 한국에선 E 클래스지만 글로벌 무대에선 GLC다. 벤츠의 대표선수다.
그 GLC가 3세대 모델로 교체됐다. GLC 220d 4매틱과 GLC 300 4매틱 두 개 차종으로 지난 7월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E 클래스를 추월해 최다 판매 차종에 올라설지 지켜볼 일이다. 오늘의 파트너는 GLC 300 4매틱이다.
슬금슬금 커지는 건 이 차도 마찬가지다.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55mm 더 길어졌고 휠베이스도 15mm를 더 키웠다. 차체 길이 4,720mm, 휠베이스 2,890mm다.
트렁크도 70리터를 넓혔다. 기본 620리터, 뒷좌석을 접으면 1,680리터까지 확장된다.
매끈하고 날렵하다고 하기엔 덩치가 있는 몸이지만 공기저항계수가 0.29라 하니 의외다. 는 의미다. 덩치도 덩치지만 너비 1,890mm, 높이 1,645mm로 단면적이 무척 넓은 SUV의 공기저항계수를 0.3 아래로 끌어내렸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물론 최고 수준은 아니다. 더 큰 몸을 가진 EQE SUV는 공기저항 계수를 0.25까지 낮췄다.
라디에이터그릴은 별로 채웠다. 한가운데는 왕별, 보닛 끝에도 큼지막한 별을 새겨넣었다. 말 그대로 별천지, 벤츠의 ‘별부심’ 가득한 앞모습이다. 헤드램프를 잘 봐야 한다. 무려 130만 개의 마이크로 미러를 사용해 헤드램프의 밝기를 최적화한다.
12.3인치 계기판과 11.9인치 LED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계기판은 여러 개의 그래픽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각기 다른 형식을 선택할 수 있다. 눈이 호강한다. 송풍구는 항공기 엔진 덮개를 응용했다.
2세대 MBUX를 적용해 마법 같은 기능들을 차례로 불러낼 수 있다. 투명 보닛 기능이 대표적이다. 오프로드 모드를 택해서 저속으로 움직이면 보닛 아래까지 모니터에 보인다. 물안경을 끼고 물속을 보는 것처럼 보닛 아래 장애물들이 깨끗하게 보인다. 투명 보닛은 오프로드 모드에서 8km/h 미만 속도에서 작동한다. 8~20km/h에서는 중앙 디스플레이에 전방 시야를 보여준다.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 9단 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해 258마력의 힘을 낸다. 힘과 더불어 무게를 함께 봐야 한다. 공차중량 1,935kg이니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는 7.5kg다. 5kg 아래로는 가볍고, 10kg를 넘어가면 무겁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힘과 무게의 밸런스가 차급에 딱 어울린다.
20인차 타이어가 휠하우스를 꽉 채웠다. 255/45R20 사이즈. 스포츠 서스펜션은 셀렉티브 댐핑 시스템을 포함한다. 장애물을 지나거나 충격을 받을 때 단단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벤츠답게 부드럽고 편했다.
가속하면 차근차근 힘을 끌어모아 앞으로 나간다. 폭발적인 힘은 아니나, 고속주행까지 거침이 없다. 무난함에 반올림한 정도의 성능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해 주지만, 차체가 높은 SUV 특성상 충격을 받으면 흔들거리는 반응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한다. 스포츠 모드를 택해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으면 아주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상당히 매력적인 소리다.
9단 변속기가 돋보인다. 시속 100km일 때 낮게는 1,400rpm, 높게는 5,300rpm까지 커버한다. 9단으로 사뿐사뿐 효율적으로 움직이다가 3단으로 거친 야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순둥이와 골목대장의 얼굴을 함께 가졌다. 다단변속기의 특징이다.
메이커가 밟히는 GLC 300 4매틱의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2초. GPS 계측기를 장착하고 실제로 달려본 시속 100km 시간 최고 기록은 7.16초였다.
락투락 조향 2.2 회전, 예민한 조향비다. 좌우로 스티어링휠을 흔들며 몰아세워도 흔들리지 않고 명령에 따른다. 액션배우처럼 과감하고 절도있게 머리를 돌리는가 하면, 왈츠를 추듯 여유롭게 코너를 공략할 줄도 안다. 완급을 조절하는 운전자의 지시에 충실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장 기본적인 전동화 모델이다. 2세대 통합스타터 제너레이터(ISG)를 통해서 17kW, 200Nm의 출력과 토크를 더한다. 또한, 빠르고 부드러운 엔진 시동도 이뤄진다. 탄력 주행 중에 살짝 브레이크를 잡으면 차가 완전 정지하기 직전에 시동이 먼저 꺼지는 경우도 생긴다. 효율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부드럽게, 부드럽게, 더 부드럽게 차를 움직이면 놀라운 연비로 보답받는다. 공인 복합 연비는 10.8km/L, 파주-서울간 55km 실주행 연비는 12.6km/L였다.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은 100km/h까지 반응 속도를 높였다. 이전에는 60km/h까지였다. 액티브 스티어링 어시스트도 360도 카메라를 통해 차선 감지 기능을 더했다. 이외에도 더 많은 기능이 있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액티브 차선 변경 어시스트다. 내 차선과 좌우 차선까지 3개 차선을 모니터하며 변경하려는 차선에서 뒤따라오는 후속 차량이 없을 때 아주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한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면 작동을 멈춘다.
자연스럽게 작동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공간이 충분해야 하고 핸들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 초보 운전자도 변경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차선변경 어시스트가 작동한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운전자 스스로 차선변경 하는 게 속이 편하다.
15개의 스피커, 710W 앰프로 구성된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시스템을 제대로 즐기려면 볼륨을 살짝 올리는 게 좋다. 기타 줄 튕기는 소리결이 살아나고 드럼은 소리와 울림이 함께 귀를 자극한다. 80~100km/h 속도 구간에서 컴포트 혹은 에코 모드. 이 차의 오디오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물론 세워서 들으면 최고다.
시승차인 GLC 300 4매틱은 8,710만 원. 디젤엔진인 220d는 7,68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사이드 스텝은 제 역할을 못 한다. 치우는 게 낫겠다. 앞이 좁고 뒤가 넓게 곡선형 사이드 스텝을 만들었다. 맵시 있지만 발을 딛기에는 불편하다. 폭이 좁아서다. 발을 딛지는 못하는 데 오르내릴 때마다 걸린다. 그냥 치우는 게 오르내리기 편하고, 무게를 줄인다는 면에서도 좋겠다.
뒷좌석 공간에는 USB 포트가 없다. 충전하려면 앞좌석 센터 콘솔 안에 있는 포트를 이용해야 한다. 불편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