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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5시리즈’의 달달한 실키 드라이빙

우리가 알던 놈이 아니다. 으르렁거리고 단단함을 추구하던 녀석은 나긋나긋 달달해졌다. 솜사탕처럼 달달하고 부드럽다. 8세대 5시리즈를 타고,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경기도 의정부까지 65km를 달렸다.

5시리즈는 1972년생이다. 50년간 8세대로 진화했다. BMW 그 자체라고해도 좋을 핵심 모델이다. 놀랍게도 8세대 5시리즈 공개 장소가 한국이다. BMW의 핵심중 핵심인 5시리즈가 독일도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공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면부의 거대한 키드니 그릴, 치켜뜬 눈매 모양의 헤드라이트는 멀리서 봐도 이제는 BMW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전 세대의 강렬한 모습 대비 많이 순해진 얼굴이다.

5,060×1,900×1,515mm의 크기. 기존 모델 (4,965×1,870×1,480mm) 대비 대폭 커졌다. 축간 거리도 2,975mm에서 2,995mm로 20mm나 늘어났다. 2열 착석 후, 무릎 앞으로 주먹은 두 개 이상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다. 머리 위로는 주먹 하나와 손바닥을 눕힌 공간이 있다. 센터 터널은 손목까지 올라온다.

운전석에는 이전 모델 대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물리적 버튼이 모두 사라졌다. 비상등 및 송풍구 여닫이 기능까지 햅틱 버튼으로 모두 교체됐다. 12.3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감싸주는 형태의 모양으로 운전에만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방향 및 고속도로 톨게이트, 과속 단속 등을 안내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어플 이상으로 똑똑하게 길을 안내한다.

커브드 디스플레이 아래는 인터랙션 바 (interaction bar)가 운전석 도어부터 시작해 동승석 도어까지 길게 이어졌다. 인터랙션 바는 차와 상호작용을 한다. 터널을 지나갈 때는 운전자의 시야에 방해되지 않게 은은한 색을 비추며, 주행모드를 바꾸거나 과속할 때는 붉은 빛을 발산하며, 탑승자와 소통하는 똘똘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터랙션 바 아래로는 스마트폰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무선 충전 패드가 장착됐다.

신형 5시리즈는 단순히 차의 기능을 넘어 모빌리티로 발전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다. 5시리즈에 처음 적용되는 비디오 앱을 통해 스트리밍 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에어 콘솔 게이밍 플랫폼과 협력해 차량 정차 시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온 가족 장거리 여행 시 스마트폰은 잠시 쉬고, 차량 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최고출력 258마력/ 4,700rpm, 최대토크 40.8kg.m/1,600~4,500rpm의 직렬 4기통 2리터 트윈 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합을 맞춘다. 여기에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더해져, 11마력의 출력이 추가된다.

락투락 조향 반응은 2.6회전. 조향 반응은 묵직하지 않고, 제법 가볍다. 시속 100km. 노면 소음과 진동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았는지 부드럽고 조용하다. 솜사탕 같은 달콤한 주행감을 선사하는 5시리즈는 “silky driving(실키 드라이빙)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준다.

인디비주얼 모드에서 스포츠로 주행 모드를 변경했다. 낭창거리던 조향은 살짝 묵직해지고, 어린 아기 숨소리 같던 엔진음은 잠에서 깨어나 울기 시작한다. 주행 속도를 높여도 노면의 소음과 진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풍절음은 귓가를 간지럽힌다. 태풍 몰아치는 날, 거실에서 홀로 재즈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BMW의 주행 보조 시스템은 영리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량의 통행 흐름에 맞춰 천천히 나아간다. 바쁘다고 급하게 끼어드는 얌체족들에게도 발길을 멈추고 먼저 가라는 호의를 베푼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적용돼, 급격한 커브길을 돌다 실수하는 순간 조향 반응이 개입해, 차선 가운데로 차를 몰아주는 역할을 한다.

신형 5시리즈는 드라마 속의 남자 주인공처럼 한껏 부드럽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 옆에 다가왔다. 그 모습은 기대 이상이고, 이번에도 5시리즈는 BMW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낼 것으로 본다.

시승차는 BMW 530i xDrive로 가격은 8,420만 원 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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