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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N, 이건 사기다.

고속주회로를 달리는 아이오닉 5 N.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우렁찬 엔진소리가 고막을 뚫는다. 패들로 변속할 때마다, 이에 맞춰 엔진 사운드도 달라진다. 레드존으로 치고 올라가면 rpm 커팅이 일어난다. 8기통 엔진과 8단 DCT 조합이면 이런 소리 아닐까? 계기판에서는 기어 단수까지 보여주니 깜빡 속기 딱 좋다.

그런데 이 차, 전기차다. 아이오닉 5 N. 전기차에서 만나는 가장 멋진 엔진 사운드라니. 듀얼 클러치의 박력 넘치는 변속감은 또 어떻고. 그 멋진 엔진 소리가, 드라마틱한 변속감이 모두 사기다. 엔진, 변속기, 그런 거 이 차에 없다. 소리는 그럴듯하게 만들어 냈고, 짜릿한 변속감도 조작이다. 실제보다 더 진짜 같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보닛을 열면 엔진이 있을 것 같다. 배기구는 왜 안 만들었나 궁금할 정도다. 이 정도면 사기도 예술이다. 완성도가 높다. 품이 많이 들었겠다 싶다. 아이오닉 5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원선회코스에서 드리프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오종훈

비가 많이 내린 지난 20일,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아이오닉 5 N을 만났다. N브랜드 첫 고성능 전기차다. 짐카나, 론치 컨트롤, 서킷 주행, 원선회, 고속주회로 주행까지 원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비가 내려서 더 즐거웠다. 쭉쭉 미끄러지는 차를 컨트롤하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8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최고출력 609마력(448kW)의 힘을 확보했다. N 그린 부스트 기능을 사용하면 650마력까지 힘을 쓴다. 듀얼 모터를 사용한 사륜구동 시스템, 공차중량 2,200kg,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51km, 공인 복합 연비 3.7km/kWh다.

8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최고출력 650마력(478kW)의 힘을 확보했다. 듀얼 모터를 사용한 사륜구동 시스템, 공차중량 2,200kg,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51km, 공인 복합 연비 3.7km/kWh다.

N 배지 하나를 더 붙이기 위해 개발팀은 엄청난 장치들을 이 안에 담았다.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셀 및 시스템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N 레이스 ▲N 브레이크 리젠 ▲N 특화 차체∙샤시 ▲N 페달 등이다. N e-시프트와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도 있다.

사륜구동시스템은 앞뒤 구동력 비율을 10:0에서 0:10까지 운전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다. 평소에는 5:5 정도를 택하는 게 좋겠지만 드리프트를 하거나, 레이싱을 할 때는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 앞바퀴 굴림, 뒷바퀴 굴림, 네 바퀴 굴림 모두 가능하고 네 바퀴 굴림도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10:0이나 0:10인 상황에서는 싱글 모터로 구동하는 만큼 출력 저하는 감수해야 한다.

앞뒤 구동비율,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사용량을 보여준다. 사진 = 오종훈

앞서 언급한 사기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N 액티브 소리와 N e 시프트다. 가상의 사운드를 3종류로 만들었는데 그중 엔진 사운드가 압권이다. 실제보다 더 엔진 소리를 잘 냈다. 여기에 N e 시프트가 더해져 변속감을 더했다. 시프트 업, 다운할 때 모터의 반응과 엔진 사운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레드존에 들어서며 rpm 커팅이 일어나는 현상도 기가 막히게 구현하고 있다.

N 페달은 일종의 레이싱 테크닉이다. 3단계로 회생제동량을 정하고 각 단계에서 조향 특성을 차별화했다. 속도를 충분히 높인 뒤 1. 스티어링 휠을 먼저 돌리고, 2. 가속 페달에서 빠르게 발을 떼면 3. 회생제동이 걸리면서 차는 코너 안으로 파고드는 ‘턱인’ 반응이 발생한다. 일종의 오버스티어링이다. 이를 잘 이용하면 바깥으로 빠지는 앞부분을 안으로 잡아채듯 집어넣을 수 있다. 코너에서 유용한 기술이다. 전기차의 회생제동 성능을 이용한 주행 기술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실제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조작하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원선회 코스에서 드리프트 체험도 했다. 가속 페달과 스티어링휠을 섬세하게 조작해야 한다. 가속 페달은 50~60%까지만 사용해야 한다. 정보 표시창에 가속 비율을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급한 마음에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차는 여지없이 돌아버린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은 드리프트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구동력과 핸들링 밸런스를 제어한다. 원선회 코스에서 드리프트 체험도 했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휠을 섬세하게 조작해야 한다. 가속페달은 50~60% 까지만 사용해야 한다. 정보 표시창에 가속 비율을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급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차는 여지없이 돌아버린다.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만난 아이오닉 5 N. 사진 = 오종훈

전기차의 고성능 구현은 결국 배터리 관리에서 승패가 갈린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고, 열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 N에 최초로 탑재된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셀은 고용량 신규 소재 적용과 배터리 셀 설계 및 공정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밀도가 8.4% 향상됐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4세대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은 ▲OTA(Over-the-Air) 업데이트 ▲실시간 사전 안전 진단 ▲고성능 특화 주행∙충전 제어 등이 가능한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를 탑재하고 열폭주 지연 강화 설계를 적용해 배터리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

고속주회로에서 조수석에 앉아 최고속도 160km/h 넘는 속도로 달렸다. 비가 내려 줄였다는 속도다. 앞을 가로막은 벽이 옆으로 비켜서는 느낌이 짜릿했다. 제원표상 최고속도는 260km다.

일일이 설명하자면 끝이 없겠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술을 모두 쓸어 담았다. WRC에 출전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기술이다. 당장 이대로 자동차 경주에 출전해도 좋겠다. 내년쯤 원메이크 경기가 열리겠다는 전망은 삼척동자도 하겠다. 서킷에 차를 올려서 게임하듯이 타면 정말 재미있겠다. 이를 실제로 체감한 날이었다.

아이오닉 5 N의 계기판. N e 시프트 기능을 넣어 기어단수를 보여준다. 사진 = 오종훈

개발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미쳤다 진짜” 아이오닉 5 N을 타면서 수도 없이 내뱉은 말이다. 차에 미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행복을 전해주는 차다.

누군가 전기차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했다. 동의하기 힘들다. 아이오닉5 N의 고성능은 과거를 보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의 소리와 흔들림에 뿌리를 둔 과거의 감성이다. 전기차의 시대에 그런 감성으로 고성능을 증명하는 건 시대착오다. 구식이다. 전기차 시대의 고성능은 신식이어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아직 답은 없다. 아이오닉 5 N이 멋지고 흥분되는 차이지만, 미래를 보여주는 차는 아니다.

판매가격 7,600만 원. 정부 보조금 301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기준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합해 380만 원을 받아 7,22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아이오닉 5 N은 N브랜드 첫 고성능 전기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고성능 스포츠카와 뚱뚱한 몸의 부조화. 무겁다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650마력 제로백 3.4초의 성능을 품기에 아이오닉 5의 몸은 어울리지 않는다. SUV 비슷한 크로스오버 디자인이 N과는 거리가 있다. 아이오닉 6가 N을 품기에는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발팀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지만, 차차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기대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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