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파란 하늘을 보며 아우디의 심장, 잉골슈타트로 달려갔다. 뮌헨에서 80km, 한 시간 남짓 북쪽으로 달리면 잉골슈타트다. 아우토반에서 속도를 올리면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잉골슈타트는 그 자체로 아우디다. 주민이 14만 명이고 아우디 직원이 4만 명이다. 어느 집이든 문 열고 들어가면 아우디 직원 한 명은 만날 법한 아우디의 도시다. 또한 많은 아우디 고객이 이곳 아우디 포럼을 찾는다. 주문한 차를 받으러 와서, 온 김에 공장도 둘러보고 박물관도 관람한다. 그들에게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포럼은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는, 놀이공원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다.
지난 9월 5일 오전 11시 폭스바겐그룹 초청으로 이곳을 찾아 가이드의 안내로 공장과 박물관 투어에 나섰다.
1949년에 세워진 잉골슈타트 공장은 전 세계 곳곳에 지어진 아우디 공장 중 최대규모다. 연간 생산 규모는 33만 대. 아우디 Q2, A3, A4, A5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공장은 하루 3교대로 가동되고 있다.
프레스 공장에서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페인팅을 거친 이후에 엔진을 결합하고 조립되는 과정에 근로자들이 본격 투입된다. 공장은 밝고 깨끗했다. 생산라인을 따라 여러 종류의 차들이 섞여서 흐른다. 혼류생산을 하는 작업자들은 순서에 따라 부품을 조립하면 된다.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의 부품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작업지시가 전달된다. 여성 노동자들도 많이 있었다. 전체 노동자의 30%가량이 여성이다. 능숙하게 작업하는 모습은 남녀가 다르지 않았다.
생산라인 곳곳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카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운전자가 없이 무인 차량으로 해도 될 것같아 보이지만 대부분 카트에 운전자가 있었다.
잉골슈타트 공장은 지금 스마트 팩토리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내년부터는 아우디의 야심작 ‘Q6 e-트론’이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공장 인근 배터리 조립시설을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친환경 이슈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잉골슈타트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100% 친환경 전기다. 또한 약 2만 3,000㎡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어 있다. 가까운 정제소 및 시립 폐기물 재활용 공장을 비롯한 인근 산업 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공급받아 사용한다.
공장을 빠져나와 옆 건물로 건너가면 아우디 박물관이다. 14대의 자동차들이 리프트에 실려 위아래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박물관 로비에는 TT가 전시되어 있었다. 탄생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이제 TT를 보려면 박물관을 찾아야 함을 절감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아티스트를 만나는 안타까움으로 TT를 만났다. TT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1층 엘리베이터를 타면 124년을 거슬러 1899년(3층)에 내린다. 아우디의 첫 번째 자동차 회사 A.Horch가 설립된 해다. 창립자의 이름을 딴 회사명이다. Horch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나와 1909년에 AUDI를 만든다. 독일어 Horch를 라틴어로 하면 Audi가 된다.
Horch, Audi, DKW, Wanderer 4개 회사가 합병하여 Auto Union이 출범한 건 1932년 6월이었다. 이후 아우토 유니온은 몇 차례 주인이 바뀐 뒤에 폭스바겐 그룹 품에 안기고, 1980년에 회사 이름을 아우디로 바꾸게 된다.
호르히 670 V12 스포츠 카브리올레, 아우토 유니온 V16 타입 C와 D, NSU Ro80, 아우디 100 등 시대를 풍미했던 차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50여 대의 자동차와 30여 대의 모터사이클을 통해 본 아우디의 역사는 그 자체로 자동차 산업의 역사이기도 했다. 창업하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시기뿐 아니라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시기도 오롯이 스스로의 역사로 품고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귀를 기울이며 때로 질문과 답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한 시간 만에 지난 꿈같은 140년이었다.
독일 잉골슈타트 =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