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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M, 알면 재미있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자동차

M 브랜드의 두 번째 전용 모델이다. 역사에 단 두 대만이 M 브랜드 전용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78년의 M1이 첫 주인공이고 두 번째가 오늘의 주인공 XM이다. M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기도 하다. 고성능을 뛰어넘는 초고성능의 세계에도 하이브리드 전기차들이 등장하고 있으니,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다.

탱크처럼 크고 완강한 모습이다. 조명을 더한 키드니 그릴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가지만 결코 자신의 전통을 버릴 생각은 없음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주간주행등과 분리된 헤드램프는 벙커 안에서 반짝이는 초병의 눈처럼 날카롭다.

보닛에는 잘 담금질한 근육처럼 두 개의 파워 돔을 만들었다. 그 아래 엔진룸을 상상할 수 있는 보닛이다. 두 개의 배기 파이프를 세로로 쌓아 좌우로 배치한 배기구도 그렇다. 이와 연결된 엔진이 보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M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알칸타라 소재로 마감한 지붕은 프리즘 형태의 무늬로 만들고 조명을 더해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선루프는 없다.

길이 5,110mm, 너비 2,005mm, 높이 1,755mm에 휠베이스 3,105mm다. 크고 넓다. 공간을 논할 필요조차 없다. 2열 공간은 태평양처럼 넓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넓다.

크고 넓은 대신 무겁다. 공차중량이 2,750kg. 4명이 타면 3톤이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을 무게다. 이 몸을 가볍게 업고 달리는 파워트레인은 정말 놀랍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무려 658마력의 힘을 낸다. V8 엔진 489마력, 모터 197마력이다. 모터 빼고 엔진만으로 충분히 고성능이고 엔진 빼고 모터만으로 충분히 친환경이다. 그래서 친환경 고성능이 만들어졌다. 시대는 친환경차를 만들라 하고, M은 고성능을 포기할 수 없는 운명. 이런 모순을 영리하게 풀어낸 결과가 XM이다.

죽느냐 사느냐? 양단간에 결단이 아니라, 적을 품고 내가 사는 길을 택했다. 따지고 보면 자동차 자체가 모순덩어리이고 그 모순을 하나하나 해결해온 과정이 자동차의 역사다.

시속 100km 가속시간과 연비가 이 차를 잘 말해준다. 3톤에 육박하는 몸을 끌고 4.3초 만에 시속 100km를 끊는다고 메이커는 밝히고 있다. 또한 엔진과 모터 합산 표준 연비는 10km/L다.

이런 고성능, 고효율을 함께 구현하고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효율을 포기한 고성능, 성능을 포기한 고효율이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고 있다.

실제로 측정해본 결과 0-100km/h 가속시간은 4.42초였다. 파주-서울간 55km 실주행 연비는 모터 연비 5.2km/kWh였다. 52km 정도를 모터가 커버했고 엔진으로는 반포-교대 구간 3km가량을 달렸을 뿐이어서 그 연비 54.9km/L는 큰 의미 없다 하겠다.
놀라운 사실은 출발할 때 배터리 잔량이 50% 정도였던 것. 1회 충전으로 모터가 주행할 수 있는 거리 62km로 인증받았으나 절반의 배터리로 52km가량을 달렸다. 에어컨을 가동했는데도 그랬다. 배터리 꽉 채우고 100km 주행도 가능하겠다.

문제는 주행가능 거리가 아니라 운전자의 게으름일 수 있다. 기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놓고 충전을 게을리하는 경우다. 주유는 쉽고 빠른데 충전은 오래 걸리고 번거로우니 충전을 게을리할 위험이 크다. 그래도 부지런히 충전해야 이 차를 타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게 된다. 엔진으로만 달리면 배터리와 모터는 그냥 짐일 뿐이다. 하기는 그 반대도 문제긴 하겠다. 엔진이 짐일 수도 있으니. 어쨌든 충전은 게을리하지 말자.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을 감싼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입체적으로 운전자를 둘러싼다. 선택할 게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주행모드, M1, M2, 하이브리드, 여기에 3단계로 선택가능한 ‘드라이브 로직 까지’ 비행기 조종석이 이럴까 싶을 정도다.

그 하나하나의 기능을 이해하고 일일이 선택할 수 있어야 이 차를 운전할 자격이 있다 하겠다. 그럴 수 있다면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 이 차를 운전할 수 있겠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최대로 누릴 수 있는 차인 셈이다. 알면 재미있는 차다. 물론 모르면 짜증만 유발하는 차일 수 있다. 그러니 이 차를 사려는 이들에게는 “제대로 알고 타시라”는 충고를 꼭 해야겠다.

가장 복잡한 구조에서 최고의 ‘펀 투 드라이브’가 나온다. 엔진과 모터, 배터리, 충전 시스템까지 모두 갖추고,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디테일하게 선택하며 조종할 수 있는 선택지들을 갖고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복잡한 차는 없을 듯하다.

전자제어 방식의 어댑티브 M서스펜션 프로페셔널은 아주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준다.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아서 승차감까지 고급이다. 여기에 사륜구동시스템, M스포츠 디퍼렌셜 등이 작용해 고속주행 안정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속도는 빠른데 도로에 달라붙은 듯 흔들림은 적다. 빨려 들어가듯 달려가는 속도에서 긴장한 몸에 미소를 흘린다.

뒷바퀴도 조향에 개입하는 BMW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들어갔다. 덕분에 저속에서 회전 동작이 커진다. 좁은 공간에서 방향 전환이 쉽다. 고속에서는 차선변경이 민첩해진다. 덩치 큰 차에는 정말 요긴한 장치다.

스티어링에는 M1, M2 두 개의 버튼이 있어 미리 정해놓은 두 개의 주행 셋업을 버튼 한 번으로 불러온다. 가장 강하게, 가장 부드럽게 세팅해놓으면 좋겠다.

판매가격 2억 2,330만원. 차에 죽고 못 사는 경제력 있는 소비자를 겨냥한 틈새 상품이다. 많이 파는 차는 아니니 2억 넘는 비싼 가격이 수긍이 간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 바닥이 높다. 짐을 높게 들어올려야 차에 실을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넣다 보니 트렁크 바닥이 높게 올라올 수밖에 없다. 차체 구조상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지만 어쨌든 사용자가 불편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앞창과 지붕이 만나는 지점, 틈새가 떠 있다. 손끝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다. 재질 단면이 드러나지는 않으나 틈새가 벌어져 있어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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