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한 지 석 달, 큰 변화를 조용히 추진하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은 고객에게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4월 20일 문을 열었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은 지난 3개월간 누적 방문자가 31만 명을 넘기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고객들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온라인 판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은 다양한 고객 니즈와 온라인 구매 패턴 분석을 통해 혼다코리아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플랫폼이다. 1년여 기간 동안 준비팀을 비밀리에 가동하며 시장조사와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진행한 뒤 지난 4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본 혼다코리아의 승부수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시승 신청, 견적 산출, 계약 및 결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전시장이 문을 닫은 새벽 1시에도 주문을 넣을 수 있고, 서울, 부산, 광주 어디에서든 같은 가격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CR-V 터보는 서울이나 부산이나, 서초에서나 종로에서나 4,260만 원이다. 더 싸거나 더 비싼 곳이 없다. 같은 가격이다.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원 프라이스(One Price, 정찰제)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
전시장을 찾아서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전시장에는 혼다 큐레이터가 고객을 맞아 전문적인 차량 설명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진행한다. 전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병행한다는 게 혼다의 전략이다.
서비스 시행 후 3개월. 온라인 플랫폼은 차분하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차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4월 20일, 온라인 플랫폼을 열던 날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에만 2만 6,000명이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찾았다. 지난 7월 16일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31만 명을 넘어섰다. 3개월 동안 방문자 수가 12배 이상 증가했다. 구매 고객 중 13%는 딜러 전시장이 문을 닫은 오후 8시부터 오전 9시 사이에 온라인 플랫폼을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이 전시장 영업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아니라,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주도적으로 계약을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계약한 전체 고객의 94%는 거주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딜러 통해 차량을 인수했다고 혼다는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가격 조건을 찾아 여러 매장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부산 고객이 서울에서 차를 인수하는 일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영업점을 통해 차를 인수하는 게 가장 편리한 시스템인 것.
온라인 플랫폼의 원프라이스 정책으로 딜러는 고객 유인을 위해 추가 가격 할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출혈경쟁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오프라인 전시장에는 혼다 큐레이터가 도입됐다. 혼다 큐레이터는 판매와 실적 중심의 세일즈 컨설턴트(영업사원)가 아닌,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차량 전문가다. 고객 입장에서는 계약 부담이 있는 영업사원보다는 그런 부담 없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게 훨씬 마음 편한 게 사실이다.
혼다 큐레이터의 첫 등장은 2013년 서울모터쇼였다. 혼다가 큐레이터를 모터쇼에 배치하면서 여성 모델들을 내세운 모터쇼에서 벗어나 자동차 중심의 진정한 모터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모터쇼에서 큐레이터를 지속적으로 활용해온 혼다가 이제 일선 전시장에 이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다.
혼다 자동차 딜러 용산 전시장에서 근무 중인 심상범 혼다 큐레이터는 “전시장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충분한 제품 경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별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판매와 실적 중심이 아닌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전시장 분위기가 단순히 차를 구매하고 흥정하는 곳이 아닌 온전히 경험하는 곳으로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높은 고객 만족도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말했다.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구매한 직장인 A씨는 “전시장이 문 닫은 한밤중에 계약했다. 정찰제여서 가격 할인이 없는 대신 여기저기 알아보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