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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RX 500h, 하이브리드의 정점

한국에서 처음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팔린 차는 렉서스 RX다. 최초의 국산 하이브리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보다 3년 먼저 국내 시판에 나섰다. 2006년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RX는 이제 5세대 모델로 진화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450h+ Luxury’, 하이브리드인 ‘350h Luxury’와 ‘500h F 스포츠’ 등 3개 트림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최고 트림인 RX 500h F 스포츠를 시승했다.

앞으로 렉서스는 이런 모습이겠다. 여전한 듯 변한 듯 새로운 스핀들 그릴, 얇은 L자형 주간주행등 높은 후드, 두터워진 몸집. C 필러를 블랙 컬러로 마무리해 떠 있는 지붕의 느낌도 살리고 있다. 블랙 사이드미러 등 F 스포츠만의 디자인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붓글씨로 一자를 쓰면 가운데가 얇고 양 끝이 멋지게 두꺼운 형태가 된다. 이 차의 일자형 리어콤비네이션 램프가 그렇다. 그 중앙에 LEXUS 레터링 타입의 새 로고를 새겨 넣었다. 단정한 모범생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GA-K 플랫폼을 사용해 강성을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또한 저중심 설계로 무게 중심을 낮췄다. SUV지만 흔들림을 잘 제어해 높은 안정감을 확보하는 이유다. 차제 크기 4,890×1,920×1,695mm로 휠베이스는 2,850mm다. 휠베이스는 60mm를 더 늘였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그만큼 실내 공간이 더 넓어졌음을 말한다.

앞좌석은 타즈나 콘셉트를 적용했다. 타즈나는 승마에서 가져온 콘셉트로 말과 기수가 교감하며 일체감을 느끼는 것처럼 차와 운전자가 일체감을 느낄 수 있게 시트를 제작했다는 말이다.

컵홀더는 지름 75mm 컵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깊이 조절까지 된다. 앞에 있는 컵 홀더에 컵을 넣고 꾹 누르면 깊게 들어가는 것. 큰 컵을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다. 사소한 부분에도 차별화된 모습을 만들어냈다. 디테일에 강하다.

뒷좌석 공간은 여유가 있다. 무릎 앞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시트 등받이도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어 좀 더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다.

전자식 버튼 도어핸들 e래치는 새롭다.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방식. 밖에서 문을 열 때도 도어 그립을 잡고 버튼 누르듯 살짝 누르면 문이 열린다. 뭔가 조금 더 색다르고 고급스럽다. 역시 디테일에 강한 모습.

2.4 터보 엔진에 배터리와 2개의 모터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했다. 엔진출력 275마력, 모터 출력 76kW로 총 시스템 출력 371마력을 확보했다. 그 힘을 다이렉트 시프트 자동 6단 변속기가 조율한다. 공차중량 2,150kg이니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약 5.8kg.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무게다.

후륜은 모터 구동으로 움직인다. 이를 통해 사륜구동 시스템 ‘다이렉트4’가 작동한다.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과 AWD가 차체의 흔들림을 잘 제어해 주행안정성을 높여주고 있다.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은 더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긴급 제동보조 시스템(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도로 표지판 어시스트(RSA),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AHS),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 등을 포함하고 있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보조해준다. 차간 거리 유지, 차선 중앙 유지를 매끄럽게 해낸다.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초보운전자보다 훨씬 낫다.

500h F 스포츠 트림에는 다이내믹 리어 스티어링(DSR)이 있다. 최대 4도로 조향에 개입한다. 저속에서는 앞뒤 역방향, 저속을 벗어나면 앞뒤 같은 방향으로 바퀴를 조향한다. 좁은 공간에서 넓게 움직일 수 있고 민첩한 반응을 보인다.

네이버 클로바 음성인식 시스템을 이식한 렉서스 커넥트는 아주 많은 기능을 음성 명령으로 확인할 수 있다. LG U+를 통해 음악 스트리밍, 인터넷 방송, 날씨 등의 서비스도 이용하게 된다. 자동차가 기계장치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능들이다.

렉서스 커넥트 앱을 스마트폰에 깔면, 내 차 위치 찾기, 목적지 전송 등의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만나면 활용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 어디까지 넓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스티어링휠 버튼과 연동해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화면도 커서 시원하게 보인다.

조용하다.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고 실내는 조용하다. 그런 면에서 렉서스는 소리에 강한 브랜드다. 조용한 실내에서 듣는 마크 레빈슨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귀가 호강한다. 모두 21개의 스피커가 실내 곳곳에 배치돼 높은 수준의 소리를 완성시킨다. 실내가 조용해서 오디오의 가치가 더 빛난다.

소리와 관련해 두 개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과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다. ASC는 가속할 때 별도의 사운드를 추가해 가속의 느낌을 더 강조해주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은 주행할 때 들리는 엔진음 등을 상쇄시키는 반대 주파수로 소리를 다스리는 기술이다. 소리에 집요한 렉서스다.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52초로 측정됐다. 파주-서울간 55km 실주행 연비는 13.6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는 10.0km/L. 1억 1,703만원(개소세 5% 기준)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EV 모드 버튼이 없다.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EV 주행을 하고 싶어도 선택할 방법이 없다. 그냥 살살 운전해 차가 알아서 EV 주행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행모드 선택버튼은 터치스크린을 통해야 한다. 두 번 동작해야 하는 게 크게 번거롭지는 않지만, 주행모드를 수시로 바꾸며 재미있게 운전하는 운전자에게는 물리적인 버튼이 아쉽다. 물리적 버튼을 없애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있어서 좋다면 굳이 없앨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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