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나앉은 느낌, 짜릿했다. 포르쉐와 함께라면 길바닥에 나앉아도 좋겠다. 오늘은 포르쉐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다.
490마력짜리 트윈 터보 3.0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뒤로 배치해 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엔진은 실린더 행정(76.4mm)이 내경(91.0mm)보다 짧은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스트로크가 짧아 고회전에 유리하다.
그 엔진을 조율하는 건 8단 PDK 변속기다. 박력 있게 내지르고 절도 있게 기어를 바꾼다. 490마력은 결코 쉬운 힘이 아니다. 전기 모터로 만드는 500마력과 엔진의 500마력은 난이도 차이가 크다.
강한 힘이 버겁지 않은 건, 강한 엔진을 조율하는 변속기, 버텨주는 차체와 서스펜션, 언제든지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 등이 뒷배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주행보조시스템이 있어서 쉽게 다룰 수 있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열고, 리어 스포일러를 펼쳐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막혔던 속을 뚫고 시원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차는 과녁으로 날아가는 화살이 된다. 박력 넘치는 엔진 사운드를 들으며 빠르게 달리는 순간엔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오직 달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느끼는 묘한 마력. 중독성이 있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가 장착된 GTS 전용 서스펜션을 적용해 차체 높이를 10mm 더 낮췄다. 따라서 시트 포지션도 아주 낮다. 길바닥에 나앉은 느낌이다. 2억 3천만 원짜리 차를 타고 길바닥에 나앉은 느낌. 나쁘지 않다.
차체가 낮아서 무게 중심도 더 아래로 내려가 도로에 달라붙어 달리는 기분이다. 무게 중심이 낮아지면 차체는 더 안정된 자세를 취하지만 달리는 느낌은 더 다이내믹해진다. 시선도 따라서 낮아지기 때문이다. 더 안정된 자세로 더 역동적인 느낌을 받는 것. 4,533×1,852×1,300mm에 휠베이스는 2,450mm 달리기 딱 좋은 크기여서 부담이 없다.
웨트 모드는 포르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주행모드다. 젖은 길에서 구동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준다.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점점 강해지는데 노멀이라고 순한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레이싱카나 다름없는 스포츠카다.
느린 속도라면 움직이는 중에도 전동식 소프트탑은 여닫을 수 있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옆창이 열린 뒤 지붕이 접히고 다시 차창이 올라와 지붕 여는 동작을 마무리한다. 윈드 디플렉터도 버튼으로 조작하는데 그 효과가 놀랍다. 시속 90km 전후 속도로 지붕을 열고 달리는데 윈드 디플렉터를 올리면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을 정도로 실내는 차분했다. 지붕만 뚫리고 앞뒤 좌우를 막아놓은 셈이어서 기대 이상으로 차분했다. 바람 소리도 크지 않은 편. 7월, 한낮의 태양만 아니라면 지붕 열고 달리는 기분이 더 좋았겠지만 정수리를 뜨겁게 달구는 습한 더위에 곧 지붕은 닫아야 했다.
7인치 계기판, 10.9인치 센터디스플레이를 갖췄다. 실내외에 블랙 컬러로 GTS의 분위기를 살렸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 기능을 차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0-100km 가속 시간은 3.6초, 공인복합 연비는 8.1km/L다. 파주 헤이리마을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까지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10.5km/L였다.
판매가격은 2014년식 모델 기준 2억 3,270만 원. 옵션을 더하다 보면 가격은 훨씬 더 올라간다. 2013년식인 시승차의 출고가격은 2억 7,02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인식 수준은 기대 이하다. 강남역 가자고 하면 경상북도 청도군 각남면을 추천하고 서울시청 간다고 하고는 김천시청을 내놓는 식이다. 고객들을 화나게 할 필요는 없다. 이럴 거면 음성명령 기능은 빼야 한다.
시작 가격이 2억 3,270만 원인데 스티어링휠을 조절하는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이 수동이다. 레버를 젖혀 손으로 밀고 당기고 올리고 내리며 조절해야 한다. 1억도 아니고 2억 원 넘는 차인데 너무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