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는 르망 24시 대회를 기념해 포르쉐 963 차량에 화려한 리버리를 선보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모터 레이싱 컬러에 대한 오마주이자 포르쉐 스포츠카의 75주년, 나아가 프랑스의 유서 깊은 르망 24시 대회의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한다.
마티니, 로스만, 걸프와 같은 스폰서 컬러와 “피그”와 “히피” 같은 아이코닉 디자인이 포르쉐 잘츠부르크 팀의 레드 컬러를 통해 재탄생했다. 해당 차량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역사적인 장거리 레이스에 출전을 앞두고 있다.
포르쉐 AG가 올해의 르망 24시 대회를 기념해 세 대의 포르쉐 963 차량에 특별한 리버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르망 하이퍼카 클래스에 참가하는 세 대의 포르쉐 963 차량은 역사 속 전설적인 포르쉐 레이싱 카에 대한 경의를 표하도록 옐로우, 레드, 다크 블루, 라이트 블루, 그린, 핑크, 오렌지 등 7개 컬러의 독특한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용했다. 19번의 종합 우승과 110번의 클래스 우승을 기록한 포르쉐는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세계에서 권위있는 내구 레이스에서 성공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포르쉐 963의 오렌지 스트라이프 패턴은 전설적인 포르쉐 917의 걸프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1969년 우승한 영국의 존 와이어 오토모티브 엔지니어링은 1970년 917 모델로 차량을 교체하고 광유 회사를 스폰서로 영입했다.
그 해 초, 세 대의 차량이 모두 리타이어 했으나 걸프 포르쉐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됐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스티브 맥퀸이 영화 ‘르망’에서 주인공 마이클 딜레이니역으로 블루와 오렌지 컬러의 레이싱 카를 운전하는 장면은 현재까지도 가장 훌륭한 모터 레이싱 연출로 여겨진다.
1971년 10월 포르쉐와 페라리의 화려한 대결이 스크린을 장식하기 전, 걸프 포르쉐는 르망에서 포디움에 올랐다. 영국의 리차드 앳우드와 스위스의 허버트 뮐러는 4.9리터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917 KH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약 50년 뒤, 걸프 디자인은 FIA 세계 내구 챔피언십에서 포르쉐 911 RSR과 스파프랑코르샹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한 여러 대의 포르쉐 911 GT3 R디자인에 적용됐다.
1971년 포르쉐 917/20은 르망의 팬, 드라이버 그리고 관계자들을 즐겁게 했다. 포르쉐의 디자이너 아나톨레 라핀은 핑크 컬러 바탕에 푸줏간의 돼지고기 조각을 스케치한 뒤 코, 허벅지, 발목, 뇌 등 부위별 명칭에 따른 라벨을 붙였다. 애정이 담긴 별명들도 생겨났다.
윌리 카우젠과 라인홀트 조이스트가 운전한 차량은 주펜하우젠의 ‘트러플 스니퍼’에서 최종적으로 독일어권에서는 “자우(Sau)”, 영어권에서는 “핑크 피그(Pink Pig)”로 불렸다.
1971년, 917/20의 스포츠카 퍼포먼스는 아쉬움을 남겼다. 5위로 달리던 카우젠과 조이스트가 르망 24시 레이스가 끝나기 직전에 리타이어 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리버리를 다시 도입한 2018년에는 상황이 좋아졌다. “핑크 피그” 디자인으로 장식된 포르쉐 911 RSR은 워크스 드라이버 케빈 에스터, 마이클 크리스텐슨, 로렌스 반투르와 함께 2018년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 GTE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1969년 4월 아나톨레 라핀은 포르쉐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됐다. 라트비아 출신의 라핀은 1년 만에 제라드 라루스와 윌리 카우젠이 운전한 롱테일 포르쉐 917을 통해 모터스포츠에서 예술적인 감각을 발휘했다. 약 1,500개의 스프레이 캔으로 “히피” 차량에 적용한 그린, 퍼플 컬러의 물결 패턴은 사이키델릭 효과를 자아냈다.
일부 경영진은 디자인에 대해 회의적이었으나 레이싱 팀 소유주인 한스 디터 데첸트와 스폰서 마티니 앤 로씨 관계자들은 호평했다. 속도까지 빨랐던 “히피”는 모터 레이싱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70년 한스 헤르만과 리차드 앳우드는 르망에서 포르쉐 최초로 종합 우승을 달성했으며, 라루스와 카우젠도 2위를 차지했다.
1970년 한스 디터 데첸트는 이탈리아 주류 브랜드 마티니와 함께 처음으로 르망에 팀을 출전시켰다. 포르쉐 잘츠부르크 우승에 이어 라루스와 카우젠의 “히피” 917이 2위, 린스(Lins)와 마르코(Marko)의 908이 3위를 차지하면서 포르쉐는 포디움을 점령했다.
변화는 이듬 해에 이뤄졌다. 오스트리아 출신 헬무트 마르코와 네덜란드 출신 헤이스 반 렌넵이 마티니 레이싱 팀으로 출전한 포르쉐 917 KH로 우승했다. 두 사람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던 5,335 킬로미터 기록을 세웠고, 해당 기록은 39년이나 지속됐다. 눈길을 사로잡는 라이트 블루, 레드, 그리고 다크 블루 스트라이프가 있는 화이트 컬러 리버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당 리버리는 1976년 르망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재키 익스(Jacky Ickx)와 헤이스 반 렌넵의 포르쉐 936에도 반영됐다. 1년 뒤에는 위르겐 바르트(Jürgen Barth), 헐리 헤이우드(Hurley Haywood), 재키 익스가 마티니 컬러의 포르쉐 936/77로 세 번째 우승을 거뒀다.
다크 블루와 화이트에 레드와 골드로 포인트를 준 로스만 디자인은 포르쉐의 연이은 우승과 관련이 있다. 캐나다 담배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은 워크스 팀의 첫 번째 출전은 큰 주목을 받았다. 1982년 르망 24시에 출전한 세 대의 포르쉐 956이 1, 2, 3위를 휩쓸었다. 4위와의 차이는 30랩이었다. 이듬 해에는 1,2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당시 스포츠카 월드 챔피언십에서 로스만 포르쉐는 독보적인 실력을 입증했다.
1986년과 1987년 956 리버리로 디자인된 포르쉐 962C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거리 클래식에서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약 30년 후, 포르쉐는 르망에서 이 전설적인 페인트 디자인을 부활시켰다. 2018년 로스만 디자인을 담은 포르쉐 911 RSR은 GTE차량 예선 신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같은 클래스에 출전한 “핑크 피그” 리버리가 적용된 911 RSR에 이어 2위를 거뒀다.
포르쉐는 1969년 시즌 908 LH로 첫 번째 종합 우승을 120m 차이로 아깝게 놓친 후, 1970년 시즌에 두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포르쉐 잘츠부르크에 등록된 차량과 존 와이어의 신규 워크스 팀 차량 3대로 레이스에 나선 포르쉐는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레드와 화이트 컬러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70년 6월 13일 토요일, 페리 포르쉐가 녹색 기를 흔들며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여동생 루이제 피에히(Louise Piëch)는 잘츠부르크 팀의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기존의 클래식한 스타트를 최초로 폐지했던 당시 르망 레이스는 폭우로 인한 사고를 비롯해 스핀과 슬라이드가 수없이 발생했다. 최종적으로, 경기에 참여한 57대의 차량 중 7대만 경기에 남았으며 선두에는 포르쉐 917 KH 23번 차량이 있었다. 조종석에는 영국의 리차드 앳우드와 한스 헤르만이 함께 있었고 두 사람은 압도적으로 5랩을 리드하며 포르쉐의 첫 번째 로망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중앙에 위치한 레드 테두리의 옐로우 스트라이프는 포르쉐와 펜스케 팀의 이전 승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1970년대 초 포르쉐는 미국의 펜스케 팀과 캔암(CanAm) 시리즈에서 두 번의 우승 타이틀을 거두었다.
메인 스폰서 DHL의 옐로우와 레드가 적용된 포르쉐 RS 스파이더가 미국 르망 시리즈(ALMS)에서 보여준 성과는 더욱 인상적이다. LMP2 프로토타입 레이스 카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우승 타이틀을 석권하며 24번의 승리를 이끌었고, 이 중 2008년 세브링 12시간 레이스에서는 독일 출신의 티모 베른하르트와 프랑스 출신의 로맹 뒤마, 엠마뉴엘 콜라드가 더 강력한 성능의 LMP1 차량을 꺾고 종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르망에서는 RS 스파이더가 펜스케 팀의 부재에도 2008년 2009년에 두 번 LMP2 클래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