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의향이 바닥권에서 2개월 연속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전 세계 24개국 18세 이상 1,000명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차량 구매 의향을 조사한 ‘2023년 4월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Vehicle Purchase Intent Index, 이하 VPI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4월 국내 소비자 VPI 지수(2021년 10월=100 기준)는 73.3을 기록해 앞서 2월 기록한 최저치 62.6와 2월의 69.8에서 2개월째 반등했다. 하지만 4월 수치는 2022년 7월 기록한 최고치(119.3)나 기준 시점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같은 달 글로벌 VPI 지수는 86.6을 기록해 3월의 84.4에 비해 소폭 상승, 3개월째 반등했다. 글로벌 지수는 지난 2022년 7월 103.4를 고점을 기록한 뒤 같은 해 10월 77.7까지 급락했다가 현재까지 7개월째 등락을 거치며 저점에서는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지수 역시 기준시점과 비교하면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국내 VPI 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한 요인으로 금리인상 잠정 중단 흐름,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반도체 수급난 해소, 전기차 가격 하락 조짐 등을 꼽았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국내 소비자 자동차 구매의향이 침체기를 지속할 것으로 분석했다. 높은 신차 가격과 경기 불안 양상이 그것이다. 딜로이트는 고객사들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거시경제, 지정학적 요인, OEM 전략 및 소비자 인식 변화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VPI 지수는 향후 6개월 내 승용차, SUV•MPV, 픽업트럭 등을 포함한 차량 구매 의향을 나타낸 소비자 비율을 지수화한 수치이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지난 2021년 10월 VPI 지수(100)를 기준으로 이를 상회하면 소비자 자동차 구매의향이 ‘증가’, 하회하면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VPI 지수 하락은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경제 충격으로 시작됐다. 그 결과, 신차·중고차 가격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으며 국내 자동차 소비심리와 구매의향을 위축시켰다. 특히, 금리인상 단행으로 올해 3월부터 5월 국내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폭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p 상승했다.
이와 함께, 공급망 문제로 길어진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은 소비자 구매 의욕 상실을 부추겼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팬데믹, 미중 패권 갈등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자동차 원자재 수급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자동차 출고 적체 기간은 최대 30개월까지 늘었다.
완성차업체(OEM)는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요인을 타개하고자 고가 프리미엄 신차 모델 중심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고 역대 최대 판매액을 기록했다. 다만, 장기간 지속되는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차를 찾거나 중고차 시장에 주목하게 되면서, OEM의 고급화 전략이 소비자 구매 의향을 낮추는 모양새가 되었다.
카셰어링, 카헤일링(Car Hailing·차량 호출) 등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활성화도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유 개념을 변화시켰다. 특히, 공유 모빌리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자동차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진입하며 차량 보유 의향과 신차 구매 수요는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실제 국내 택시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3,497억 원에서 2025년 3조 8,934억 원으로 약 188.4% 증가했다. 반면, 2014년부터 2022년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256만 대에서 272만 대로 6.25% 증가했으며, 이 중 2030 세대 차량 소유 비중은 23%에서 17%로 감소했다. 장기적 구매 수요 감소 대응을 위해 OEM이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고, 경쟁력 있는 업체에 투자하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행보 중 하나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우리나라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가 최근 2개월 간 상승했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의향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는 기본으로 돌아가 자동차 소유의 가치와 업을 재정의하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자동차를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재구축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