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에 S가 더 붙었다. 파나메라 터보 S. 하이브리드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파나메라 모델이다. 4리터 V8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은 무려 642마력, 83.7kg∙m의 힘을 낸다. 파나메라 터보보다 92마력, 5.2kg∙m 더 센 힘이다.
숫자에 기가 죽는다. 내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싶은, 내가 나를 못 믿게 만드는 성능이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서킷이라면 50~60% 정도, 이주 잠깐 90% 넘게 그 성능을 맛볼 수는 있겠다.
그리고, 쉽다. 스티어링은 나긋나긋하고 차체는 단단하다.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사륜구동 등이 차체를 아주 정밀하게 제어해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확보했다.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 차이가 커서 계기판을 보는 순간 놀랄지 모른다. 이렇게 빠르게 달리고 있었던 거야?
포르쉐하면 911이다. 스포츠카의 정석이다. 그런데, 911은 불편하다. 많이 불편하다. 실내 공간은 좁아서 싱글 베드 느낌이고, 타고 내리기도 쉽지 않아 몸을 구겨 넣는 기분이다. 그래도 911에 군침을 흘리는 건 완성도 높은 스포츠카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서다.
좁고 불편한 911 대신 넓고 편안한, 게다가 럭셔리한 파나메라가 좋은 선택지가 된다. 파나메라의 최고 성능을 보이는 터보 S라면 성능 면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 이 차에 눈길을 주게 되는 이유다.
5,050×1,935×2,165mm의 크기, 2,950mm의 휠베이스를 갖춰 당당한 크기와 넓은 실내를 갖췄다. 6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스포츠카지만 911과는 달리 넓고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럭셔리 스포츠카다.
하지만 넘사벽이다. 워낙 비싸다. 3억원을 넘는다. 3억 810만원인데, 이 가격이면 어지간한 편의 장비들을 최고급으로 다 넣어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포르쉐 가격의 사악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이것저것, 예를 들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부메스터 오디오, LED 메트릭스 헤드램프 등 쓸만한 옵션들을 더하다 보면 몇천만 원을 더 갖다 바쳐야 한다. 시승차의 출고가격은 3억 3,920만원. 중소도시의 집 한 채 값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사악한 가격에도 제법 팔린다는 것. 어쩌면 사악한 가격이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642마력의 엔진출력은 8단 PDK를 통해 전달된다. 변속이 이뤄질 때마다 툭툭 시트가 몸을 밀어준다. 고속에 접어들면 듣기 좋은 엔진 소리가 바람 소리를 덮어버리는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비로소 바람 소리가 와글거리며 들어온다.
힘찬 움직임이 멋지다. V8 4.0 엔진은 실린더의 보어, 스트로크가 86mm로 같은 스퀘어 엔진이다. 고속주행에 좀 더 잘 대응하는 형식.
노면 굴곡을 따라서 차체 흔들림이 증폭될 법한 속도에서도 뛰어난 안정감을 확보하고 있다. 운전자가 크게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쉽고 편하게 이 차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스포츠카의 기본은 제동 성능이다. 잘 멈춰야 제대로 달릴 수 있어서다. 시속 100km에서 제동을 시도했다. 체중을 실어 급제동을 했는데 차체 반응은 의외로 여유롭다. 브레이크 페달을 통해서는 강한 반발력, ABS가 작동하는 진동이 제법 거칠게 전해진다. 차체는 여유롭고, 브레이크 페달은 거칠다.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1초로 메이커는 밝히고 있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측정해본 결과 최고 기록은 3.7초, 가속 거리는 48.69m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체크했다. 10.4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연비 7.1km/L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파나메라 터보 S도 차분하게 다루며 경제운전을 하면 두 자릿수 연비를 기대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게 탈거면 이 차를 왜 사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파나메라 터보 S를 탄다고 늘 빠르게 강하게 600마력을 쓰면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비는 돈인데,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낫지 않을까.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인식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 “목적지 설정 강남역”을 말하면 경상북도 청도군의 각남면을 띄우고, “교대역”이라고 하면 파주시 인근의 교회들을 검색해준다. 비단 이 차뿐 아니다. 포르쉐의 음성인식 시스템의 문제다.
수동변속을 통해 8단으로 올린 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강제 시프트 다운이 일어나지 않는다. 킥다운이 걸리지 않는 것.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8단에서 7단 혹은 5, 6단 정도로 기어가 아래로 내려간 뒤 강한 가속이 일어나야 정상이다. 기어 변속은 안 일어나고 그냥 조금씩 속도를 높이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상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