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는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포르쉐 디자인 센터 시니어 디렉터 정우성 씨의 믿음이다.
포르쉐코리아는 4일 서울 성동구 포르쉐 나우 성수에서 포르쉐 마스터 디자인 클래스를 진행했다. 행사는 포르쉐 디자인 센터 익스테리어 시니어 디렉터 정우성 (44)씨가 이끌었다. 정우성 씨는 2004년 홍익대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포르쉐 인턴으로 일을 시작해, 올해로 17년 째 일하고 있는 포르쉐의 베테랑 디자이너다.
정 씨는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해,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와 프로덕트 아이덴티티(Product identity)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사람들이 차를 봤을 때,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이며,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는 라이트의 디테일이나 루프 라인 등으로 모델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차이를 전했다. 한 마디로 한 눈에 차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우성 씨의 디자인적 이론인 것.
자동차 디자인은 브랜드의 역사를 나타내는 디자인 유산이 있어야한다. 차의 너비와 높이의 황금비율을 확립하며, 급격하게 떨어지는 포르쉐의 지붕라인은 포르쉐만의 디자인 유산이다.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계기판의 폭과 낮은 시트 포지션은 1964년 911 초기 모델인 901 모델부터 2019년에 출시된 992에 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이러한 디자인 유산은 4도어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에도 심어졌다.
디자인은 신차 출시가 시작되기 4년 전부터 시작된다. 발표 현장에서 정 씨는 와콤 태블릿으로 자동차 디자인 스케치를 시연했다. 디자인 스케치를 바탕으로 3D 프로그램 디자인을 거친다. 이후, 진흙으로 실제 모델 크기와 비슷한 실차 크기 모델의 외관 및 실내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후, 디자이너 간 토론을 통해 최후의 출시 모델이 탄생된다.
포르쉐는 디자인의 철학과 유산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언씬 (Unseen)이 있다. 언씬은 비록 실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디자이너들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미래의 포르쉐 콘셉트 모델이다.
디자인 유산과 개인적인 디자인 철학 사이에서 의견 충돌하는 일이 없을까? 정우성 씨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 씨는 “회사에서 너의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언씬 프로젝트가 있지만, 실차 양산 과정을 거치면 포르쉐의 디자인 철학과 유산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디자인 결과물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