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7을 만났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40i 트림이다. X7에는 이밖에 디젤 엔진을 얹은 40d, 고성능 모델 M60i가 있다.
차체 길이 5,180mm에 휠베이스 3,150mm. 숫자보다 더 커 보인다. BMW의 플래그십 SUV다. 크고 넓은 최고급 SUV 안에 BMW의 모든 기술을 담아놓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은은한 조명을 넣었다. ‘BMW 아이코닉 글로우’다. 실내에는 앰비언트 라이트와 조수석 앞의 라이트 바가 분위기를 돋운다. 빛을 통한 교감이다. BMW의 빛은 품위 있고 세련됐다. 그 솜씨가 날로 늘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가 함께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엔진을 품은 차가 여러모로 불리하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놓은 전기차에 비해 내연기관 자동차는 무게 중심이 높고, 폭발 소음 진동 등 불리한 요소를 한가득 품고 있다.
X7은 어댑티브 2액슬 에어서스펜션,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 등의 기술로 그 불리함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있다. 차체의 흔들림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있어서다. 잘 익은 내연기관 자동차다.
X7은 전 트림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소한의 전동화 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전자, 전기 장비가 크게 늘면서 한계에 이른 12V 시스템을 48V 시스템으로 극복하는 의미도 크다. 회생제동이 가능해 효율도 제법 높다.
넓은 실내는 최고로 고급지게 꾸몄다. 넓은 공간 그 자체의 여유와 고급스러움에 더해 앰비언트 라인트, 일루미네이트 앰비언트 라이트바 등이 분위기를 돋운다. 선루프에는 파노라마 글래스루프 스카이라운지 기능이 ‘별이 빛나는 밤하늘’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에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를 함께 묶어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구성했다. 화면을 보는 몰입감이 크다.
센터 콘솔 커버, 도어 트림 팔걸이 부분에 열선을 넣어 따뜻하게 만들었다.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이 만드는 디테일이다.
2열 독립 시트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어 고급차의 진면목을 만나게 된다. 3열도 대충 만든 공간이 아니다. 좌우 구별된 온도조절, 열선시트 등이 들어가 있어 온전한 공간으로 제대로 만들었다.
직렬 6기통 3.0 가솔린 엔진을 썼다. 이전보다 41마력이 터 세진 381마력의 최고출력을 확보했다. 최대토크는 55kg·m.
공차중량 2,57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6.8kg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 시간은 5.8초, GPS 계측기를 장착하고 직접 테스트한 결과 중 최고 기록은 6.29초였다.
공인복합 연비는 7.8km/L,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면서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리터당 12.4km이었다. 리터당 4.6km를 더 달린 놀라운 수준의 연비를 기록한 것.
뒷바퀴가 조향에 개입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을 적용했다. 큰 덩치가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몸을 놀릴 수 있는 이유다. 저속에서 앞바퀴와 반대 방향, 고속에서 같은 방향으로 조향에 개입한다.
스톱 앤 고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조향 및 차로 유지 보조,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은 완성도가 매우 높다. 차선변경까지 보조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차선변경을 매끄럽게 성공시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시원한 크기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일반, 스포츠, 디렉션, 최소모드 등 다양한 모습으로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50m까지만 지원하던 후진 어시스턴트는 무려 200m까지로 확대됐다. 운전자는 브레이크로 속도 조절만 하면 된다. 후진에 자신 없는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판매가격, X7 xDrive 40i는 4,580만원~1억 5,030만원, 40d는 1억 4,680만원~1억 5,130만원, 그리고 M60i는 1억 7,96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휠이 운전자 몸에 맞춰 조절될 때 가죽을 비비는 것 같은 잡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플래그십 SUV여서 아쉬움이 더 크다.
옆 발판은 어중간하다. 밟고 오를 만큼 차가 높지 않다. 발판을 무시하고 바로 땅에 발을 디디면 옆 발판이 종아리에 닿아 불편하다. 밟아도, 안 밟아도 불편하니 없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