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그를 가려졌던 베일이 벗겨졌다. 듬직한 몸매, 용감한 인상, 고급스러운 실내 빠짐없이 두루 갖췄다. 기아가 탄소중립 시대를 위해 만든 럭셔리 SUV ‘EV9’이다.

기아가 지난달 17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 41에서 대형 전기 SUV ‘EV9’을 공개했다. EV9은 EV6에 이은 기아의 두 번째 전용 전기차로 E-GMP를 바탕으로 모델이다.

카림 하비브 기아차 디자인 센터장은 “EV9은 자사의 디자인 철학인 Opposite United (상반된 창의적 융합)을 적용했다”며 “EV9에 한국의 전통적인 멋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카림 센터장이 디자인에 대한 발표하는 동안, EV9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듯, 멋진 정장 차림에 갓을 쓴 남자가 지하철에 내리는 영상이 반복적으로 재생됐다.

카림 센터장의 발표가 끝난 다음, 베일이 벗겨지고, 우람한 덩치의 EV9이 모습을 드러냈다.

앞모습은 기아의 패밀리 룩인 호랑이 얼굴 (타이거 페이스)로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다. L자형의 시그니처 라이트와 12개의 LED 전구는 호랑이 같은 EV9의 얼굴을 더욱 영롱하게 만든다. 또한, A필러부터 D필러까지 각진 모습은 제복을 차려입은 군인과도 같은 모습이다.

타이어의 휠은 삼각형 두 개를 겹쳐 놓은 모양으로 포인트를 살려냈다. 앞뒤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덕분에 EV9은 넓은 속을 드러낸다. 전시된 차의 시트 구조는 2+2+2 시트의 6인승. 3열의 의자가 펴진 상태에도 2열 착석 후, 무릎 공간은 넉넉하다. 바닥은 평평한 구조로 센터 터널이 없다. 2열 중앙 통로를 통해 3열에 착석을 해봤다.

보통의 대형 SUV는 3열 착석 시 무릎 공간이 없지만, EV9에는 175cm, 100kg에 가까운 기자가 앉아도 부족함이 없다. 187cm의 성인 남자가 착석해도 좁지 않았다.

EV9에는 히든 카드가 있다. 2열 좌석이 KTX처럼 180도 회전이 된다. 기아 측은 “운행 중에는 좌석을 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차박이나 캠핑에서 2열 좌석을 돌리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즐거운 캠핑도 가능하다.

운전석은 여유 공간을 확대했다. 변속기는 현대차에서 사용되는 칼럼 시프트 방식의 변속기가 장착됐다. 대시보드와 시트에는 비건 가죽시트 마감처리를 했으며, 도어와 실내 A필러에는 직물 소재로 마감했다.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12.3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져,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였다. 또한, 센터 콘솔에는 물리적 스위치를 제거하고, 터치식 스위치를 도입해, 물리적으로 세게 누르지 않아도 된다.

스티어링 휠은 역동성을 강조하며, 당장이라도 시동을 걸고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