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나오지.
요즘 유럽을 휩쓰는 소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 XM3 하이브리드가 드디어 국내 판매에 나섰다. 힘들었던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어깨를 토닥이며 등장한 이 차는 소형 SUV 하이브리드 시장을 뒤집을 기세다.
그 주인공 XM3 E-테크 하이브리드를 부산에서 만났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시대를 활짝 연 장본인이다. 해운대 앞바다의 반짝이는 물비늘을 배경으로 서서 명확한 실루엣을 드러낸 모습은 아름다웠다. 멋있는 디자인에 속을 꽉 채워 등장한 새 모델에 시장은 기대를 걸고 바라보고 있다.
쿠페 스타일의 장점, 잘 생긴 외모다. 특히 측면 실루엣 압권이다. 거기에 더해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두 개의 컬러를 더했다. 웨이브 블루와 일렉트릭 오렌지. 블루보다 오렌지가 눈에 확 띈다. 예쁜 딸이 있다면 오렌지 컬러로 이 차를 선물해주고 싶다.
쿠페 스타일을 가진 SUV여서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손바닥 두 개 포갤 정도의 공간이 남아 있다.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족한 것도 아니다. 무릎 앞으로는 주먹 하나 공간이 있어 차급에 비해 충분하다 할 수 있겠다.
뒤 시트는 6:4 비율로 접을 수 있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트렁크는 또한 상하 2단 구조여서 위아래로도 확장 가능하다. 바닥에 배터리를 놓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 불리한 공간 상황에서도 2층 구조의 트렁크를 확보했다. 대견하다.
오버헤드 콘솔, 그러니까 대시 보드 위로 지붕에는 SOS 버튼이 있다. 긴급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면 지원센터와 바로 전화 연결이 가능하다. 위급 상황에서 든든한 지원군이다. 혼자 운전할 일이 많은 이에게는 버튼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독특한 파워트레인 구조다. 엔진은 1.6리터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86마력. 이 힘으로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두 개의 모터가 더 있다. 36Kw 모터와 15kW 모터가 있다. 36kW는 구동 모터다. 15kW 모터는 다용도다. 배터리 충전, 시동, 회전수 보전 등을 담당한다. 흔히 스타터 제너레이터로 알려진, 그러니까 시동 모터다.
36kW 모터는 엔진에 앞서 차를 움직인다. 시동을 켜면 모터가 반응한다. 시속 50km 이내에서도 모터가 먼저고 엔진은 나중이다.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1.2kWh 용량의 하이브리드용 고전압 배터리는 30~80% 구간에서 수시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다. 완전히 방전되지도 않고 또 100% 충전되지도 않는다.
엔진 오토스탑 기능이 있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은 대부분 가동을 멈춘다. 엔진의 소음과 떨림이 사라진 차분하고 조용한 반응이 인상적이다. 그 반대일 때도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모터만 돌아간다. 혹은 타력 주행을 기대하며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는데, 엔진이 가동할 때가 있다. 살짝 당황스러운 묘한 이질감을 만나게 된다. 이때 엔진은 구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작동한다. 어쨌든 시속 50km까지는 무조건 모터 구동이 먼저다.
모터를 앞세운 엔진은 이렇게 간간이 배터리 충전용으로 작동하고, 모터의 힘을 보충하며 구동하는 데 힘을 쓴다. 어지간하면 상관하지 않으려는 방관자 같은 엔진이다. 쉐보레 볼트(하이브리드 모델)와 비슷한 구조다. 두 개의 모터로 가속과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슷하다.
독특한 기술은 또 있다. 도그 클러치라는 변속기다. 클러치가 없는 수동 기반의 멀티 모드 기어박스다. 모터에 2단, 엔진에 4단이 물리는 변속기로 변속 조합이 말 그대로 복잡다단이다.
스티어링휠은 2.5회전하고 약간의 유격을 뒀다. 차체 길이 4.570mm에 합당한 락투락 조향비다. 휠베이스 2,720mm, 공교롭게 니로와 똑같다.
넘치는 힘은 아니다. 86마력 엔진에 36kW 그러니까 48마력쯤의 모터니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확’ 치고 나가는 느낌이 아니다. 클러치 없는 변속기여서 가속이 거칠지 않다. 부드럽게 속도를 끌고 올라가면서 차근차근 아주 빠른 속도까지 이어진다. 변속의 느낌이 거의 없어 부드러운데 시속 120km 부근에서 확연한 변속의 느낌이 온다. 모터와 물린 변속기가 고속주행에 접어들며 변속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EV 버튼을 누르면 조건이 허락하는 상황에서 전기차처럼 모터 주행으로 움직인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당연히 엔진이 개입한다.
모터 구동이 가능한 상황, 그러니까 시속 50km 이내, 탄력 주행, 내리막길 등에서는 엔진이 가동을 멈춘다. 그래서 조용했다. 엔진의 폭발과 진동이 없는 실내는 전기차와 다름없다. 조용하고 흔들림이 없어서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라는 말을 실감한다.
스을쩍 브레이크를 밟아본다. 빵빵하게 공기를 채운 얇은 풍선을 밟는 듯했다. 강하지는 않지만 확실한 반발력을 보이면서 어지간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브레이크 모드를 사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브레이크 모드는 회생제동 기능을 강화한 주행 모드다. 살짝 브레이크를 밟은 듯하지만 주행 이질감이 없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뒤에서 잡아끄는 듯한 강한 회생제동 반응이 아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부드럽게 작용한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자율주행 레벨2의 최고 수준으로 세팅됐다. 앞뒤로 차간거리를, 좌우로는 차선의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했다. 야간, 안갯길 등 시야가 안 좋을 때 이 기능을 활성화해 운전하면 아주 유용하다. 미처 챙기지 못하고, 아차 보지 못한 부분을 정확하게 인식해서 보완해준다. 편의장비이면서 동시에 안전 장비로 그 몫을 다한다.
따지고 보면 무척 복잡한 구조다. F1 레이싱에서 가져왔다는 도그클러치, 각각 역할이 다른 두 개의 모터, 2+4 구조의 변속기 등등. 르노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하이브리드를 만들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연비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이브리드의 승부는 결국 연비 효율에서 갈리는 것. 이 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17.4km/L, 18인치 타이어로는 17.0km/L다. 울산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동안 언덕길 오르막, 내리막 고속도로에서의 고속주행, 스포츠 모드 주행 등을 모두 하고도 최종 연비가 24.5km/L를 찍었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215/55R 18 사이즈였다.
그래서 단순하다. 아름다운 모습, 연비를 통해 확 느껴지는 높은 효율. 소비자 입장에선 이를 누리면 그만이다.
XM3 하이브리드의 라이벌은 니로다. 휠베이스와 공차중량이 같다. 또한 두 차 모두 1.6 엔진에 모터 구동이고 전륜구동이다. XM3 하이브리드가 조금 더 커서 공간이 넓다. 연비는 니로가 20km/L, XM3가 17.4km/L 니로가 조금 앞서지만, XM3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분명한 건 XM3 하이브리드 등장으로 소형 SUV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독점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겼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개별소비세 인하 및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반영한 XM3 E-TECH 하이브리드의 실제 소비자 구매 가격은 ▲RE 3094만원, ▲INSPIRE 3308만원, ▲INSPIRE(e-시프터) 3337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3,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살짝 아쉽다. 소형 SUV인 만큼 시작 가격은 그 상징성을 고려해 3,000만원 미만으로 정했다면 더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지 않았을까.
컵홀더를 뒤쪽으로 배치해 불편했다. 컵홀더에 놓아둔 커피를 집어 들려면 오른팔을 부자연스럽게 뒤로 움직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옆 사람 팔과 부딪히기도 했다. 변속레버와 컵홀더 주변의 공간 배치를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86마력짜리 엔진이라면 배기량 1.6보다 더 작은 엔진을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적어도 한국에선 배기량 기준으로 자동차 세금을 걷어가는 만큼 더 작은 엔진 없는 것도 아닌데….
오종훈 yes@autodiary.kr